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안되면 되게 하라"는 그릇된 욕망의 역사적 비극

@김병인 전남대 사학과 교수 입력 2025.05.11. 17:37
김병인 전남대 사학과 교수
김병인 전남대 사학과 교수

"안되면 되게 하라" 군대에서 자주 들었던 구호이다. 얼핏 생각하면 불가능을 극복한 성공 신화의 위대한 슬로건처럼 들린다.

그러나 "안되면 되게 하라"는 그릇된 욕망은 우리 역사에서 항상 비정상을 자아냈고, 그 주인공들의 말로 또한 늘상 비극으로 끝났다.

1949년 6월 26일 백범 김구가 서울 경교장에서 안두희에게 암살당하였다.

김구는 1945년 8월 15일 해방 직전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으로 독립운동을 이끌었다.

김구의 소원은 조국의 독립, 조국의 통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김구는 육군 포병소위이자 한국독립당 당원이었던 안두희에게 4발의 총탄을 맞고 사망하였다.

안두희의 배후가 누구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지만, 극우반공체제의 강화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누구도 김구를 암살해서는 안되었다. 해서는 안되는 일을 자행해서 민족의 지도자를 그렇게 쉽게 떠나보내서는 아니되었다.

김구의 죽음이 없었다면 그의 소원이면서 우리의 소원인 조국의 통일이 한걸음 더 가까워졌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954년 11월 29일 국회에서 대통령의 3선 연임 제한을 해제하는 2차 개헌안이 통과되었다.

헌법 제55조에는 "대통령과 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한다, 단, 재선에 의하여 1차중임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당시 대통령 이승만은 재선을 했기 때문에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 없었다. 장기집권을 꿈꾼 이승만세력은 부칙에 "이 헌법 공포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제55조 1항의 단서의 제한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넣어 헌법을 개정하였다. 재적의원 203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찬성 즉 136표를 얻어야 했지만, 135표밖에 얻지 못했지만 소위 '사사오입(四捨五入)'이라는 기괴한 반올림 셈법을 통해 억지로 통과시켰다.

이승만은 3선에 성공하였지만, 채 6년이 안된 1960년 3·15부정선거에 항거한 학생과 시민의 퇴진 압박을 못이기고, 4월 26일 하야했다.

이승만은 3선 개헌을 시도하지도, 사사오입 셈법을 계산하지도, 부정선거를 자행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승만은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았을 터이고, 그의 동상은 전국에 산재했을 것이다.

1961년 5월 16일 박정희는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다. 불과 1년 전에 4·19혁명으로 세워진 민주정부를 불법적으로 전복한 것이다. 내란을 저지른 것이었다.

박정희는 1969년 10월 21일 3선 연임을 허용하는 6차 개헌을 성공시켰다. 8년 통치를 넘어 장기집권을 시도한 것이었다.

1972년 12월 27일 7차 개헌을 통해 연임제한 철폐와 긴급조치권 발동 그리고 국회의원 3분의 1 선출권을 갖는 유신헌법을 통과시켰다. 영구집권을 획책한 것이었다.

유신헌법에 대한 찬반 논의마저 금지한 긴급조치를 수차례 발동하여 7년 남짓 정권을 연장하였지만, 1979년 10월 16일 측근의 손에 숨졌다.

박정희는 군사쿠데타를 일으켜서도, 3선 개헌을 시도하지도, 유신헌법으로 영구집권을 꿈꾸지 말았어야 했다. 박정희가 이 가운데 한 하나라도 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동상 또한 수 십 곳의 초등학교 운동장 한쪽을 차지하게 되었을 것이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세력은 1차 반란을 통해 실권을 장악하였고,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통한 2차 반란으로 권력을 찬탈하였다.

신군부세력의 반란에 반대한 광주시민은 학살당하였다. 전두환은 집권 이후 부패를 일삼았고, 학생과 시민의 자유를 말살하였다. 박종철을 죽였고, 이한열을 죽였다.

국민들은 6월 항쟁을 통해 직선제 개헌을 관철시켰고, 오늘의 헌법을 마련하여 정권의 민주적 교체를 가능케 하였다. 전두환은 1996년 8월 26일 사형선고를 받았다.

전두환과 신군부세력에 대한 법의 심판이 완결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역사는 그들을 단죄하였다.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세력은 12·12와 5·17 반란을 통한 권력 찬탈을 기획하지도, 광주시민을 학살하지도, 박종철과 이한열의 목숨을 앗아가서도 안되었다.

그들은 "안되면 되게 하라"는 군인정신에 입각하여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였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그릇된 욕망이 불러일으킨 역사적 비극은 여기에서 끝났어야 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은 불법적으로 계엄을 발동하고 내란을 일으켰다. 시민과 야당은 이를 막아냈다. 상당수의 군인들은 불법 계엄에 동조하지 않았다.

결국 윤석열은 탄핵되었고,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전원일치 의견으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언하였다.

윤석열은 계엄을 발동하지도, 내란을 계획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대통령 곁에 있던 "안되면 되게 하라"는 사특한 군인들을 배척했어야 했다.

OECD 10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몽상가여서는 안되었다. 감히 국민을 계몽시키려 해서도 안되었다. 왜냐하면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는 여전히 잠만 자고 일어나면 해서는 안되는 일들이 발생한다. 대법원에서도, 고등법원에서도, 정당에서도! 대선후보가 한밤중에 자격을 박탈당했다가, 자고 일어나면 다시 환원되는 해괴망칙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들은 군인도 아닌데, 어찌하여 "안되면 되게 하라"는 그릇된 욕망에 빠져 이토록 세상을 어지럽히는가.

도대체 언제쯤 이 땅에서 "안되면 되게 하라"는 허망한 구호가 사라질 수 있을까.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한 역사적 비극은 여기에서 끝내자.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2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