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2주기를 앞두고 광주 5·18민주광장에 어김없이 분향소가 마련됐고,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노란 리본 사이를 지나 이름을 부르고, 아이 손을 잡고 참사를 설명하는 장면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광주의 익숙한 풍경이다. 과거 무도한 정권이 공적 추모를 위축시키고 애도의 공간마저 위협하던 시절, 광주시민들은 스스로 ‘상주’를 자처하며 분향소를 운영했다. 광주시민 상주는 국가가 내팽개친 책임을 기꺼이 도맡은 집단적 실천이다.
광주시민들은 어디랄 곳 없이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분향과 기억을 이어오고 있다. 사회적 참사 앞에서 애도할 권리를 지키려는 시민적 결단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기억의 자리를 시민들이 수행해온 현실은 세월호를 사회적 참사를 넘어 ‘국가의 부재’를 각인시킨다.
세월호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국가의 보호 의무와 구조 책임이 작동하지 못한 사회적 참사였다. 그럼에도 국가는 진상 규명과 애도를 지연시키며 공적 책임마져 회피해왔다. 광주는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 국가폭력의 피해 당사자인 이 도시는 국가 실패 앞 침묵하지 않고 기억을 조직했다.
광주시민의 애도는 고도의 정치적·윤리적 태도다. 국가가 책임을 회피해도, 공동체의 기억은 그 책임을 끝내 공적 의제로 되돌려놓는 힘을 갖는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은 피해자와 유가족의 한을 달래는 일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책무를 현재화하는 적극적 행위다. 광주시민상주가 지켜온 시간은 그 질문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참사의 책임이 끝까지 규명되고 구조 실패와 국가 부재의 진실이 제도적으로 확인될 때까지, 광주의 애도는 추모를 넘어 국가에 답변을 요구하는 실천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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