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이재명, 매듭을 잘라버려라

@조경완 역사와언론연구소장 입력 2025.12.21. 17:19
조경완 역사와언론연구소장
조경완 역사와언론연구소장

알렉산더가 한칼에 잘라버렸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 이야기. 때는 b.c.8세기, 무대는 지금의 터키 중부 프리기아다. 왕이 없던 프리기아에 신탁이 내린다. "내일 아침 소달구지를 몰고 성문을 들어오는 자가 왕이다" 이리하여 필부 고르디우스는 일약 왕이 된다. 그의 아들 미다스는 소달구지를 성물로 여겨 신전의 기둥에 묶어둔다. 질긴 나무줄기로 칭칭 동여맨다.

300여년이 흘러 b.c. 333년. 동방원정에 나선 알렉산더가 프리기아에 도착해 그곳의 전설을 듣는다. 누구도 풀지 못한 신전의 달구지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지배자가 된다는. 알렉산더도 처음엔 낑낑대며 굳어버린 나무줄기를 풀려고 매달린다. 그러다가 소리친다. "달구지만 풀어내면 어떻게든 상관없다!" 그리곤 칼을 내리친다. 1세기 로마의 역사가 퀸투스 쿠르오티오스가 쓴 '알렉산더 대왕'에 처음 실린 이야기다.

나는 이곳 아침시평에 광주 공군기지 이전문제에 관해 두 번 글을 썼다. 8월엔 '공군기지 이전은 안보문제다' 라는 제목으로 북서태평양 전략요충인 한반도 서남부에 군사비행장을 짓는 문제는 완벽히 국가안보문제이니 만큼 이 사업은 대한민국 정부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썼다. 군사시설을 만드는데 주민투표를 하는 건 무책임한 짓이다.

10월엔 '글로벌 IT기업에게 광주공군기지 땅을 공짜로'라는 제목으로 썼다. 광주 공군기지 부지를 국가가 광주에 무상으로 주고, 광주시장은 이 광활한 토지를 무상장기임대한다는 특혜를 앞세워 세계유수의 IT기업을 유치하라고 주장했다. 그래야 기업이 오고 광주가 산다.

다행히 지난 17일 광주에서 열린 6자회의에서 광주공군기지 무안 이전에 큰틀의 합의가 이뤄졌다. 쇠고집이던 무안군수도 사진에 보니 밝은 표정이다. 대통령이 칭찬을 했고 광주시장 전남지사가 대통령 덕분이라고 화답했다. 성급하지만 무안공항에 미주 유럽노선이 뜬다는 기사도 났고, 무안에 호남지방항공청을 신설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축제분위기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안다. 엄청난 돈을 마련할 방도는 아직 없다는 것을. 6자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광주시장은 '정부의 보조 또는 지원'이 합의문 속에 있으니 이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불완전한 답이다. 재정에 지식이 없는 시민들일지라도 광주시가 먼저 돈을 들여 무안에 공군기지를 건설해주는데는 막대한 돈이 든다는 것, 그리고 광주시가 그럴 능력은 안된다는 것을 안다. 9년전 산출한 비용이 5조 7천억이고 최근엔 물가 지가 상승을 고려해 10조가 될지도 모른다는 추산이 나돈다.

나는 지난 글들에서 이른바 '기부 대 양여' 즉, 광주시가 무안에 공군기지를지어 국가에 기부하면 국가는 종전 기지 땅을 광주시에 양여한다는 방식은 글러먹었다고 썼다. 국가안보시설을 재배치하는데 국가가 팔짱끼고 구경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백번양보하여 이 방식으로 추진한다 해도 광주시는 최소 6조에 이르는 금융을 일으킬 능력이 없다. 어느 금융기관이 이 이문없는 장사에 돈을 대겠나. 언제 원금을 회수할 줄 알고 투자를 하겠나. 맥쿼리나 사무라이본드같은 투기성 외국자본들이 들어온다면 광주시는 그 돈이라도 덥썩 잡을건가.

더 큰 문제는 광주시가 돈을 갚으려고 240만평, 탄약고부지까지 합치면 500만평에 달하는 이 땅을 매각하려고 나설 경우다. 은행빚 갚으려고 팔아 제끼기 시작하면 이 소중한 땅, 광주의 미래를 새롭게 쓸 마지막 밑천은 그저 그런 신도시로 낭비되고 만다.

심지어 비관론도 있다. 전남대 최영태 교수는 광주시가 10조원이 넘는 돈을 조달할 수 없음은 물론 무안군에 인센티브로 준다는 1조원도 못만들 것이라고 본다. 완전한 국가사업으로 진행하는 특별법 제정도 불가능 할것이라 회의한다.

나는 여기서 몇가지 사실을 상기하고자 한다. 2022년 5월 4일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의 지역균형 발전특위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지역 7대 공약 중 하나로 2027년까지 국가사업으로 광주 군사비행장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김병준 특위 위원장과 이용섭 광주시장이 함께 있었다. 광주시민이 탐탁찮게 여기던 정권도 이런 약속을 했다.

1989년엔 국가가 군사시설 땅을 지자체에 무상으로 준 사례가 있다. 바로 상무대다. 상무대는 해방후 40여년간 군사학교로 쓰다가 광주 도심팽창에 따라 장성군으로 이전했다. 국가가 전액을 부담하고 종전부지는 광주광역시에 무상으로 넘겼다. 광주 대표도심 상무지구가 조성될 때 국민중 그 누구도 광주가 땅값을 물어야 한다고 여기는 이는 없었다.

2021년 2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튿날 곧바로 '가덕도신 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돼 이 사업은 되돌릴 수 없는 국책사업이 되었다. 10조 7천억~13조로 추정되는 사업비는 전액 국비다. 호남사람 누구도 이를 방해하지 않았다.

듣자 하니 광산구가 지역구인 박균택의원은 광주공군기지 이전 특별법 개정안을 내면서 "사업비가 양여재산의 가액을 초과할 경우 국가가 이를 의무적으로 지원한다" 정도로 고쳐 광주시의 재정부담을 덜려고 하는 모양이다. 이게 뭔가. 결국 기부대 양여 틀 안에서 돈 걱정하는 셈 아닌가. 이런거 하지 말자.

공군기지 이전사업은 그 경로도 그렇고 앞으로의 과정도 얽힌 나무줄기처럼 칭칭 꼬인 문제들의 연속일 것이다. 풀린다는 확신도 없이 쪼그리고 앉아 한가닥씩 풀어갈 것인가. 단칼에 잘라버릴 것인가. 고약하게 꼬인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잘라버릴 알렉산더는 이재명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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