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 정도라니, 꽤나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역력하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8.18 전당대회의 초반 최고위원 경선 판세를 두고 의견들이 분분하다. 최고위원 입성을 통해 호남정치의 복원을 기대했던 입장에서는 더욱 혼란스럽다. 지난 세 번의 도전처럼 호남 출신 최고위원이 또다시 좌절될 것인지, 격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호남정치가 언제까지 변방에 머물러서야 되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다.
민주당이 10개 지역 순회경선을 마친 결과 호남 출신이자, 비수도권 유일의 최고위원 후보인 민형배 후보(광주 광산을)가 전체 8명 중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이변이라는 평가를 받는 정봉주 후보의 1위 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김민석, 김병주, 전현희, 이언주, 한준호, 강선우 후보 모두에게 뒤진 순위다. 권리당원 분포로 볼 때 아직 초반전이긴 하지만, 그 결과가 심상치 않다. 초반 승기가 '밴드웨건'으로 이어져 대세를 좌우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최대 승부처인 호남과 서울, 경기가 남아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이 같은 판세를 놓고 각 후보 진영의 분석도 다양하다. '찐명 경쟁'으로만 보면 민형배 후보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지난 대선 당시 지역 국회의원 중 가장 먼저 이재명 지지를 선언했고 얼마 전까지 중앙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도 호흡을 맞췄다. 검수완박 과정의 '꼼수 탈당' 논란을 극복하고 무난히 복당한 것도 따지고 보면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민 후보가 경선 초반 당선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건 무슨 이유일까. 재선 구청장 출신에, 재선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적 커리어만 보더라도 지금의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일부에서는 전국적인 인지도가 약하다는 부분을 약점으로 꼽기도 한다. 이른바 '개딸' 강성 지지층이 좌우지하는 경선 기류로 미뤄,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와의 갈등설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한때 막역한 관계였던 두 사람이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 경선을 둘러싸고 틀어진 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지역 국회의원들이 자기 정치하느라 호남 최고위원 만드는 데 소홀하다는 이유도 더해진다.
원인이야 어찌됐듯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는 호남 지역민들의 시각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지난 21대 국회 이후 선출직 최고위원에 도전했던 호남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전북의 한병도, 전남의 서삼석, 광주의 송갑석 등 나름 내로라하는 호남 정치인들이 잇따라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 또다시 좌절된다면 4연패가 되는 셈이다.
가뜩이나 호남정치가 소외되고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아온 터라 그 반향은 클 수 밖에 없다. 초선이 대부분인 지역 국회의원들의 정치력 한계도 있지만 언제부턴가 민주당 내 호남정치의 위상은 한참 추락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선거 때만 되면 민주당의 심장부 운운하며 부산을 떨다가, 끝나고 나면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다반사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수도권에 맞서 지역균형발전의 기치를 들어야 할 최고위원마저 실패한다면 그 결과는 암담하다. 수도권 일색인 민주당 지도부로는 지역의 뿌리 깊은 소외와 차별을 해소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리 곱지 않은 상황이라 더 심각하다. 이번 전당대회서도 나타나듯이 제1야당 민주당이 다양성을 잃고 일극체제로 고착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당원 주권주의를 내세운 거대한 흐름의 이면에는 권력화된 팬덤정치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과연 어디로 가고 있나. 민주정당이라면 갖춰야 할 다양한 목소리는 사라지고 이재명 대표 한 사람과 그를 향한 강성 지지층만 가득하다.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아니었다면 더욱 도드라졌을 민주당의 '비민주성'이 안타깝다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지적도 나온다. 이는 총선 이후 25%대 박스권에 갇혀있는 당 지지율이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22~24일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36%인데 반해 민주당은 25%까지 떨어졌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11%P로 오차범위(± 3.1%포인트) 밖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지금 민주당의 모습대로라면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당의 결속은 유지하겠지만 중도 외연의 확장, 나아가 차기 대선 승리는 요원할 수 밖에 없다.
민주당과 호남정치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각은 그만큼 무겁다. 어느 순간 중앙정치의 변방으로 전락해버린 호남정치의 위기감도 크다. 지역의 목소리를 담아 낼 호남 최고위원이 필요한 이유인데 지금 상황은 녹록지 않다. 변화의 불씨, 그 분수령은 전체 권리당원의 33.3%가 포진해 있는 호남 경선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면 서울.경기(39.7%)다.
물론 개인적 호불호야 있을 수 있다. 후보의 친화력이나 공감능력에 의문부호를 갖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개인을 넘어 호남정치의 복원이라는, 더 큰 그림을 봐야 할 시점이다. 지역의 국회의원들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도생할 것이 아니라 호남정치의 부활을 바라는 지역민들의 기대와 우려를 읽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는 늘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 작동했다는 점을 되새기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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