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권도시 광주에 걸맞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무등일보 입력 2025.04.20. 19:32

광주 지역 장애인들이 '차별 철폐'를 외치며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광주420공동투쟁단 등이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앞두고 지난 18일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유스퀘어 광장에서 마련한 '광주420대회'였다. 이들이 호소한 '차별 철폐'는 바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다.

유스퀘어 광장은 광주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15년 역사가 서린 곳이다. 지역 장애인들은 금호익스프레스를 상대로 오랜 기간 저상버스 도입을 촉구해왔다. 급기가 지난 2017년 고속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리프트)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끝에 7년 2개월만인 올해 2월 일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지만 변화는 요원하다. 금호익스프레스가 재정적 부담과 안전성을 이유로 여전히 실행을 미루고 있어서다.

고속버스 휠체어 리프트 설치에 대한 재정적 부담은 금호익스프레스가 홀로 감당할 일은 아니다. 국회와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아 장애인 권리 예산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실제 전국적으로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턱이 없는 저상버스 비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시외·고속버스 중에는 저상버스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날 장애인 단체가 유스퀘어 광장에서 출발해 광주시청까지 약 3㎞ 코스를 2시간가량 가두행진을 벌인 이유도 광주시의 책임있는 자세가 절실해서다. 광주시청에 도착한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광주의 낮은 저상버스 보급률, 통합학교 입학 거부 사례, 부족한 활동지원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문화·체육시설 등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일상 속 차별과 배제를 지적했다. 광주시를 향해서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원사업 공약의 온전한 이행과 함께 광주시 전역의 장애인 이동권 실태 전수조사와 실효성 있는 종합계획 수립을 촉구하며 이동권 보장, 자립생활지원, 장애유형별 권리보장 등 9가지 내용을 담은 정책요구안을 광주시에 전달했다.

인권과 평화의 도시를 자처해 온 광주시로서는 부끄러운 장면이다.

광주시는 최근 승용차 중심 도시에서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자) 도시'로 대대적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광주를 위한 미래지향적인 정책에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진정성 있고 실효성 있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정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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