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잘하기로 정평이 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때 65%를 넘나들던 수치가 30%대로 떨어졌다. 실용주의와 포용성을 바탕으로 좀처럼 흔들릴 것 같지 않았던 대통령의 지지율이었다. 그 견고했던 수치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 새삼 민심의 엄중함을 절감한다. 군주민수(君舟民水)라, 도도한 민심의 물결은 언제라도 배를 뒤집을 수 있는 법이니 천하의 누구라도 이를 비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부동산 정책, 증시, 개각 인사, 경찰 불신 등 여러 요인을 꼽아 봐도 결국은 민심이다. 효율적인 정책과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일 못지않게 민심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는 혜안이 진정한 리더십의 출발이다.
헌정사상 첫 광역행정통합의 닻을 올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출범한 지 불과 두 달여, 곳곳에서 불거진 갈등상황으로 인해 시민들의 걱정이 크다. 자칫 4년 내내 이런 갈등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광주와 전남이 역사적 통합을 이룬 게 무려 40년 만이다. 그 긴 시간, 시대적 의미만큼이나 갈등요소 또한 충분히 예견됐었다. 문제는 이에 대처하는 통합특별시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여부다. 시민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민형배 특별시장의 리더십에 모아지고 있다.
민 시장은 통합 이후 여러 갈등상황과 관련해 “속도보다 중요한 대원칙은 우리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추진력이나 전투력이 없어서 차분하게 가는 게 아니다”고 언급했다. 조직개편을 둘러싸고 공무원노조와의 갈등이 최정점에 있던 순간에도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속도라면 오히려 이례적으로 빠른 편”이라고 진단했다.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고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시민들의 시각과는 현실인식에 꽤나 큰 차이를 보였다.
실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불거진 갈등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군공항 이전과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 조직개편, 주청사 논란, 정무부시장 시민추천제를 둘러싼 갈등까지 각 영역별로 갈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드러났다. 지난 1986년 광주직할시 분리 이후 40년 만에 통합이다 보니 권역별로 경제적 여건이나 사회·문화적 정서가 너무 달랐다. 헌정사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불가피했다. 통합에 따른 효과나 혜택에 대해 기대도 컸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같은 특별시민인데도 우리만 소외되고 우리만 불이익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작동했다. 농촌지역에서는 도시 중심으로 자본과 인프라가 몰리는 이른바 ‘빨대효과’를 우려했다. 시-도 통합이 충분한 숙의절차 없이 속도전으로 진행되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던 이해관계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측면도 있다.
충분히 예견됐던 만큼 갈등조정 능력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느냐. 여기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나마 군공항 이전이나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 이슈가 한고비를 넘겨 고무적인 일이지만 나머지는 현재진행형이다. 면밀히 따져보면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 건도 원만한 갈등조정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아니다. 당초 안은 목포대와 순천대 통합을 전제로 한 의대 신설이었지만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으로 갈린 소지역주의에 리더십 부재까지 겹쳐 결국은 개별평가를 통해 후보대학을 선정하는 막차를 탔다. 반쪽짜리 봉합이다. 아직껏 반발이 이어지고 법적분쟁으로까지 비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 내부의 역량으로는 원만한 합의나 갈등 조정 하나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탈락한 전남 서부권을 대상으로 지역완결형 의료인프라 지원 등이 이뤄져 대승적 수용이 뒤따르길 기대할 뿐이다.
3개 청사별로 반목과 대립이 심각했던 조직개편 갈등도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 입법예고 절차를 거쳐 현재 ‘4실 8본부 27국’ 체제의 조직개편 조례안이 특별시의회 심의를 앞두고 있지만 원만한 결론을 도출할지는 미지수다. 3개 노조의 요구사항뿐만 아니라 시의회 상임위별로 31개나 되는 수정·보완 요구가 제기돼 있다.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면 후속 인사와 기능배치를 놓고 한바탕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된 ‘5개 자치구의 시 전환’ 여부를 둘러싸고도 찬반 갈등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정무부시장 시민추천제를 놓고 대립했던 집행부와 시의회와의 갈등도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는 갈등의 뇌관이다. 800조원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따른 소외 논란이나 수익 배분 이슈도 그렇고 공공기관, 기피시설 배치 문제도 한 짐이다. 앞으로 예고된 갈등요소들도 차고 넘친다. 그런 점에서 민형배 시장이나 특별시 측에 보다 과감한 갈등조정 능력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의문부호다.
민 시장이 표방하는 압도적 성장과 시민주권정부 측면에서는 가시적 성과들이 고무적이다. 하지만 갈등조정과 결단력 면에서는 의구심을 갖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오피니언 리더들을 중심으로, 이런 수준의 갈등조정 여지라면 4년 내내 힘들 것이라는 의견들도 나온다. 속도보다는 방향성이라며 여유롭게 접근할 일은 아니라는 예기다. 정히 힘들면 시민주권정부답게 상설 갈등조정기구나 공론화위원회 등을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해 봄 직하다.
사실 속도냐, 방향성이냐의 문제는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선택지가 아니라 처한 상황이나 이슈에 따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리더십에 달려 있다. 때론 속도전이, 때론 우직하게 한 방향으로 가는 호시우보의 전략이 필요한 사안이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두 달여 시민들에게 비춰진 특별시장의 리더십이 썩 미덥지는 않다는 데 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대통합을 진두지휘하며 열정을 다하는 진정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지금은 과감한 결단과 실행력, 고도의 갈등조정 능력을 보여줄 때다. 그런 기대 때문에 320만 특별시민의 선택을 받은 게 아닌가. 특별시장의 뛰어난 리더십이 시민들의 삶과 통합특별시의 지속가능한 미래 발전을 담보할 최우선 가치임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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