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갈등 관리를 위한 사회적 논의"

@김기태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이사 입력 2025.04.20. 14:18
김기태(시사문화평론가, 전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온통 갈등으로 가득찬 대한민국이다. 이념, 지역, 세대, 성별, 연령 간 갈등이 증폭하면서 한국 사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깊어지는 갈등의 골은 점차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고 급기야는 다양한 폭력 사태로 번지고 있다.

불법적인 비상계엄으로 대통령이 파면당하고 폭도로 돌변한 극우지지자들에 의해 법원이 무자비하게 파괴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갈등은 기본적으로 갈등에 참여하는 이해당사자들의 다양한 주장이나 의견이 충돌하기 마련인데 이른바 진영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극단적 집단의식이 모든 갈등 의제를 압도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갈등은 그 의제의 성격이나 특성에 따라 원인이나 해결 방안 등이 세밀하게 논의되고 제시되어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진영논리가 지배함으로써 갈등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대화나 논의가 원천 봉쇄되어 있는 실정이다.

갈등을 관리하고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도 제도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인의 삶에서 갈등은 보편적인 현상으로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이다.

갈등은 개인의 내적인 욕구의 대립, 사고와 행동의 불일치, 개인 간의 이해관계 대립과 같은 미시적 갈등에서 부터 노사 간의 대립, 정책적 이해 당사자들 간의 충돌, 국가 간 또는 인종 간의 이념적·경제적 대립과 같은 거시적 갈등까지 매우 다양하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갈등의 빈도와 강도는 커지게 된다.

갈등은 사람에 따라 또는 학문 분야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심리학자는 개인과 집단의 측면에서 삶이란 복수의 대립되는 세력 간의 투쟁과 타협의 과정이라는 전제 하에 인간 내면의 인성적인 심리 특성에 입각하여 갈등을 논하는 반면, 사회학자는 주로 집단과 집단 간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입각하여 갈등을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갈등 현상은 이런 두 가지 관점의 혼합 형태로 볼 수 있다.

현대사회 갈등의 유형은 다양하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 의사소통 갈등인데 개인과 사회를 막론하고 서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데서 비롯되는 갈등이다.

흔히 대화가 안되거나 서로 일방적인 주장만 쏟아내는 불통 사회의 전형이다.

한정된 자원을 집단 단위 사이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 발생하는 자원 갈등도 있고, 학연·지연·혈연이 다르거나 자신과 취미나 생각 또는 태도가 다르다고 해서 자기 편한 대로 지각하는 데서 발생하는 인지 갈등도 있다.

또한 평가 및 보상 체계에서 형평성이 결여되었다고 판단될 때 나타나는 불공정 요인 갈등도 흔히 나타나는 갈등 요인 중 하나이다.

그 중 최근 한국 사회 갈등의 가장 중요한 유형으로 권력 갈등을 들 수 있는데 권력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의존을 해야 하는 쪽에서 분출하는 불만과 저항에서 비롯되는 갈등 유형이다.

이렇듯 다양한 갈등 유형이 존재하는 만큼 갈등의 원인 분석과 해소 방안 또한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갈등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갈등을 오히려 개인과 사회의 역동성을 살리고 변화와 발전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런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갈등 관리나 해소를 위한 대안이나 정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공공갈등 관리에 대한 논의는 참여정부에서 처음 시작했다.

당시 참여정부는 권위주의적인 방식인 갈등에 대한 억압과 통제만으로는 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고 인식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갈등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행정절차에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에 기초해서 공공갈등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 그 역할을 맡기고 갈등의 제도적 해결을 위한 연구, 법제 마련, 공무원에 대한 교육, 새로운 사례의 발굴 등을 위해 노력한 바 있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갈등 관리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들이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한국사회 갈등은 다양한 분야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위험 수위에 도달한 만큼 갈등 관리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과 실천이 시급하다.

구체적으로는 각종 정책 수립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방법, 갈등 현안에 대한 객관적 현황 파악을 위한 갈등영향 분석, 갈등 사안에 대한 조정협의회 구성 및 운영, 갈등관리 심의 기구의 상설화 등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6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방안들이 생산적인 논제로 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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