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11주기를 맞았지만, 국가는 여전히 부재 상태다.
중앙정부는 단 한 건의 공식 추모행사조차 열지 않는다. 기억의 자리는 정부가 아닌 유가족 등 국민들이 다시 채우고, 진실과 책임의 자리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세월호 11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안산과 서울, 광주·전남 등 전국 20여 곳에서 기억의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보듬고 책임져야 할 정부는 없다. 아이들을 지켜야 할 교육부는 형식적인 추모주간 지침만 내려 보냈고, 국민 안전 책임자인 행정안전부는 지방행정 협조 수준에 그쳤다.
진실규명은 11년이 지난 지금도 미완이며, 책임자 단죄는 멈춘 지 오래다. 재난 시스템 역시 2014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을 비롯한 보수 정권이 참사에 보여준 건 침묵과 외면, 갈라치기를 통한 피해자 2차 가해가 전부다.
이 참혹한 공백을 국민이 메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연대는 각별하다. 사고가 난 진도 앞바다는 공동의 고통이 새겨진 기억의 장소가 됐고, 지역민들은 고통을 함께 껴안았다. 팽목항의 헌화, 목포신항의 기억식, 광주 5·18민주광장과 백운광장의 문화제, 순천과 광양의 거리추모제 등 광주·전남 전역이 추모 공간이다.
이는 단순한 연민이 아니다. 1980년 자국 군대에게 학살당한 상처를 지닌 광주시민들은 45년 전처럼, 정의가 실종된 국가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진실이 지워지지 않도록, 약속이 묻히지 않도록 온몸으로 기억투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정작 국가라는 이름의 실체는 여전히 부존재 상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던 정권과 정치인들의 다짐은 공허한 수사로 전락한 지 오래고, 피해자에 대한 반인륜적 모욕과 조롱은 현재진행형이다.
진실은 구조되지 않았고,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가 부재 상태에서도 국민은 역사의 주인이 되어 진실 인양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은 단순한 추모가 아니다. 그것은 '이 사회가 무엇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되는가'라는 윤리적 질문이며, 동시에 진실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다.
이제 국가가 응답할 차례다. 시민의 윤리와 연대에 상응하는 책임의 체계로 돌아가야 한다. 시민이 지켜낸 자리에 제도와 공적 책임의 탑을 쌓아야 한다.
그것만이 국가가 세월호 앞에 다시 설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자, 국민이 다시 국가를 믿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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