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거꾸로 가는 한국 정치, 그 민주 제도적 대안은?

@김재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교수회장 입력 2024.06.16. 16:24
김재관(전남대 교수평의회 의장)

지난 4월 22대 총선은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점, 즉 극단대립의 폐단과 승자독식의 5년 단임제 '대통령제의 위험', 패권적 양당체제의 문제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다시금 한국 정치개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주기적으로 열리는 각종 선거승리와 집권욕에만 혈안이 되어 국민들을 대중인기영합식 포퓰리즘에 기반한 극단적 혐오·불신·대립의 정치, 곧 소위 광팬이 난무하는 '팬덤'(fandom) 정치를 조장해왔다.

그 결과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며 오히려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건전한 정당정치의 발전을 질식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제도의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그러면 여러 정치제도적 개혁 가운데 무엇이 급선무일까? 주지하다시피 한국정치는 1987년 개헌 이래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의 패권적 거대 양당체제에 기반하여 굴러왔다. 이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 제도는 만성적으로 극한적 대립과 갈등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든 극단의 정치 구조를 확대재생산해왔다. 한국의 5년 단임제 대통령중심제는 승자독식 제도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대립의 양당제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

이 제도가 사회통합을 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사회 및 정치안정을 뒤흔드는 제도로 변질되었다. 이 제도로는 정치세력 간 타협과 조화의 연대의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

또한 때때로 집권 여당이 의회 내 소수정당으로 전락한 가운데 야당이 오히려 의회 내 다수정당으로 대립하는 소위 '여소야대'의 이중권력화 현상으로 말미암아 집권여당은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힘든 상황도 지금처럼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정치상황은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보수-개혁 세력 간 대연정을 구상했을 때보다 훨씬 후퇴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노무현 정신을 외치지만 진보의 가치는 온데 간데 없고 집권욕에 사로잡혀 있고, 심지어 개인 사당화(私黨化) 조짐마저 보인다는 점에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세력과 진보세력 역시 각자의 정치철학과 정책 경쟁이 부재한 채 오로지 집권에만 눈이 멀어 있다. 현재의 5년 단임제 대통령제와 맞물려서 유지되는 패권적 거대 양당은 현재의 소선거구제 하에서 사표 현상을 방기한 채 기득권 집단화했다. 때문에 현 선거제도 하에서 민의 대표성과 비례성은 왜곡되기 일쑤다.

2020년 21대 총선 결과를 보면 한국 선거제도의 폐단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당시 더불어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얻는 정당득표율은 33.4%였지만, 가져간 의석수는 수도권 전제 의석 121석 가운데 85%인 103석을 가져갔다. 33.4%의 정당지지율이라는 민심이 공정하게 드러난 것인가? 이번 4월 10일 22대 총선에서 부산지역 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최근 19대 총선 이래로 가장 높은 45.14%를 차지했지만, 민주당 의석수는 전체 18석 가운데 1석만을 얻었다. 한 끗 차이로 진 것이다. 사표 비율이 월등히 높다. 따라서 선거결과가 최대한 민심을 대변할 수 있고 패권적 양당제도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민주적 제도개혁, 개헌이 필요하다.

현재의 5년 단임제 대통령제보다 4년 중임의 대통령제가 당장 대안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패권적 양당제도의 폐해를 극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의 대통령제보다 민주주의를 더 잘 구현하고 있는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을 제안하고 싶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소수

정당들도 지역구 당선이나 비례대표를 통해 의회로 입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열려야 한다. 현재의 비례대표 의석 수가 불과 46석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는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 의석수 역시 현재의 300석에서 100석을 늘려 총 400석으로 하고, 그 가운데 비례대표 의석수를 현재보다 많은 약 150석 정도 확보하는 것이 정치제도 개혁의 첫 과제라고 본다.

의원내각제 개혁, 비례대표를 대폭 확대하여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 그리고 지역구 의석 역시 중선거구제를 통해 사표를 방지하는 것도 역시 필요하다.

이런 비례대표제도의 개혁이 없다면 이번 22대 총선 비례정당 득표에서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의 사례는 일과성에 그칠 수 있다. 이같은 정치제도 개혁이 단행될 경우 바야흐로 한국 정치는 정치 선진국 독일처럼 극단적 대립보다 경쟁적 다당제 체제 하에서 대연정 혹은 소연정과 같은 연합정치, 연립정부가 가능할 것이다.

당장은 신기루 같은 기대이지만 향후 진보-보수세력 간 조화와 타협 그리고 협력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한국 정치는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온전히 대변하고 실현할 수 있는 안정되고 조화로운 민주적 정치제도를 갖추게 될 것이다. 거꾸로 가는 한국 정치, 그 민주 제도적 대안은 내각제로의 개헌에 따른 경쟁적 다당제가 답이다. 김재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교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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