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재심 청구를 목적으로 재판확정 사건기록을 열람·등사할 때 수수료를 전면 면제하는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이번 조치는 여순사건, 제주4·3, 5·18민주화운동 등 과거사 피해자와 억울한 유죄 판결을 받은 국민들의 명예회복 문턱을 낮췄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사법 정의의 실현을 가로막던 마지막 행정적 장벽을 국가가 걷어냈다는 점에서 상징적·실질적 의미가 크다.
그동안 재심 청구는 법률적 장벽만큼이나 경제적 장벽이 높았다.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수천, 수만 장에 달하는 과거 수사 및 재판 기록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행 수수료 체계 하에서는 문서 한 장당 50원의 복사비가 청구되어, 기록이 방대한 과거사 사건의 경우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피해자들의 몫이었다. 국가 공권력의 잘못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또다시 국가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폭력적 상황이 해소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억울한 서민들과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실질적인 민생 개혁이다. 특히 형사소송법상 재심청구권자는 물론 과거사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들까지 폭넓게 혜택을 받도록 범위를 구체화한 점은 돋보인다. 비용 문제로 재심 청구를 망설이거나 포기해야 했던 소외계층에게는 사법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보장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가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에는 단 한 걸음의 지체나 걸림돌도 있어서는 안 된다. 법무부는 제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부 행정기관의 지침을 철저히 정비하고, 법원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 체계도 빈틈없이 구축하기 바란다. 이번 조치가 과거사의 해묵은 상처를 치유하고 실질적 사법 정의로 나아가는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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