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환경은 공존할 수 있을까? 단순한 명제지만, 올림픽과 환경을 공존시키는 건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올림픽은 대규모 사람을 끌어들여 치루는 행사다. 세계 각국에서 선수단이 오고, 경기를 보기 위해 관중이 몰린다. 수천 대의 항공기가 동원되고, 각종 경기장과 선수촌, 호텔이 준비되어야 한다. 환경보다는 자국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올림픽이다. 지금껏 많은 나라가 자국의 능력을 전시하고, 새로운 성장 가능성과 발전의 계기로 올림픽을 개최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은 다르다. 2015년 파리협정을 끌어낸 도시답게 파리는 이번 올림픽을 환경 중심으로 설계했다. 2012년과 2016년 올림픽 대비 탄소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더 적게 그리고 지속 가능한 재료로 건설하기', '재생 가능한 전기 공급', '청정 교통수단과 소프트 모빌리티 장려','새로운 방식의 경기 개최', '음식물 낭비 및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제한'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실제 파리는 새로 경기장을 짓지 않았다. 전체 시설 중 95%는 기존 시설을 활용하거나 임시시설을 짓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또한 반경 10km 내에 경기장을 집중시켜 이동 거리를 최소화했고, 이마저도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시환경을 바꿨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을 올렸지만, 경기장 티켓 소지자에겐 요금을 받지 않는다.
더욱 놀라운 건 선수촌에 에어컨이 없다는 점이다. 파리는 센강의 물을 돌려 건물 온도를 낮추는 지역냉방시스템DCS : District Cooling System)으로 에어컨을 대체했다. 8월 들어 지속적으로 오르는 기온에 선수단 불만이 겹치자 2,500대의 임시 냉방기를 확보했다 하나 파리시의 의지는 분명하다. 에너지를 조금 쓰고, 자원을 절약하는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지역 식자재(local food)를 사용해 음식에 남기는 탄소발자국 또한 줄이겠다는 생각을 실천하고 있다.
처음 진행되는 방식에 여기저기서 불만이 나온다. 그렇게 친환경을 생각하면 올림픽을 아예 개최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견부터 선수들의 건강과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 새로운 대회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격차와 이에 대한 우려, 그런데도 여전히 코카콜라와 같은 환경파괴 기업들이 대회를 후원하고 있는 구조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파리올림픽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분명 파리올림픽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환경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여전히 오염이 심한 센강에서 수영대회를 개최하겠다는 발상은 얀 이달고(Ana Hidalgo) 시장의 입수에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또한 각국에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비용을 들이면 에어컨을 설치하게 해주거나 자국의 식단을 꾸리도록 하는 것은 얄팍한 상술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파리올림픽은 분명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과거 동경올림픽이 골판지 침대로 새로운 친환경 모델을 시도했다면, 파리올림픽은 기후 위기에 대응한 전면적인 '지속가능 모델'을 보여준다. 이것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앞으로 올림픽이 어떻게 개최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새로운 지표라는 것이다.
사실 아직은 어설픔으로 동경의 골판지 침대처럼 조롱거리가 되고 많은 비판을 야기하고 있지만 분명 이 실험은 미래의 흐름이 될 것이고, 변화된 축제나 행사개최의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는데 부정할 사람은 없다. 조금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인구에 회자된다면 변화는 금방 시작된다. 축제와 행사에 '지속가능모델'이 정착될 시점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축제나 행사 또한 바뀌어야 한다. 탄소발자국을 중심으로 기후 위기 시대에 맞춰 재설계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쏘아 올리는 불꽃도, 일회용품도, 과다한 집객과 상업적 유흥도 앞으론 줄여가야 할 요소다. 미래를 위해 새롭게 변해갈 축제의 미래, 우린 파리올림픽에서 그 미래를 보아야 한다.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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