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SNS와 확증편향

@김승휘 변호사 입력 2024.12.22. 17:58
김승휘 변호사


세밑에 초대형 광풍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리고 아직도 그 여풍이 대한민국을 맴돌고 있다. 몇몇 국회의원이 계엄을 일으킬 시나리오를 정부가 가지고 있다며 이를 경계하자.

오히려 그 국회의원들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박하던 이들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이용해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반란을 시도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군사정변을 경험해 보신 40대 이상의 시민들, 군사정변을 경험해 보지는 않았으나 삶 자체로부터 자유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40대 이하의 시민들이 모두 즉각적으로 그 미친 짓을 온몸으로 막아낸 덕분에 우리 국민은 자유와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이번 비상계엄이 외교, 경제, 정치 등 대한민국의 모든 영역에 끼친 악영향이 결코 작지 않지만, 그 대응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지혜와 의지를 생각하면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우리는 그 악영향을 극복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비상계엄을 막는 과정에서 유튜브 등 SNS가 한 역할은 지대한 것이었다. SNS를 통한 자유롭고 광범위한 정보의 유통은 비상계엄에 대한 공론의 장을 금방 만들어 주었다. 그 공간에서 시민들은 비상계엄의 불법성, 그것을 방치할 경우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관한 의견도 신속하게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계엄군으로 동원된 군인들 또한 SNS를 통해 위와 같은 정보를 접하면서 자신의 행위가 정당한 것이 아니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그 생각 때문에 명령에 따른 행동을 신속하고 자신감 있게 하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비상계엄을 통해 달성하려고 했던 결과를 방지하는 데 기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해 보게 된다.

이렇듯 SNS의 순기능을 생각하다가도 도대체 대통령은 왜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에 이르면 SNS가 가진 역기능에 대해서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 채널에 빠져 세상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한다. 삼척동자의 사리분별력도 없는 사람의 짓으로 보이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생각은 상당 부분 위와 같은 SNS 이용 과정에서 형성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주위 참모들 역시 대통령과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테니 어쩌면 그들은 대다수 국민과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특정 채널을 시청하게 되면 그 특정 채널과 비슷한 주장을 담고 있는 채널이 가장 먼저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이용자가 여러 주장을 골고루 살펴보기 위한 노력을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면 비슷한 주장을 하는 채널을 반복적으로 시청하게 되고 결국 그 이용자는 자신이 시청하는 채널에서 보고 듣는 것만을 진실로 이해하게 된다. 위와 같은 현상이 확증편향이다. 이번 비상계엄은 권력자가 가진 확증편향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위와 같은 유튜브 알고리즘은 거의 대부분의 이용자들을 확증편향에 빠지게 만들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로 인한 문제는 이번에 본 권력자의 일탈적 행동과 같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관해 타인과 대화를 시도하다가 도저히 이야기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될 때가 있다. 이야기의 단초가 될 전제사실을 완전히 다르게 이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고 만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도 상당 부분 SNS를 통해 형성된 확증편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확증편향은 이미 국민통합에 심각한 위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SNS의 알고리즘에 대한 어떤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우리 사회는 심각한 집단적 정신분열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SNS의 알고리즘에 대한 규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2024년은 정치초년생을 대통령으로 뽑은 일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룰 수 있는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준 한 해였다. 정치란 반대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한 공간이고, 그 반대의견을 설득하고 타협하는 기술의 장이다. 반대의견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확증편향에 빠져 대다수의 시민과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자가 권력을 쥐는 일이 다시는 대한민국에 일어나지 않기를, 더불어 2025년 대한민국호는 순풍에 돛단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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