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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 패닉②] 대출규제 완화?...'그림의 떡'

입력 2022.06.19. 08:00 댓글 1개

기사내용 요약

"보완했다더니…맞벌이 등 고소득자만 혜택 여전"

"금리 급등으로 이자부담 가중…대출 풀면 뭐하나"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 4월(1.84%)보다 0.14% 포인트 높은 1.98%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지난 2월부터 넉 달간 줄곧 오름세를 이어 오고 있다. 시장 금리를 서서히 반영하는 잔액 기준 코픽스도 1.68%로 4월(1.58%)보다 0.10% 포인트 상승했다. 2022.06.16.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정부가 생애 첫 주택구매자들에 대해 대출규제를 완화해주기로 했지만, 정작 규제 완화의 혜택을 체감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일환으로 단계적 대출규제 정상화 내용을 담은 '가계대출 규제 정상화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오는 3분기부터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이 지역, 주택가격, 소득에 상관없이 80%로 완화된다. 대출한도는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7억7000만원으로, LTV 80%를 적용하면 6억20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 완화에도 젊은층 등 실수요자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보기는 힘들 것이란 한숨 섞인 목소리가 높다.

LTV를 80%까지 높여준다 하더라도 DSR 규제에 묶여있어, 소득이 낮은 젊은층·서민들의 대출 가능 금액은 늘어날 수 없는 구조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DSR은 주담대,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DSR 40% 규제가 적용된단 것은 연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을 갚는데 쓸 수 없다는 의미다. 현재는 총 대출액이 2억원 이상인 차주들에 DSR 40%가 적용되고 있고, 오는 7월부터는 총 대출 1억원이 넘는 차주들로 확대된다.

실제 한 시중은행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LTV가 80%로 늘어나면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인 신혼부부가 시세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최대 대출 가능액은 3억8000만원에서 6억원으로 늘게 된다. DSR은 24.48%에서 38.65% 수준으로 오르게 된다. 신규 주담대 조건은 금리 5.00%, 30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다른 여신이 없는 경우를 적용했다.

하지만 같은 조건으로 연봉 5000만원의 무주택자가 7억원짜리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할 때 최대 대출 가능액은 기존 3억1000만원, DSR 39.94%로 기존과 동일하다. LTV가 허락하는 최대 한도만큼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DSR 40%에 걸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금융안정 상황(2022년 3월)' 보고서를 통해 DSR 3단계 규제 적용시 신규취급 가계대출이 13.4% 축소돼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이 4.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결국 DSR을 건드리지 않는 한 아무리 다른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도 서민 등 실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은 크지 않다"며 "최소 연봉이 1억원 이상이 돼야 체감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고소득자들만 혜택을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소득과 주택요건을 없앴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나 고소득자들의 경우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은 맞다"며 "하지만 그 외 소득이 낮거나 맞벌이가 아닌 경우에 이번 규제 완화로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생애 첫 주택 사다간 월급 70%가 원리금으로 나갈 수도

정부는 DSR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의 자금제약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규제를 일부 보완하기로 했다. 우선 지난해 말 행정지도를 통해 시행한 신용대출 연소득 범위 내 제한 조치를 다음 달부터 폐지키로 했다. 이전처럼 연 소득의 1.5~2배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저소득자들의 대출이 제약되지 않도록 3분기부터 DSR 산출시 청년층 장래소득을 높여 한도를 늘려주기로 했다. 현재 20대 초반 38.1%, 30대 초반 12% 정도인 예상소득증가율을 각각 51.6%, 17.7%까지 확대한다.

이렇게 되면 월급이 300만원(연 3600만원)인 만 30세 무주택 근로자가 연 3.5%, 30년 만기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한다고 가정할 경우, 예상소득증가율 17.7%를 적용해 장래소득이 4237만원(3600*(1+0.1777))으로 늘어난다. 대출한도 역시 기존 2억6723만원에서 3억1452만원으로 17.7% 늘어난다.

같은 대출 조건에서 월급 250만원(연 3000만원)인 만 24세 무주택 근로자인 경우엔 장래소득이 4548만원(3000 *(1+0.516))으로 늘어나 대출한도가 2억2269만원에서 3억3760만원으로 51.6% 증가한다.

하지만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돌파하는 등 대출금리가 무섭게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규제 완화 효과는 제한적이란 평가가 많다. 과거보다 감당해야 하는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월급 250만원인 만 24세 차주가 연 금리 3.5%, 30년 만기로 3억3760만원을 대출받았을 때 매월 내야하는 원리금은 151만원이며, 총 대출이자는 2억815만원이다. 하지만 금리가 5.5%로 오르면 매월 원리금 상환액은 191만원, 총 대출이자는 3억5248만원으로 치솟아이자가 원금을 넘어서게 된다. 장래소득 반영으로 대출 한도가 1억1491만원(51.6%) 늘어나지만, 금리 상승으로 이자가 1억4433만원(69.3%) 증가하는 것이다. 또 월급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60.4%에서 76.4%로 껑충 뛰어오른다.

실제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 7%를 돌파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1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 범위는 연 4.33~7.09%로 나타났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 5.41~7.09% ▲하나은행 5.233~6.533% ▲농협은행 4.56~5.96% ▲국민은행 4.33~5.83% ▲신한은행 3.98~5.03% 등이다.

문제는 앞으로 금리는 더 오를 것이란 점이다. 지난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며,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연 1.75%로 한국의 기준금리와 같은 수준이 됐다. 만약 한은이 한미간 '금리 역전'을 막기 위해 다음달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경우,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2.25%로 단숨에 뛰어오른다.

이 경우 서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이자 부담이 크게 늘고, 개인의 DSR 비율 역시 올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쪼그라들게 된다.

30년 만기 연 5% 금리로 주담대(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를 3억원을 받은 경우 월 상환액은 161만원이지만, 연 6%로 오르면 월 상환액은 179만원으로 18만원 늘어난다. 연간으로 이자 부담이 216만원 정도가 늘어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2%포인트 오르게 되면 가계의 연간 평균 이자 비용은 329만원에서 489만원으로 160만원 늘고, DSR은 32.4%에서 35.1%로 2.7%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 역시 크게 늘고 있어 이전만큼 대출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출규제를 일부 완화하긴 했지만 실수요자들이 집을 마련하기에 어려운 환경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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