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4년만의 신원회복, 초라한 첫 정부 추념식 유감

@무등일보 입력 2022.10.19. 17:27

여순 10·19사건을 기념하는 합동 추념식이 74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주최로 열렸으나 대통령은커녕 국무총리도 참여하지 않은 채 초라하게 열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19일 전남 광양에서 첫 정부 주최로 열린 제74주기 합동추념식에는 정부대표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여순사건 유족과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지역 국회의원, 도민 등 500여명이 함께 거행했다.

'74년 눈물, 우리가 닦아주어야 합니다'라는 주제의 추념식은 이 장관의 추념사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영상메시지가 전부였다.

해방공간의 정치·사회적 배경이 얽혀있는 여순 10·19사건은 1948년 제주에서 일어난 제주도민들의 항거를 진압하라는, 자국민에게 총칼을 겨누라는 부당한 명령에 여수에 주둔 중이던 군인들 항거가 주 요인으로 제주 4·3 사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건이다.

그러나 국가의 대응은 너무 차이가 크다. 제주 4·3 사건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국가의 잘못을 사죄하고, 평화공원 조성, 문재인 대통령 추모식 참석, 국가기념일 지정 등이 이뤄졌다. 반면 여순 10·19사건은 74년 만에 열린 첫 정부 주도 추념식에 국무총리조차 참석을 안 했다. 국가폭력에 희생된 국민들께 사죄의 마음이 있는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심지어 여순 10·19사건은 해방 후 위정자들의 반공정책 과정에 '빨갱이' 프레임이 덧씌워져 유가족들은 제사 하나 마음껏 지낼 수 없었다. 전남도가 주최한 합동위령제도 채 몇 년이 안 되는, 이 나라에서 가장 불행한 국가폭력 중 하나라는 점에서 슬픔을 가누기 어렵다.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소중히 여기는 정부라면 과거의 국민희생에 보다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내년 추념식은 달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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