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자치경찰의 가치와 비전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입력 2024.06.09. 16:23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2021년 자치경찰제가 도입되고 전국 18개 시도에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했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시도지사 소속이면서 독립성이 보장된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자치경찰제의 핵심이다.

근래 7명의 자치경찰위원들 3년 임기가 동시에 만료되면서 제2기 자치경찰위원회로 전환되고있다. 지역 치안의 주관기관이 교체되고 있지만 관심도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간접적으로나마 그 정도를 알아보고자 언론 보도량을 빅데이터로 제공하는 빅카인즈에서 '자치경찰위원회'를 양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분석결과 검색어의 노출 건수는 자치경찰제의 시행 원년인 2021년에 3천441건 것에 비하여 2022년 2천122건, 2023년 1천686건, 2024년 5월 현재 705건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악플보다 무플이 두려운 것처럼 무관심의 증가했을 가능성이다.

현행 자치경찰제도는 이원형 자치경찰 모델이 숙의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돌연 채택된 일원형 자치경찰 모델이다. 상대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던 탓에 도입 당시부터 제도적으로 불완전하다는 평가가 비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경찰권력 분산의 목적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줄곧 지방자치의 완성을 위해 자치경찰제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지방분권적 당위성도 작용했다.

일원형은 기존의 국가경찰조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를 자치경찰사무로 규정하는 업무 중심 개념이다. 반면 이원형 자치경찰은 제주도자치경찰단처럼 별도의 경찰 조직체를 편성해서 운용하는 모델이다. 일원형은 상대적 강조점이 '자치'에 있고 이원형은 방점이 '경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둘 중에서 이원형 모델이 자치경찰제의 본래 목적을 구현하는 데 적합하다. 그런데 일원화 모델도 운영 방식에 따라서 지방자치 시스템에 착근하여 우수한 지역 치안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다.

일원형 모델에는 전담 현장 조직이 없고, 인사권한은 형식적이며 재정은 미흡하여 자체적인 치안 시책을 추진하는 것에는 많은 난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지역사회 유관기관과 상호 협업을 강화하고 주민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에 있다. 이를 감안하여 일원형에는 자치경찰위원회의 7명 위원을 4개의 기관에서 추천하고 지방정부·시도경찰청·교육청 등이 참여하는 실무협의회의 운영을 규정하는 등 협업 요건을 반영하고 있다.

전국 18개 시도의 제1기 자치경찰위원회에서는 유관기관의 협력과 주민 참여 활동에 주력하여 우수한 성과들을 도출해 왔다. 예컨대 전남자치경찰위원회는 자치단체의 층위상 광역 시도에 국한된 자치경찰제의 영역을 22개 시군 기초자치단체로 확대하는 조례 제정을 완성했다.

광주자치경찰위원회는 광주시 교통경찰 및 교육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안전종합대책을 추진했고 청년서포터즈와 빛고을 자전거순찰대를 결성하여 시민의 치안수요를 파악하고 참여를 확대했다. 경남자치경찰위원회는 스토킹 대상 고위험 범죄피해자를 대상으로 민간 경호 지원사업을 시행하여 자치경찰의 협업영역을 민간경비분야로 확대함으로써 실질적인 시민 안전에 기여했다. 경북자치경찰위원회는 정신응급 합동 대응센터를 설립하여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원스톱 관리 체제를 수립했다. 이 밖에도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서 경찰청과 과학치안진흥센터에서 자치경찰 수요기반 지역문제 해결 사업을 통해 지역별 현장 맞춤형 치안 서비스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대구자치경찰위원회는 주민체감 솔루션이라는 상시모니터링 시스템이 연구되고 있고 제주자치경찰위원회는 겨울 폭설을 대비한 도로 결빙 예측 모델 및 위험지수 도출 모델을 통한 교통안전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 광주자치경찰위원회는 광주과기원과 협업하여 자치경찰 수요 기반 지역문제 해결사업의 후속 연구에 참여하여 과학적으로 광주의 치안수요를 발굴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고유한 치안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시도들은 자치경찰제가 시행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자치경찰제의 또 다른 중요한 유용성은 중복행정을 최소화하고 전문가와 전문가를 연결하여 행정의 효율성을 향상하는 것에 있다. 예컨대 광주광역시가 수립한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 획에는 여성 심야귀가 안전동행단 운영,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 성매매 등의 불건전 정보 차단 등에 대한 세부사업이 수립되어 있다. 이러한 광주광역시 여성폭력방지정책은 경찰청에서 추진하는 여성보호 업무와 상당 부분 중복된다. 국가경찰만 존재하던 시기에는 이러한 중복성 여부를 파악할 수 없고 협업에 대한 인식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서 국가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협업을 고려하고 주민의 수요를 반영하는 치안 서비스를 도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현재 일원화 모형으로 자치경찰제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법률과 조례와 제도적으로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행 자치경찰제의 한계점만을 부각하고 비난하는 평가는 실속이 없다. 자치경찰제의 도입 이후 분명히 주민을 위한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시민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필자가 2022년 광주시민 1천500명을대상으로 자치경찰 활동에 참여에 관심이 있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응답자의 32.7%(478명)가 관심이 있거나 매우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시민의 참여 의사를 우리 동네 치안활동으로 연결한다면 우수한 지역 치안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자치경찰제의 성공을 위해 자치경찰위원회의 가치를 바로 알고 그에 상응하는 격려와 응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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