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인 혐오표현 더 무겁게 책임 물어야, 법제화 절실

@무등일보 입력 2026.09.10. 18:05

국민의힘 의원 이진숙이 국회에서 벌인 5·18민주화운동 왜곡·폄훼 사건을 계기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의 혐오 표현을 엄격히 규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18기념재단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법과 국회법, 국가·지방공무원법, 공직선거법 등 5개 법률 개정을 제안했다. 혐오 표현 기준을 법률에 명시하고,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에게 일반 시민보다 무거운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공적 권한을 가진 데다 언론과 SNS를 통해 순식간에 증폭된다. 특정 집단을 모욕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말이 그들 지지자에게 적대와 배제를 용인하는 신호로 읽히며 확대 재생산된다. 말의 권력이 큰 만큼 그에 대한 책임도 무거워야 하는 이유다.

해외에서도 정치인의 혐오 표현에 특별한 책임을 요구한다. 유럽평의회는 선출직 정치인과 공직자는 혐오 표현을 사용하거나 조장해서는 안 되며 의회와 정당도 이를 막을 장치를 갖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독일은 형법을 통해 특정 민족·인종·종교집단 등에 대한 증오 선동이나 폭력 촉구 등을 엄격하게 처벌한다. 나치 지배 아래 자행된 집단학살을 공공의 평화를 해치는 방식으로 부정하거나 축소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이지만 타인의 존엄과 공동체를 파괴할 무제한의 권리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모든 불쾌한 표현이나 역사적 견해를 혐오 표현으로 묶어 처벌하자는 건 아니다. 그래서도 안 된다. 혐오 표현의 범위가 모호하면 정치적 비판과 소수 의견까지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그래서 정교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이번 법 개정안도 형사처벌 일변도가 아니라 단계적 규율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판단 기준을 세우고 조사와 시정 권고를 맡고, 국회의원 혐오 표현은 국회 징계 사유로 삼자는 것이다. 국가·지방공무원에게는 직무상 혐오 표현 금지 의무를 부과하고 선거 과정에서는 정당과 후보자의 책임을 강화하도록 했다.

핵심은 국회다. 정치인의 혐오 표현이 수없이 되풀이됐지만 국회와 정당의 징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는사이 혐오와 차별을 정치적 지지 결집의 수단으로, 노골적으로 악용하고 있다..

국회는 이번 이진숙 사태를 혐오 표현 입법의 마지노선으로 삼길 당부한다. 국민에게서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에게 그 지위와 영향력에 상응하는 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정치인의 혐오 표현을 규율할 법제화를 반드시 추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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