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총선 그 후··· 호남은 어디로 가는가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대표 입력 2024.05.12. 17:31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대표

지천으로 깔린 꽃향기에 취해 잠깐 감았던 눈을 떠보니, 어느새 봄날이 간다. 오는 듯 가는 게 봄날이라 그래서 더 아쉽다. 봄날의 추억,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했던 것은 역시 4·10총선이다. 정권심판론의 광풍 속에 야권 압승, 조국혁신당 돌풍, 민주당 호남 싹쓸이 등의 전과물들이 선명하다.

불통의 용산도 도도한 총선 민심에 따라야 한다는 여론이 드세다. '마이 웨이'식으로 끝난 취임 2년 기자회견 수준으로는 턱도 없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신조어를 낳았던 민주당 공천파동의 생채기도 여전하다. 역사는 또 그렇게 흘러가는 모양이다. 봄날 광풍이 휩쓸고 간 그 자리에서 호남을 다시 돌아본다.

민주당 압승의 이면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호남 의석을 싹쓸이 했지만 속내를 보면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거대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오만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권심판론이라는 '쓰나미'에 힘입어 민주당이 압승하긴 했으나 이제는 차분히 민심의 명령이, 그 요구가 무엇이었는지 조목조목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1대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광주·전남 지역구 18석은 모두 민주당 후보들이 차지했다. 겉으로만 보면 민주당의 심장부 호남에서 2연속 싹쓸이였다.

하지만 비례대표 정당투표 결과를 따져보면 과연 민주당이 압승했다고 자신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최종 집계 결과 광주·전남에서는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광주의 경우 조국혁신당이 47.72%를 얻어 36.26%에 그친 더불어민주연합을 무려 11.46%포인트나 앞섰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전남지역도 조국혁신당이 43.97%를 차지해 더불어민주연합(39.88%)을 크게 앞섰다. 이쯤 되면 싹쓸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다.

왜였을까.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이른바 '지민비조' 교차투표의 결과지만 그 이면을 보면 민주당에 대한 반감 또한 적지 않았다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인 호남의 정치구도. 그래서 늘 호남의 유권자들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는데, 조국혁신당이라는 대안이 나타나면서 쏠림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민주당이, 특히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이 우왕좌왕 할 때 조국혁신당은 정권심판과 검찰개혁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제시한 게 주효했다.

민주당은 선거 때만 되면 호남이 민주당의 심장부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과연 호남을 위해 얼마나 진정성을 보였는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깔려 있다.

보수정당은 호남에 대해 의도적으로 고립작전을 펼치는데, 민주당은 그저 집토끼 정도로 소홀히 한다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정권재창출에 실패했다는 상실감에, 총선 공천파동의 어두운 그림자도 한몫 했다.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나 비호감도는 오랜 고민이기도 하다. 만약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지금처럼 흔들린다면 차기 대선 길목에서 큰 산으로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초선의원 경쟁력은?

총선 이후 호남 지역민들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의문부호는 초선 경쟁력이다. 22대 광주지역 국회의원 당선인 중 초선 비율은 8명 중 7명, 87.5%에 달한다.

광주·전남을 통틀어도 61.1%(11명)나 된다. 선수(選數)가 완장이 되는 냉엄한 국회에서 과연 초선의원들이 제대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초선이 대다수였던 지난 21대 국회에서 호남 정치력 부재를 경험했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벌어진 일이지만 언제까지 총선이 초선들의 무덤이 돼서야 되겠는가.

당선인들 입장에서는 열정이 넘치고 의지 또한 강한데, 왜 자꾸 지적질이냐고 푸념하겠지만 최근 국회 상임위 배정 논의를 보면 딱히 잘못된 우려도 아닌 듯하다. 광주의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한 데 모여 상임위 배정에 관한 의견을 모았다고 하는데, 지역의 핵심 현안을 다룰 상임위가 빠졌다.

5조원대 아시아문화도시 조성사업을 다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군공항 이전 관련 국방위원회를 희망하는 당선인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번지르르한 총선 공약과는 달리 지역현안을 외면하는 모양새다.

전남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농림해양수산위원회를 비롯해 특정 상임위로의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모두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겠지만 이래서야 어찌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선량이라고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호남의 기대 부응해야

22대 국회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호남의 기대가 크다. 지역민들이 국회의원 당선인들에게 바라는 희망사항 또한 자명하다.

무엇보다 호남정치를 되살릴 정치력과 경쟁력이다. 지난 국회에서 호남 의원들은 중앙정치 무대 내 존재감이 없었고 그러는 사이 호남정치는 변방으로 밀려났다. 이번에 새롭게 입성한 국회의원들은 다를 것이라는 의견들이 쏟아진다.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해 호남정치도 살리고 지역의 현안도 챙기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새로운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는 모 사회학자의 말처럼 신선한 충격을 기대한다.

당선이 되는 것보다, 당선이 돼서 무엇을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호남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라.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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