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기후·넉넉한 마음 비롯
전국 최초 군 직영 작가 공간도
2023 한국 최우수 문학관 선정

"해남은 한국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걸출한 시인들을 배출한 '시인의 고장'입니다."
이유리 해남 땅끝순례문학관 학예연구사는 해남이 배출한 시인들에 주목하며 문학사에 남긴 발자취를 강조했다. 해남은 전통과 서정의 시인 이동주, 자연을 성찰한 풀잎의 시인 박성룡, 자유와 해방의 시인 김남주, 한국 여성주의 운동의 선구자 고정희 등 작고 문인을 비롯해 김준태, 황지우, 윤금초, 이지엽 등 현대 한국 문학의 거장들로 그 명성을 잇고 있다.
해남은 조선 초 시문학의 비조라 불리는 금남 최부에 의해 문맥이 형성됐다. 해남정씨 가문의 사위가 된 최부는 해남을 근거지로 활동하며 어초은 윤효정, 임우리, 유계린 등의 제자를 길러내며 문풍을 몰고 왔다.
이 학예사는 이러한 해남의 시문학에 대해 "시인의 향기가 곳곳에 배어있는 해남은 온화한 기후, 풍부한 농산물과 해산물 등으로 사람들의 마음 또한 갯벌처럼 넉넉한 곳"이라며 "뜻있게 살다간 사람들의 아픔과 그 아픔 속에서 키워낸 진주 같은 무형유산들이 산재한 곳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혹자는 해남에서 훌륭한 시인들이 많이 배출된 것을 '땅끝'이 가진 특유의 시적 분위기에서 찾기도 한다는 것이 이 학예사의 설명이다. 아득한 바다를 둔 '땅끝' 앞에서 느끼는 아득함과 초월함, 들어가면 꼭 품어줄 것만 같은 세계를 지닌 땅에서 시인이 되기로 마음먹었을지 모른다는 상상력이다.

이 학예사는 '시인의 고장' 해남에서 학예사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문학관에서는 시인들의 미공개 자료들을 통해 문학을 보존하고 있으며 문인들의 창작을 지원하는 '백련재 문학의 집'은 전국 최초 군 직영의 작가 레지던시 공간으로서 전국 지자체의 선진 견학 명소가 되고 있다"며 "해남 문학이 지닌 역사와 그 명성을 선양하는 활동과 군민 수요에 부응하는 다양한 문학 사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남에서는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지역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고 그 성과를 발전시키고자 다양한 노력들을 이어가고 있다.
군은 지난 2017년 12월 땅끝순례문학관을 개관해 해남 문학의 다양한 성과와 사료를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하고 있다. 연계 운영 중인 백련재 문학의 집은 매년 30여 명의 입주작가가 활동하며 창작에 집중하고 있다. 덕음산 자락의 쾌청한 솔바람과 한적한 옛 마을의 정취가 어우러진 최고의 집필 환경을 자랑하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유리 학예연구사는 2019년부터 땅끝순례문학관에서 재직 중이다. 땅끝순례문학관은 지역문학발전과 문학관 운영의 전국적인 우수 모델을 제시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2023년 대한민국 최우수 문학관에 선정되고 2024년 한국문화가치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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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 역사 '가사문학' 가치 전달 '저변 확대' 기여 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작가들이 광주의 한 음식점에 모여 '오늘의 가사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통 시가의 현대적 부활을 이끌어온 가사문학 전문 계간지 '오늘의 가사문학'이 창간 10년을 넘어섰다.지난 2014년 창간된 '오늘의 가사문학'은 가사(歌辭)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통해 가사 문학 인구 저변 확대에 꾸준히 기여해왔다. 현대적인 감각과 운율에 맞춘 비유와 상징 등의 언어에 익숙한 이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가사에 대한 인식을 제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최근 '오늘의 가사문학' 44호 발간을 계기로 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과 작가들이 광주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갖고 지난 10년을 돌아봤다. 참가자들은 가사의 맥을 이어 오기 위해 땀 흘린 그간의 노력과 희로애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계간 '오늘의 가사문학'은 7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가사문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뜻을 두고 창간했다. 전국에서 1만 편이 넘게 창작돼 전해져오는 '가사'는 4음 4보격을 기준 율격으로 하면서도 행(行)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연속체 율문(律文) 형식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오늘의 가사문학'은 매 호마다 기획 또는 특집 코너를 마련해 가사를 과거와 현대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글을 게재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2014년 창간호 특집에서는 류연석 순천대 명예교수가 '새로 쓰는 가사문학사'를 통해 가사의 발전 자취를 5기로 나눠 가사문학사를 톺아봤다. 또 기획에서는 최상은 상명대 명예교수가 '최초의 가사들'을 주제로 조위(1454~1503)가 무오사화에 연루돼 순천으로 유배 갔을 때 창작한 작품인 '만분가'의 문학사적 의의를 짚었다.최근에는 소설, 수필, 동화, 시, 위인전기 등 다양한 장르의 문학을 가사로 재해석하며 독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올 봄호에서는 제11회 한국가사문학대상 수상작, 제2회 오늘의가사문학 신인상 수상작과 가사로 쓰는 소설·수필·동화·시 등 다양한 연재 코너가 마련됐다.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작가들이 광주의 한 음식점에 모여 '오늘의 가사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오늘의 가사문학'의 연륜이 10년을 넘어서면서 필진과 작가들이 다양해지고 독자들도 꾸준히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는 담양군과 함께 가사문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가사문학의 가치와 의미를 조명하는 '전국가사문학학술대회'는 지난해 25회 행사를 가졌고 가사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전국가사시낭송대회'는 20회째를 맞았다. 또 '전국청소년 가사시 랩 페스티벌', '한국가사문학학술대상' 등을 매년 실시하며 가사에 대한 이해와 저변 인구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지난 2023년에는 광주문인협회가 가사 분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오늘의 가사문학'은 2023년 가을호부터 '가사 문학 창작 신인상'을 만들고 신인 가사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는 향후 한국문인협회에도 가사 분과를 만들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은 "한강의 노벨상 수상작 선정 이유 가운데 '강렬한 힘을 가진 시적 산문체의 실현'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은 바로 우리 가사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그는 이어 "K-문학의 진면목을 세계에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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