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방네] 김현승의 詩로 만나는 '광주의 가을'

입력 2025.10.28. 15:11
김을현 시민기자

광주 북구 금곡동 무등산 원효사 입구에 건립된 다형 김현승 시인의 시비에 그가 가장 사랑한 시 '눈물'이 새겨져 있다.


남구 양림동·무등산 시비 탐방

전쟁으로 자식 잃고 쓴 '눈물' 등

"도심서 시인의 작품들 음미하길"

가을이면 생각나는 시 한 편이 있다. 광주의 큰 시인 다형 김현승(1913~1975)의 '가을의 기도'가 대표적이다. 이 시비는 광주 남구 양림동 호남신학대학교 교정에 펼친 책과 펜촉의 모형으로 세워져 있다. 또 하나의 시비는 양림미술관 앞에 다형 100주년을 기념하며 세운 '천년 고독'이다. 김현승 시인을 기리는 시비이지만 그중에 백미는 북구 금곡동 무등산 원효사 입구의 '눈물' 시비로 1977년에 세워졌다.

김현승 시인이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사랑한 시가 '눈물'이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의 어수선함 속에서 어린 자식을 잃고 실의에 빠졌을 때 쓴 시다. 무등산의 높이를 상징하는 1187 버스를 타고, 원효사 입구에 가면 십자가에 걸린 커다란 눈물 한 방울을 볼 수 있다. 바로 '눈물' 시비다.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 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금남로에서 사 온 커피와 김밥 한 줄을 먹고 탑돌이를 한다. 아무리 봐도 시와 시비의 조형이 완벽하다. 이 금쪽같은 시비가 하필이면 이토록 외진 곳에 있을까. 지금은 고인이 된 범대순 시인에 의하면 건립 당시에는 원효사 입구에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서 세우게 됐다고 한다.

광주문학로드 시비 탐방을 안내하는 문인호 시인(문학인협동조합)은 "눈물 시비는 광주에서 최초로 건립된 시비인 만큼 직접 봐야 할 의미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 또한 '눈물'은 박문옥 작가, 정용주의 시노래로 불리고 있다. 무등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자꾸만 되돌아보며, '가을의 기도'와 함께 '눈물'의 시구를 흥얼거렸다.

김을현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