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법의 대표 사례로 꼽히던 왕우렁이가 이상기후로 해충으로 돌변해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왕우렁이 개체 수가 급증하고, 성장한 왕우렁이들이 어린 모를 갉아먹는 피해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응한 국가 차원의 정책이 요구된다.
제초제 사용을 줄이는 친환경 농법의 하나로 활용되던 왕우렁이가 이상기후로 예측 불가능한 위협이 된 현실은 단순히 왕우렁이의 해충화 문제를 넘어선다. 기후변화가 기존의 생태적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신호이자 경고라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과거에는 겨울철 기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왕우렁이 개체 수가 조절됐지만, 최근에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왕우렁이가 해충이 돼 피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지역 지난해 평균 기온이 전년보다 2도 상승하고 강수량도 78㎜ 증가하면서 왕우렁이의 월동 생존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로인해 해남, 진도, 고흥 등 주요 벼 재배지역이 직격탄을 맞는 등 전남지역에서만 1천593㏊의 논에서 왕우렁이 피해가 발생했다. 2023년 대비 50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한, 이러한 피해는 벼농사뿐만 아니라 다른 작물 재배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의 방제 방법이 무력화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향후 농업 생산성 전반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전남도는 논 말리기, 깊이갈이를 통한 월동 차단, 피해 모니터링 등을 강화하고 나섰다. 그러나 왕우렁이 피해 사례는 이상기후가 농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특정 지역이나 특정 자치단체의 노력으로 해결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요구된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 재난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을 당부한다.
기후 위기가 초래한 농업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 농업인들의 협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연구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병해충 문제, 친환경 농법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기후 위기 대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보다 체계적인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농업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생태계 변화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대응, 지속가능한 농업 방안 마련, 기후변화 대응 예산 확대와 지원책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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