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원 규모의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최종 입지로 광주 군공항 부지가 최종 선정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해 총 4기의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팹(Fab)을 건설하는 초대형 메가 프로젝트다. 첨단 산업의 패권 경쟁이 국운을 가르는 시점에서 나온 이번 발표는 수도권 집중 완화를 넘어 대한민국 반도체 영토를 확장하는 전략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는 AI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형 첨단 기지로서 독보적인 비전과 가능성을 품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조건으로 내거는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충족할 수 있는 국내 최적지다. 전력망과 부지 등에서 포화 상태에 이른 수도권의 한계를 깨뜨릴 유일한 대안이다. 여기에 광주는 ‘AI 중심 도시’인데다, AI 시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문화예술 인프라까지 갖췄다. 일과 삶, 문화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21세기형 첨단도시로 도약할 강력한 인프라를 보유한 것이다.
여기에 250만 평의 거대한 국유지는 타이밍이 생명인 반도체 전쟁에서 압도적 무기다. 정부가 ‘속도전’을 강조하며 환경영향평가 단축과 전력·용수 공급 동시 추진을 지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가 1호 조례로 기업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등 지자체 의지도 뜨겁다.
그러나 현실도 만만찮다. 광주·민간·군항의 통합 이전 문제다. 지자체 간 갈등에 수년간 공전을 거듭해 온 초민감 방정식이다. 새 공항 건설과 완전한 이전에만 8~10년이 걸린다. 이전 시계가 멈추는 순간 800조 원대 프로젝트가 공염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군공항 완전 이전과 반도체 공장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속도전’을 꺼냈다. 전체 부지 중 탄약고 및 주변 부지 약 63만 평을 먼저 규제 해제해 연내에 SK하이닉스 1기 팹부터 선제 착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 우회 전략도 무안국제공항으로의 완전한 통합 이전이 본궤도에 올라야 의미가 있다. 탄약고 부지에 1기 공장을 짓는 동안, 남은 3기의 팹이 들어설 활주로 부지를 제때 비워내야 하기 때문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RE100과 AI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기를 이끌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다. 선제적 부지 개발의 장점을 극대화해 글로벌 초격차를 달성하려면, 공항 이전이라는 실타래를 푸는 정부의 강력한 실행력과 지자체의 대승적 결단이 동반돼야 한다. 공항 이전 문제가 국가의 미래를 발목 잡아선 안 된다. 정부와 통합특별시의 정교한 대응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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