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민주항쟁 39주년을 맞은 날, 전남대 5·18광장을 비롯한 전국 대학가에 참정권 침해를 규탄하는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울려 퍼졌다.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해 매서운 호통을 친 것이다. 이번 시국선언은 우리 사회가 ‘탈정치 세대’라 치부하던 청년들이 진영 논리를 떠나 민주주의의 기본 규칙을 지키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청년들을 광장으로 불러낸 것은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였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선거 관리의 생명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철저함에 있다. 선관위가 누려온 독립적 지위는 선거를 공정하고 완벽하게 관리하라는 헌법적 명령이지, 무능과 책임을 은폐하는 ‘방탄 특권’이 아니다.
대학생들이 6·10항쟁 기념일에 오월 정신이 깃든 광장에 모인 역사적 맥락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참정권은 선배 세대가 피 흘려 쟁취한 위대한 유산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부실 행정으로 국민의 소중한 권리가 가로막힌 현실은 민주주의 역사의 퇴행이자 모독이다. 청년들의 분노는 국가가 기본 의무를 저버린 데 대한 경고다.
선관위는 그간 부실 선거 논란이 일 때마다 얄팍한 임시방편으로 일관했다. 이제 그런 구태는 통하지 않는다. 정부와 국회는 국정조사를 통해 선거 관리 실패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나아가 선관위의 폐쇄적 구조를 타파할 독립 감시기구를 설치하는 등 해체 수준의 전면적 구조 개혁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공정함과 신뢰를 잃은 선관위에게 민주주의의 미래를 더는 맡겨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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