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알맹이 빠진 대전환 백서···정밀 행정으로 보완하길

@무등일보 입력 2026.07.21. 17:52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의 중장기 시정 방향을 담은 ‘대전환 백서’가 아쉬움을 주고 있다. 반도체·AI·에너지를 묶어 200조 투자와 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고, 20조 원 투자공사와 기본사회 정책으로 거대 메가시티를 만들겠다는 화려한 청사진을 밝혔다. 허나 재정과 주 청사, 국립의대 등 시정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반면 도시철도 2호선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재검토 등 논란이 될 정책 제안들이 담겼다. ‘대전환’이라는 이름과 달리 예민한 갈등 요소는 비켜서고, 재정 투자 사업만 늘어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다. 인수위가 분석했듯이 하반기 세출이 세입보다 4천억 원 이상 많고 채무만 3조 6천억 원에 달하는 엄혹한 재정 난국이다. 그런데도 투자공사 설립, 시민 펀드, 광역교통망 등 수조 원이 소요될 대규모 사업들을 나열했다. 4년간 최대 20조 원에 달하는 통합지원금의 구체적인 확보·배분 로드맵이나, 어떤 기존 사업을 털어내고 신규 사업에 우선 투입할지에 대한 ‘선택과 집중’의 기준선도 찾아볼 수 없다.

통합의 최대 뇌관인 권역별 청사 배분과 국립의대 설립 문제를 정책과제에서 제외한 것은 전형적인 눈치보기다. 광주·무안·동부 3개 청사의 권한 분배와 국립의대 유치는 지역 간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이다. 인수위 단계에서 최소한의 공론화 절차나 명확한 타임라인을 제시했어야 마땅하다. 정면 돌파를 피하고 문제를 덮어둠으로써 향후 첫 조직개편과 예산 편성 과정에서 더 큰 갈등을 폭발시킬 위험한 시한폭탄으로 남겨둔 셈이다.

행정의 연속성과 신뢰를 흔드는 정책 제안도 걱정스럽다.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도시철도 2호선과 호남고속도로 확장 등 대형 SOC 사업을 재검토 대상에 올렸다.사업 재검토가 가져올 공기 지연과 금융 비용 증가, 시민 불편 등 사회적 비용에 대한 해법 없이 재점검 카드를 꺼내 자칫 혼란만 부추길까 우려된다. 주 4.5일제나 100원 전기 구상 역시 재원 부담 주체와 권한 조정 등 핵심 디테일이 빠져 있어 선심성이라는 비판을 사기 쉽다.

대한민국 초유의 실험인 광주통합특별시는 성공의 책무를 지고 출발했다. 통합시 정부가 가야 할 길은 지역의 미래를 위한 선택과 집중에 대한 결단과, 통합의 진통을 감싸안을 정면 돌파의 역량이다. 불확실성을 딛고 지역민의 삶을 단단히 받쳐줄 책임 있는 행정, 손에 잡히는 정밀한 행정력으로 대한민국에 위대한 이정표를 세워나가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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