
한국은 인구 감소와 저성장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인구규모와 경제성장률이 감소하는 축소세계의 도래는 세계적으로 이미 나타난 보편적 현상이다. 2024년 1월에 출간된 '축소되는 세계'(앨런 말라흐 저)라는 책에 의하면, 전 세계는 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인구, 도시, 경제가 축소되고 있다.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하는 대체출산율은 2.1인데, 2018년에 전 세계 국가의 절반 이상의 출산율이 2.1 이하이고, OECD국가는 1.58로 인구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다. 개발도상국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 세계 300개 도시는 이미 인구가 감소하는 축소도시의 상태이다. 경제성장률은 IMF의 전망에 의하면 2024년 전 세계 평균은 2.9%, 미국이나 EU와 같은 선진국가는 1.7% 내외의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고, 2050년이 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가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도시화의 흐름은 뉴욕, 런던, 동경 같은 소수의 국제적 대도시에 인구와 자본이 집중하는 승자독식 도시화(Winner-Take-All Urbanism)이다. 우리나라도 서울과 수도권으로 인구와 자본의 집중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축소세계와 승자독식 도시화의 타격을 가장 받는 곳은 지방도시이다. 인구감소는 배후 인구 부족으로 인한 교육, 의료, 상업시설의 폐쇄, 대중교통 수요 감소로 인한 서비스 수준의 저하, 세수 부족으로 인한 기반시설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도시의 생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선진국 지방도시는 축소세계 상황 속에서도 생존에 성공한 사례가 많이 있고, 그 시작은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 있었다. 많은 국가에서 인구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율 향상 및 지방 인구분산 정책을 펼쳤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축소세계에서 생존에 성공한 선진국의 지방도시들은 인구감소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닌, 관리해야 할 과제로 인식을 전환하면서 해법을 찾았다. 우리도 이제 축소세계 패러다임을 관리해야 할 과제로 받아들이고, 선진국에서 고민했던 정책과 전략에서 시사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선진국 지방도시들이 생존을 위해 집중한 전략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 생활서비스 시설의 배후인구를 확보하는 도시연합체계를 구축했다. 생활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배후인구는 응급의료기관이 5만 명, 중규모 대학은 10만 명, 백화점은 30만 명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인구감소 시대에는 작은 도시들이 생활서비스 배후인구를 독자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 도시연합체계는 지방의 중심도시에 백화점, 대학과 같은 중심기능을, 주변 소도시에 문화, 복지와 같은 생활서비스 기능을 전략적으로 분산 배치하고 대중교통으로 연계하여 생활인구를 유지하는 공생 전략이다. 일본은 28개의 연계중추 도시권을 형성하여 중규모의 중심도시와 인접한 소도시들이 연계하여 배후인구를 공유하는 도시권 구상을 짜고 있다.
둘째, 지역맞춤형 일자리 지원과 육성 정책을 수립했다. 수도권의 첨단산업과 경쟁하지 않고 지역특화 일자리를 지원하면서, 산업네트워크와 연계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늘리도록 지원했다. 교육차원에서는 지방대학 혁신을 통해서 지역산업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농어촌의 전통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는 정책도 추진했다.
셋째, 도시별로 특색있고 매력적인 정주환경을 조성했다. 원도심에 남아있는 고유한 상점가, 특화된 시장통, 카페 골목 등을 재생사업으로 잘 유지하고, 한편에서는 다양한 문화참여와 예술활동의 접근성을 높이고, 문화, 여가활동을 지원해서 지역에 살고 싶어하는 젊은이와 고령층을 위한 정주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관광객 유치와 연계하여 생활인구를 늘리는 전략을 짰다.
이상을 요약하면, 지역사회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첫째, 도시소멸이라는 패배주의적 관점에서 빠져나와 축소도시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지역산업 중심의 경제 시스템 조성과 지역사회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에 관해서 지역주민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해야 한다. 셋째 도시계획 차원에서는 미래의 물리적 자원을 원도심과 기존 주거단지 주변에 집중시키는 장소 집중형 입지적정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상의 내용을 반영하여, 지방의 중소 도시들이 매력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유지되기를 기대해 본다. 구자훈 (한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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