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광주 곳곳에서 얼굴 없는 기부 천사들의 나눔이 이어지며 사막 같은 도시에 온기를 더하고 있다. 이름도 담지 않은 과일 상자와 현금 봉투, 쌀 등 저마다의 크고 작은 마음들이 메마른 도시를 적신다. 이들의 온기는 매 명절마다 찾아와 시민들의 마음에까지 번진다. 인간사가 야차 같은들 ‘한겨울 한가운데서도 꺼지지 않는 여름’이 있다는 것을 화수분처럼 가르치는 이들의 몸짓에 거친 세파도 움추러 들 듯 하다.
오늘날 명절이 속도와 소비의 축제로 흘러가곤 한다. 그 틈에 오래된 것들이 빛을 잃곤 한다. 허나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은 반복되고, 소리 없이 이어지며, 설명되지 않아도 멈추지 않는 마음들이다. 명절마다 찾아오는 익명의 나눔은 흘러가는 유행이 아니라 일상이 되고, 전시가 아니라 품격이다.
얼굴을 지운 사랑의 무게는 각별하다. 익명은 고도의 절제다. 타인의 존엄을 해치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 절제 속에서 사랑은 깊이와 무게를 얻는다. 오래될수록, 낡을수록 빛나게 된다. 우리 안의 오래된 겻들의 아름다움은 케데헌이 원없이 날렸지 않은가.
이와함께 명절은 풍요를 말하지만 동시에 결핍을 드러낸다. 불빛이 밝을수록 외로운 자리는 더 또렷해지는 법. 저 작은 상자 하나, 돈봉투 하나가 각별한 것은 바로 그 하나들이 “당신을 잊지 않는다”는 가장 적극적 표현이라는 점에서다. 공동체가 아직 마르지 않았다는 신호다. 각자도생의 사막에서 서로를 놓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 신호들이 처연한 인간사에 격조를 더한다.
그렇다고 나눔이 제도의 빈틈을 대신할 수는 없다. 대신해서도 안 된다. 국가는 책무를 지키며 정책으로 그늘을 줄여야 한다. 그렇다고 제도만으로 공동체가 완성되지 않는다. 제도가 최소를 세울 때, 사람의 마음은 그 위에 품위를 더한다.
설 명절에 그늘에 갇힌 이들이 없기를, 세상이 그들과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 넘치는 풍요 너머에서 누군가의 눈물이 말라가지 않도록 제도와 정책이, 저마다의 사랑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창문 너머에서 성냥팔이 소녀가 추위와 배고픔에 죽어가는 줄 모르고 나만의 행복을 구가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이름 없는 선의가 일상이 될 때 세상은 보다 풍요로워진다. 각자도생의 천박과 황량함에도 인간의 존엄과 연대가 세상에 빛을 전달하기를 바란다. 풍요는 가진 것의 총량이 아니라 나누는 방식이다. 얼굴 없는 천사들과 함께 더 깊고, 더 따뜻한 설 명절 보내시길 기원한다. 올 설에는 마음껏 공동체의 온도를 올려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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