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트랙 느낌이 좋다. 올해 가장 좋은 점프가 나왔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트랙에서 첫 점프를 뛴 '스마일 점퍼' 우상혁(28·용인시청)이 공동 3위로 예선을 통과한 뒤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상혁은 전날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m27을 넘어 공동 3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메달 색이 결정되는 결선은 10일 오후 7시(한국시각 11일 오전 2시) 시작한다.

2m15를 시작으로 2m20, 2m24를 1차 시기에 성공한 그는 2m27은 1차 시기에 실패했지만, 2차 시기에 넘었다.

군인 신분으로 출전했던 3년 전 도쿄 올림픽 대보다 더 짧게 삭발하고 트랙에 선 우상혁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네 번째 점프였던 2m27도 우상혁 바로 앞에서 뛰다 근육 경련으로 쓰러진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 때문에 주춤한 결과였다.

바르심은 트랙을 달리다 종아리 통증을 호소하며 뛰지 못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피해 다섯 번째 점프에서 성공했다.

우상혁은 "바르심이 다친 걸 보고 살짝 위축돼서 2m27 1차 시기에 걸렸다"고 말했다.

바르심이 흔들리고, 메달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저본 해리슨(미국)이 탈락하는 등 남자 높이뛰기는 예선부터 톱점퍼들이 부침을 겪었다.

해미시 커(뉴질랜드)는 2m20을 1, 2차 시기에 실패한 3차 시기에 겨우 넘겨 위기에서 벗어났다.

2m24도 1차 시기에 실패한 뒤 2차 시기에 넘었고, 2m27은 1차 시기에 성공했다.

도쿄올림픽에서 바르심과 공동 금메달을 땄던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도 2m27에서 1~3차 시기를 모두 실패했다.

실제로 총 31명이 나선 예선에서 2m27을 넘은 선수는 5명뿐이었고, 우상혁은 2m29를 넘을 필요 없이 결선을 확정했다.

예선에서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점프한 건 셸비 매큐언(미국)이 유일했다.

우상혁은 "확실히 올림픽 무대가 주는 무게감이 다르다. 해리슨 탈락은 나도 놀랐다"고 했다.

경쟁자들과 달리 파리 트랙에 순조롭게 적응한 우상혁은 대한체육회가 파리 인근 퐁텐블로에 마련한 사전 캠프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 캠프에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환경적으로도 조용해서 집중하기 좋았다"며 "최대한 퐁텐블로에서 훈련하다가 선수촌으로 왔다"고 했다.

이날 처음 밟아 본 파리 트랙에 대해서도 "도쿄올림픽 이후 수많은 트랙을 뛰어봤는데, 파리 트랙의 느낌이 진짜 좋다"고 말했다.

이어 "도쿄보다 좋다는 얘길 들어서 기대가 됐는데, 뛰어보니 느낌이 좋았다. 올해 가장 좋은 점프가 나왔다"며 웃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처음 나서 2m26으로 결선 진출에 실패한 우상혁은 2020 도쿄 대회에선 2m35로 4위에 올랐다.

이번 파리 대회에선 도쿄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 육상 트랙&필드 최고 순위(4위)'를 넘어 메달을 바라본다.

광복 이후 한국 육상이 배출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1992 바르셀로나 대회 황영조(금메달)와 1996 애틀랜타 이봉주(은메달) 두 명뿐이다.

육상 트랙&필드에선 한국 선수 최초의 메달에 도전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