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처하는 방법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입력 2024.12.29. 18:04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사진과 영상들을 악의적으로 합성하는 딥페이크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합성 기술에 인공지능이 활용되면서 이제는 참과 거짓의 분별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12·3 비상계엄을 보고 딥페이크로 생각했다는 후일담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한 딥페이크 기술의 문제는 사람 얼굴과 몸을 결합한 음란물을 제작·유포하는 성범죄가 성행한다는 것이다.

2024년 9월 미국의 사이버 보안기업 시큐리티 히어로는 지난해 상위 10개 딥페이크 포르노 웹사이트와 85개 딥페이크 채널에 게시된 합성 영상물 9만5천820개를 분석한 데이터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무려 53%가 한국인을 합성한 음란물이었다. 합성 피해를 가장 많이 당한 개인을 10위까지 조사했더니 8명이 한국인이었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국가들보다도 심각한 딥페이크 포르노 범죄의 피해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딥페이크 성범죄 추세에서 주목할 것은 가해자의 절대다수가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최근 3년간 합성 음란물로 입건된 피의자 중 10대의 비율은 2022년 61%, 2023년 75.8%, 2024년에는 83%로 증가해 왔다. 청소년의 딥페이크 범죄가 급증하는 것은 신기술의 발전과 이를 관리할 법제도 등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청소년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경험한 알파 세대로서 학교에서 디지털 편집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자랐다. 이러한 디지털 원주민에게 딥페이크 앱의 활용은 땅 짚고 헤엄치기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퍼즐 맞추기 게임을 하듯 이미지를 합성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예컨대 지난 12일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딥페이크 불법영상물 관련 청소년 인식조사'에서 복수로 응답받은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학교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54.8%의 응답자가'장난으로'를 1순위로 꼽았다(중학생 62.2%). '해도 들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 44.1%, '들켜도 처벌이 약해서' 38.2% 등의 응답을 보였다.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이 범죄라는 인식 부재와 기대처벌에 대한 오해가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청소년에게 딥페이크 범죄행위에 대해 처벌의 확실성과 엄격성을 인식시켜 주어야 하다. 해외 서버를 이용하면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조주빈 사건에서부터 악명을 떨쳤던 텔레그램도 CEO 파벨 두로프가 체포된 이후 수사 기관들에 협조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은신처는 존재하지 않는다. 장난이라는 변명으로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얼마 전 처벌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합성한 음란물을 소지하거나 시청만 해도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개정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해진 처벌 규정을 청소년에게 교육하고 아울러 디지털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술적 조치가 필요하다. 딥페이크 합성물 제작 시 자동으로 가짜 표식이 생성되고 청소년 등 제작자에 의해 삭제가 불가한 기술적 보완이 요망된다.

인터넷과 SNS 서비스 제공자는 자체적으로 딥페이크 포르노 검색을 강화하고 신속한 적발과 삭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찰관이 우범 지역을 순찰하듯 딥페이크 탐지 솔루션이 사이버 공간을 불심검문하고 합성 음란물을 신속하게 처벌해야 한다.

새로운 IT기술이 등장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곧이어 보완책이 등장하는 변증법 같은 상황이 반복되어 왔다.

새해에는 법과 기술의 적극적 대응을 통해 한국이 딥페이크 범죄의 원점이라는 오명에서 속히 벗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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