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간을 재생하는 사직동 도시재생실험 모델 주목

@무등일보 입력 2026.01.20. 18:09

광주 남구가 사직동 관광 명소화를 꿈구며 다양한 시간 재생 사업을 전개해 눈길을 끈다. 외형을 바꾸거나 유동 인구를 늘리기가 아니라 도시가 지나온 시간을 다시 불러내고 축적하는 방식이다. 시간우체국과 살롱, 사진관과 수장고로 이어지는 구조는 관광 소비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기억을 남기고 다시 돌아오게 하는 도시의 장치로 대중의 마음과 얼마나 소통할지 주목된다.

이곳에는 1호 살롱 '통기타&국악 살롱', '청년 살롱'이 자난해 문을 열었고 조만간 '갤러리 살롱'이 문을 열 예정이다. 또 오는 6월에는 '시간우체국'과 아날로그 사진관, 수장고·기념품 판매장, 녹성상회 등이 차례로 문을 열 예정이다.

사직동 실험의 핵심은 속도보다 지속성이다. 한 번 보고 끝나는 명소가 아니라, 편지를 받기 위해,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찾게 만드는 반복의 구조 설계다. 이는 도시 활성화를 숫자가 아닌 관계로 정의한 선택이다. 빠른 성과를 요구받는 도시 활성화 사업에서 보기 드문 태도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기록의 주체를 시민에게 돌려놨다는 점이다. 이 공간들은 도시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주민과 방문자가 각자의 시간을 남기도록 열어둔다. 행정은 무대를 만들되 서사를 독점하지 않는다. 관 주도의 한계를 의식적으로 넘어서려는 설계다.

사직동의 재생은 진행형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다뤄지길 바란다. 성급한 관광화, 성과 중심의 지표가 앞서면 이 실험의 강점은 쉽게 훼손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 느린 구조를 지켜낼 인내다. 도시를 다시 살린다는 것은, 때로 새로 짓는 일이 아니라 오래 남기는 일임을 사직동이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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