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에게 맞서 여고생을 구하려다 흉기에 찔린 전남광주의 고교생이 사건 발생 80일 만에야 의상자로 인정받았다. 긴 심사 기간도 문제지만 더 황당한 건 현행법상 심사 기간의 병원비는 고교생이 부담해야 하는 후진성이다. 이웃의 비극을 막아선 국민에게 병원비와 희생을 강요하는 꼴로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공의의 대가가 빚더미 등 경제·사회적 고통이라면 이 사회에서 누가 공적 정의를 위해 몸을 던지겠는가.
현행법상 인정 심사 기간은 최대 90일까지 소요되는데, 보건복지부 심사 기간은 2022년 평균 20.8일에서 최근 52.9일까지 길어졌다. 국가가 국민 희생을 사실상 강요하고, 방치하는 사이 의인과 가족들은 경제적, 정신적 고통에 내몰린다.
국가가 사회의 도덕적 안전망을 뿌리째 뒤흔드는 꼴이다. 위급한 순간 타인을 돕는 행동이 가계 파탄으로 이어진다는 학습 효과가 강제되면 부지불식간에 피해자 구조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남을 도우면 나만 손해’보게 하는 저급한 사회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의사상자 제도는 단순한 피해나 보상하는 시혜적 정책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적 정의와 공동체 신뢰를 지키는 최소한의 방파제이자 국가의 책무다. 최종 의상자 결정 이전이라도 국가와 지자체가 의료비를 먼저 집행하는 ‘선 지원 - 후 정산’ 체계로 즉시 바꾸는 등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부정 수급을 막는다는 조악한 이유로 의인 치료를 지연시킬 순 없는 일이다. 추후 환수라는 제도로 보완하면 될 일이다.
국회는 뒤늦게 발의된 ‘긴급 의료비 선지원’ 법안을 당장 통과시키길 촉구한다. 국가가 의인의 치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이제라도 구축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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