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해야 한다.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더라도. 정신 바짝 차리면 눈부신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실패하더라도 아무런 노력 없이 쇠락해 가는 것보다는 열 번 낫다. 모범답안은 없다. 흔히 찾는 해외 사례도 없다. 오직 우리의 의지와 상상력으로 새역사를 써 내려가는 일이다. 그래서, 몇 달 후면 전개될 전남 광주 특별시의 나날에 대해 멋대로 생각해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예산과 재정에 관한 특별법 조항이 어찌되는가는 논외로 치자.
행정구역 통합은 천년 전에도 했다. 고려 성종때(995) 지금의 전남은 해양도, 전북은 강남도로 정한 것을 현종이 불과 23년만에(1018) 전라도로 합쳤다. 전주와 나주엔 목사가 부임하고 도지사격인 자사, 안찰사는 전주에 주재했다. 자치의 정도로 보면 이때가 지금보다 훨씬 강력했으므로 광역행정단위 도의 설치는 왕권강화의 수단이었다. 그래도 천년전 해양도와 강남도는 개운하게 합쳤다. 직할시되는 게 폼나는 것인 양 광주가 전남에서 떨어져 나온지(1986) 불과 40년, 다시 합쳐 큰살림하는 건 좋고도 좋은 일이다.
당장 7월 1일부터 통합특별시 전역에 밝은 에너지가 넘치면 좋겠다. 한 석달 간 잔치를 여는 것도 좋다. 통합 해봐야 나의 삶이 뭐가 좋아지느냐고 뾰로통하던 이들도 표정이 풀리는 잔치면 좋겠다. 잔치에 돈이 왜 안들겠나. 이때는 각 자치단체가 좀 낭비를 해도 봐주고 넘어가야한다. 기업들이 비용을 좀 들이면 금상첨화겠다.
노래하고 춤추고 먹고 마시는 거다. 특산물도 50% 세일을 하고 지역상품권도 막 뿌리자. 기존 전남도와 광주시의 해외 자매도시들 사절단과 그 도시 시민들도 초대하자. 해외 호남향우들도 모시자. BTS도 1박2일쯤 공연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역대 광주 인권상을 받은 개인과 단체도 초대하자. 일제 강점기를 반성하는 일본인들도 모셔 함께 즐기자. 소리의 본고장이니 해방 후 최대의 국악 잔치도 벌여보고 미술의 고장이니 블록버스터급 전시도 광주 목포 광양에서 열리는게 좋겠다. 후세를 위한 미래 청사진들도 이때 나와줘야 한다. 소식만 들어도 배가 불러와야 한다.
행정구역 통합은 행정학 전공자들이 전문가일 터이니 벽촌의 서생이 나설 일은 아니나, 나는 차제에 목포 무안 신안 영암도 통합을 이뤘으면 좋겠다. 시도통합과 한치도 다를바 없는 논리에서다. 그래서 한반도 서남부에 섬과 평야를 낀 인구 40만의 드넓은 기초단체가 탄생해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해보는 토대를 갖추길 기대한다. 이밖에 전남 중부권의 인구 소멸위기 군들도 한번 통합을 논의 해보길 바란다.
여수와 목포가 잘해주어야 한다. 일본과 중국의 크루즈선, 페리선들이 기항하고 내해의 요트마리나엔 흰 선체를 반짝이는 배들이 가득 들어찼으면 좋겠다. 위기를 겪는 여수 석유화학산단이 새로운 기술로 경쟁력을 반드시 되찾았으면 좋겠다. 현상금 1억달러를 걸고 신기술 국제현상공모도 해보자. 광양항엔 부산과 비등비등하게 물동량이 넘치고, 포스코는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제품으로 한국철강산업의 위용을 세계에 떨치길 꿈꿔본다.
신안 완도 고흥 여수의 연륙연도교 미완성구간이 속히 이어지고 광주 영암간 한국판 아우토반에는 전국의 스피드매니아들이 몰려오길 기대한다. 지리산 최초의 케이블카가 가동되는 구례는 또 어떤가. 곡성 광양의 섬진강 래프팅은 왜 안되겠는가. 남도답사 일번지 강진은 한국관광 일번지로 성장하고 해남을 끼고도는 해파랑길엔 전국에서 모여든 트래커들로 붐빌 것도 상상해본다. 음식이 끝내주니까.
해남의 솔라시도에 국가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시작으로 세계 유수의 IT기업들이 통합광주시에 자리잡는 것을 상상해본다. 이 지면에 몇 차례 썼듯, 광주군사비행장이 무안으로 옮긴 뒤 2백만평의 반듯한 토지를 입주기업에 무상으로 제공할 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삼성반도체나 하이닉스도 주민 반대로 하세월인 용인클러스터를 젖혀두고 광주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 TSMC도 오라고 하자. 엔비디아도 콜라보를 위해 한국행을 한다면 광주가 딱이다.
나는 통합시가 한전과 에너지밸리를 중심으로 전력천국이 될게 확실하다고 본다. 생산원가별 전력요금차등제도 실시될 기미다. 신안바다의 해상풍력과 해남의 태양광, 영광 한빛원자력의 빵빵한 전력이 한반도 타지역보다 최대 반값 이하 싸게 공급된다면, 그것도 고압송전탑 세울 일 없이 플러그&플레이 수준으로 공급된다면 IT, AI 기업들은 환호할 것이다. 논쟁의 소지는 있겠으나 새정부도 원전철학을 바꾼만큼 통합시의 서해안에 원전을 몇기 더 짓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통합시의 시장도 스케일과 디테일을 다 갖춘 스타급이 뽑혔으면 한다. 고만고만한 시골정치인들 말고 21세기 후반 인류문명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되면 정말 좋겠다. 무엇보다 국운을 탄 대한민국의 현대사 속에서 존재감이 뚜렷한 인물이길 바란다. 수십년간 지겹도록 호남 푸대접 전라도 소외론이나 되뇌고, 국비지원이 적다고 징징대는 것이 전부였던 시장 지사의 수준을 확 뛰어넘는 인물이길 바란다. 국가의 쟁점이나 민족의 장래에 대해 전국민에게 메시지를 던질 줄 아는 인물이 우리지역 지도자가 되길 희망한다. 전국의 시장지사들이 모일 때 기자들이 우루루 몰려드는 시장, 유머를 가진 시장, 예술가들을 존중할 줄 아는 시장, 영감을 얻기 위해 고요한 숲속으로 혼자 떠나는 일이 가끔있는 시장이 뽑히길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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