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리(三理)가 실종된 정치에서 삼합(三合)의 혁신으로”

@임기철 GIST 총장 입력 2024.04.21. 15:59

구약성서의 출애굽기(Exodus)는 모세의 일대기에서 비롯된다. 원래 히브리인으로 태어난 아기 모세(Moses)를 나일강가 바구니에서 건져내 키운 여인은 이집트의 공주였던 비티아였으니 입양을 한 셈이었다. 절대 왕조를 통치하던 바로(Baro)는 권력을 지닌 독재자였고 혈연은 아니지만 모세의 삼촌이 되는 관계이다.

모세와 바로는 겸손과 오만의 상징적 구도 속에서 영웅들의 대결로 묘사된다. 모두가 알듯이 이는 홍해 도하작전에서 권선징악의 가치로 대비되면서 승패가 판가름 난다.

총선 여정이 끝났다. 정치 평론가들은 ‘불통과 오만을 심판한 국민이 항상 옳았다’고 목청을 돋운다. 하지만 여진은 지속될 테고 2년이 지나면 불길은 지방선거로 옮겨붙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한국의 정치에서 삼리(三理)가 사라졌다. 정치인게 소중한 가치였던 합리(合理)와 윤리(倫理), 그리고 의리(義理)가 실종됐다는 뜻이다. 합리는 어떤 사안을 판단할 때 이성을 기반으로 추론하고 결정하며 타인을 설득하는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인류가 지닌 근본이다. 윤리는 인간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며, 의리 역시 대인관계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로여겨진다. 하지만 한국인은 부끄럽게도 양심과 상식을 바탕으로 정치인을 선택하는 데 소홀했다. 올바른 식견이나 건전한 판단을 의미하는 양식(良識)이 작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가 경쟁력은커녕 불건전한 산업으로 추락하는 조짐이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놓고 벌이는 소모적인 논쟁과 비판은 자칫 누군가 독배를 마셔야 끝날 듯싶은 우려를 낳는다.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비생산적 행

태는 진전도 없이 유사한 궤적에 따라 반복될 뿐이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집단지성의 양식을 토대로 통찰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동력을 찾아내는 게 이 시대 우리의 과업이 아닐까.

 한 시대의 주요 사건이나 역사를 보는 시각의 차이는 크게 두 가지 갈래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나는 긍정적 성찰을 통한 새로운 동력 창출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적 내재화로 증오심과 복수심을 유발하고 원한 관계를 심화시키는 행태이다. 긍정적 성찰 과정에서는 어떤 사건이라도 역사적 유산으로 삼아 소중한 자산이 되게 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동력과 에너지로 작동하도록 결집한다. 하지만 부정적 대응 과정에서는 증오를 앞세우므로 상처와 피해의식은 복수로 남아 미래를 위한 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하게 마련이다.

이처럼 온 나라가 잘못된 정치적 대응 과정과 습속에 매몰돼 있는 동안에도 기술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산업 전선에는 쉴 틈이 없다. 21세기 뉴 그레이트 게임으로도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전 1라운드는 미국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국은 3년 전인 2021년 4월부터 시작된 반도체 자국 생산주의를 표방하면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를 유치한 결과, 반도체 생태계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이 AI 반도체 전쟁에서는 미국에 패했지만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최근 국지전의 양상이 드론 전쟁으로 바뀌면서 세계 드론 시장의 3/4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드론 굴기’와 함께 우리에겐 새로운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세계질서가 핵심 과학기술 보유 여부에 따라 크게 요동치는 시대이다. 정치의 계절이 물러갔다 하더라도 우리의 화두가 미래 번영과 희망이어야 함은 당연하다.

국가 경쟁력이 하향곡선을 그리는 지금, 우리의 결기를 미래 준비와 청년 세대를 위한 혁신으로 모아야 한다.

혁신은 삼합(三合)의 결집체다. 먼저 아이디어와 상상력으로 꿈꾸는 자(Dreamer)와 이를 현실로 구현하는 자(Builder)와의 결합(結合) 과정이 필수다.

이 과정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들이 융합(融合)되는 게 다음 단계이다. 이어서 금융 시스템과 시장에서 경합(競合)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경쟁력을 지닐 때 비로소 혁신은 완성되는 것이다. 과학의 달, 삼합의 혁신으로 미래세대와의 공감과 결속에 나서자.?임기철(GIST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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