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기업 위험 회피, 소방관 앗아가···실질 정책 절실

@무등일보 입력 2026.04.13. 18:21

완도 냉동창고 화재로 소방관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희생은 불가피한 재난이 아니라 ‘관리되지 않은 위험’이 낳은 결과다. 국가와 사회가 외면한 위험 관리의 공백이 소방관의 생명으로 전가됐다는 점에서 국가차원의 근본적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번 사고를 특정 현장의 불운으로 치부해선 안된다. 냉동창고의 밀폐구조, 유증기 축적 가능성, 우레탄폼 등 가연성 자재는 그 자체로 고위험 조건이다. 그럼에도 안전 설비 의무에서 제외되고, 화재 위험이 충분히 통제되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한 관리 실패이며 인재다. 위험은 제도와 관리의 틈 속에서 누적·방치된 결과다. 유사한 조건의 시설이 전국 곳곳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번 참사는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의 징후로 읽혀야 한다.

국가의 책무는 분명하다. 산업 현장의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고, 실효성 있는 안전 규제를 설계·집행해 국민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 기업 역시 안전을 비용이 아닌 기본 의무로 인식해야 한다. 현실은 정반대다. 규제는 산업 논리에 밀려 완화되고, 위험은 현장에 남겨둔 채 사후 대응만 강화되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예방보다 대응에 의존하는 체계가 고착화된 것이다. 안전이 이윤 뒤로 밀린 결과가 어떤 비극으로 이어지는가. 너무 많은 국민 희생으로 점철되고 있다. 최전선의 소방관이 사회적 실패를 온몸으로 감당한 것이다.

어떤 국민도 구조적 위험을 대신 짊어져선 안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참사 때마다 헌신과 희생을 미화하며 본질을 호도해버린 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이는 애도가 아니라 책임의 분산이며, 또 다른 희생을 예비하는 구조적 방치다. 현장의 용기를 강조하는 언어가 반복될수록, 정작 바뀌어야 할 제도는 뒤로 밀려난다.

전환이 필요한, 절박한 시간이다. 산업 구조에 내재된 위험을 방치한 채 대응 인력에 의존하는 방식은 더 이상 용납돼선 안된다. 위험을 제거할 1차적 책임은 국가와 기업에 있다. 제도는 사전 차단 중심으로 재설계돼야 하고, 안전은 기업 경영의 부수 비용이 아니라 존속의 전제로 자리 잡아야 한다. 위험을 줄이는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제 또한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 그것이 희생된 소방관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자 사회가 지켜야 할 기준이다.

반복되는 국민 희생 앞에 더 이상 책임을 유예할 수는 없다. 위험 구조를 방치한 채 반복되는 죽음을 애도로 덮는 사회에 공동체의 자격을 논하기 어렵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이재명 정부에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길 당부한다. 국가가, 기업이 국민 생명을 최우선 책무로 삼을 때, 비로소 그들의 죽음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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