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동물학대와 인간폭력의 관련성에 대한 근거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입력 2024.08.18. 17:20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동물 학대의 대상에 포유류, 어류, 조류의 구분이 없다. 말에게 채찍질하는 승마경기는 올림픽 종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낚시에 활어 미끼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복달임 삼계탕이 동물학대의 알고리즘으로 유도된다. 한국에서 동물 학대를 범죄화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사실 2021년 8월까지만 해도 경찰 112 시스템에 동물 학대는 접수 부호조차 없었다. 2021년 9월부터 112에 동물 학대 코드가 생성된 이후 당해 년도는 5천497건, 2022년에는 6천594건이 접수되었다. 여기에 동물 학대 관련 고소·고발 사건과 유기견 업무, 잃어버린 동물을 찾아달라는 민원까지 포함하면 경찰의 동물관련 업무는 상당하다.

'동물보호법'상 동물 학대란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말한다. 범죄학에서는 더욱 광범위하게 규정한다. 일반 긴장 이론을 정립한 저명한 범죄학자 로버트 애그뉴(Robert Agnew)는 동물 학대를 "동물의 고통 또는 죽음에 기여 하거나 동물복지를 위협하는 모든 행위"라고 정의했다. 우리 사회에는 동물권을 옹호하는 입장을 마뜩잖게 바라보는 시선들도 많다. 인간의 범죄 피해 문제들도 많은 판국에 동물권 논의는 가당치 않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동물 학대는 결코 동물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동물 학대를 가까이 들여다보면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관련 연구의 대가인 플린(Flynn)은 저서 '동물 학대의 사회학'(책공장더불어 펴냄)에서 동물 학대를 연구한 결과 대략 세 가지 측면에서 사회 문제화되는 경로와 구조를 확인했다.

첫째, 동물 학대와 여성 대상 범죄 및 가정폭력의 관련성이다. 윌튼과 모스 등(Walton-Moss)은 미국 11개 대도시에서 발생한 여성 대상 범죄를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친밀한 관계의 여성 파트너를 폭행한 그룹에서 반려동물을 더 많이 학대하고 있었다. 가정에서 부모가 동물을 학대하는 장면을 목격한 자녀들에게 폭력성이 증가하는 것도 발견되었다.

둘째, 동물 학대범은 다른 범죄도 저지르는 가능성이 높다. 시카고 경찰은 2001년부터 3년간 동물 대상 범죄자의 자료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동물 학대 가해자의 경우 폭력 범죄는 물론 비폭력적 범행도 일으키고 있었다. 동물 학대자 중 86퍼센트가 2회 이상 다른 범죄로 체포되었는데 이 중 70센트는 강력범죄에 해당하였다. 알루크(Alruke)의 연구에서는 동물학대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재산범죄의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아동기 및 청소년의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위험성이다. 락우드와 처치(Lockwood and Church)의 연구에서 조사 대상 연쇄살인범의 46퍼센트가 청소년기에 동물을 죽이거나 고문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 전력자들의 경우에도 동물을 학대한 비율이 높았다. 머즈(Merz) 등은 아동기 동물학대 경험과 성인 범죄 연계성을 연구했다. 플로리다 중범죄자 교도소에서 폭력범죄로 수용된 재소자와 비폭력 범죄로 수용된 재소자를 대상으로 아동기 학대 경험을 비교했다. 그 결과 폭력범죄 수용자가 아동기에 동물을 학대한 경험은 비교집단에 비해 3배가 높았다. 특히 학대한 동물이 반려동물이었던 경우 폭력범죄의 가능성은 4배가량이나 높아졌다. 물론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동물 학대를 했다고 해서 모두가 폭력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동물 학대 행위와 범죄가능성이 통계적으로 무관하지 않으니, 관심을 두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형사정책적 차원에서 동물학대에 관한 다양한 접근이 요구된다. 예컨대 가정폭력 사건에서 반려동물을 양육하는지 여부를 필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폭력 범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경우 반려동물에 대한 적절한 조치 방안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물 학대 범죄를 지나치게 가볍게 처벌하는 것은 여타 범행들의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아동과 청소년에게 동물권 내지는 동물복지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동물 학대는 목격 등에 의해 학습될 수 있으니 개인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다. 사회적으로 폭력행위를 허용하는 분위기는 폭력을 필연적으로 증가시키게 된다. 관련 연구들은 동물학대는 결국 사람에 대한 폭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강력한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슬퍼요
5
후속기사 원해요
5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2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