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코트 떠나 바벨 잡은 ‘역도 소녀’ 진고은, 부상 이겨내고 기적의 2관왕

입력 2026.05.25. 14:05 한경국 기자
치평초 배구 유망주서 중1때 역도 전향
여중부 81㎏이상급 인상·합계 ‘금’
3월 등 부상 악재 딛고 개인 최고 기록 세워
“올림픽 메달 목표로 전진하겠다”
광주체중 진고은(왼쪽 두번째)이 이애라(왼쪽 첫번째) 광주역도연맹 전무이사, 윤경아(왼쪽 세번째), 고우민(왼쪽 네번째) 광주체중 역도 코치와 우승을 기념하고 있다. 광주시체육회 제공

배구 코트에서 센터로 뛰던 한 소녀가 바벨을 잡은 지 3년 만에 전국 무대 정상에서 우승의 포효를 외쳤다. 제55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광주·전남 지역에 첫 다관왕 소식을 안긴 ‘역도 소녀’ 진고은(광주체중 3년)의 이야기다.

진고은은 24일 고성역도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역도 여자중등부 81㎏이상급 경기에서 인상(85㎏)과 합계(196㎏)에서 각각 금메달을 획득하며 2관왕에 올랐다. 라이벌 조서은(부산체중 3년)과 접전을 벌인 끝에 거둔 승리였다. 진고은은 용상에서도 111㎏으로 은메달을 추가, 이날 들어 올린 모든 무게에서 자신의 개인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환하게 웃은 진고은이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의 손에는 바벨이 아닌 배구공이 쥐어져 있었다. 치평초등학교 시절 2년간 센터로 활약하며 네트를 책임지던 배구 유망주였던 것.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한 배구는 시간이 흐를수록 적성에 맞지 않았고, 결국 코트를 떠났다. 운동을 완전히 그만두려던 찰나에 또래보다 탄탄한 체격과 남다른 힘을 눈여겨본 역도 관계자의 제의로 중학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바벨을 잡았다. 배구 소녀가 역도 소녀로 변신하는 운명적인 터닝 포인트였다.

처음에는 낯선 바벨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들면 들수록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기록을 깨나가는 역도의 매력에 푹 빠졌다. 타고난 하체 힘에 기술이 더해지자 성장 속도에도 탄력이 붙었다. 지난해 2학년 시절 소년체전에서 합계 2위(은메달)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증명한 데 이어 그해 12월 중고연맹회장기 용상 1위에 오르며 올해 소년체전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우뚝 섰다.

그러나 변신과 성장의 과정이 탄탄대로만은 아니었다. 올해 3월 대회 준비가 한창이던 시기에 등 근육을 다치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제대로 된 훈련조차 소화할 수 없어 ‘목표를 낮춰야 하나’ 하는 절망감이 찾아왔지만, 진고은은 포기하지 않았다.

진고은은 “훈련량을 줄이고 회복에 전념할 수 밖어 없었다.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과 동료들의 응원,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간절함으로 들어올렸다”고 전했다.

사실 진고은은 우승을 다투는 라이벌 선수들과 비교하면 체급이 다소 왜소한 편이다. 피지컬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하체 힘을 바탕으로 상체 집중 훈련을 소화했고, 남들보다 기술 훈련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다. 힘이 아닌 정교한 기술로 승부하는 역도의 섬세함을 깨달으면서 진고은은 한 단계 더 진화했다. 그 결과 부상 공백을 깨고 대회 당일 기적처럼 몸 상태를 끌어올려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기적의 드라마를 완성한 진고은은 “훈련 때 목표 무게를 들지 못해 걱정이 많았는데, 실전에서 기적적으로 성공해 정말 기쁘다”며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곁에서 격려해 준 동료들과 끝까지 믿고 지도해 주신 코치님이 계셨기에 우승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전국체전 3관왕이자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선배 김체량(광주체고)을 롤모델로 꼽은 진고은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실업팀에서 선배와 함께 재미있게 운동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과 함께, 가슴에는 더 큰 포부를 품었다.

진고은은 “역도를 시작하면서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 나가 꼭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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