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민주당 꼴이 참으로 딱하다. 역대선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공찬잡음의 수준을 넘어섰다. 공천파동, 공천파열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 속에 민주당뿐만 아니라 총선판도 전체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따지고 보면 22대 총선이 어떤 선거인가. 대한민국 역사에서 절체절명의 시점 중에 하나로 기록될 선거 아닌가.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경쟁 속에 한 국가의 경쟁력이 추락할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다.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경제지표들, 고단한 민생경제의 틈바구니에서 신음하는 서민들을 어루만져야 할 시기다.
윤석열 정부 아래 위기를 맞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지방의 위기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의료대란은 또 어떤가.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서, 총선을 앞둔 각 정당과 후보들이 과연 어디쯤 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얘기부터 꺼내는 것이 나만의 뒤틀린 시각 때문은 아닐 것이다. 지난 21대 총선부터 강조해 왔던 시스템 공천이 흔들리면서 바람 잘 날 없는 곳이 지금의 민주당이다.
'친명 횡재 비명 횡사'라는, 듣기에도 섬뜩한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당 안팎이 소란스럽다. 밀실공천, 사천논란도 뜨겁다. 현역평가 하위 10~20% 선정을 둘러싸고 객관성 논란이 불거졌다. 4선의 국회부의장이 전격 탈당하고 다른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특정 선거구에서는 현역의원을 배제한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실시돼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전략지역구 선정으로 사실상 컷오프된 한 의원은 당 대표 회의실을 점거한 채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광주.전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지역의 대표적 친명인사가 현역인 선거구에서는 여론조사 2,3위를 배제하고 꼴찌후보를 경선대진표에 넣었다.
뒤늦게 삭발항의와 재심까지 거치는 한바탕 소란 끝에 3인 경선으로 조정됐다. 꼼수 경선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광주 2개 선거구에서는 여론조사 수위권을 달리던 후보들이 줄줄이 컷오프 돼 당 지도부를 향한 공개비판이 이어졌다.
현역의원을 배제한 여론조사와 하위평가, 전략공천설로 몸살을 앓고 있기는 전국 상황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비명 배제, 친명 구도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그 그림자가 너무 짙다. 다른 지역은 물라도 민주당 경선이 본선이고,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호남지역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다면 그 폐해는 실로 클 수 밖에 없다. 그리스 로마 신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민주당에 대한 피로감으로 새로운 선택지를 찾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지만 제3지대 신당의 행태도 썩 호감은 아닌 듯하다. 4개 정치세력이 모여 개혁신당을 띄운 지 불과 11일 만에 갈라선 지점에서 한계가 보인다. 오월동주(吳越同舟)였을까.
서로 다른 정치이념과 가치 때문에 결별이야 예상했지만 그 시간이 이처럼 짧을지는 몰랐다. 유권자들에게 어떤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도 문제다. 그저 제3지대 신당이니, 양당정치의 폐해를 막기 위해 지지해 달라는 것이라면 답답하다. 그런 점에서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는 호남에서 보다 선명한 정책과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호남 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국민의힘도 '서진정책'을 내세워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으나 아직은 역부족이다. 역대 선거와 비교해 가장 많은 예비후보들이 나선 점 정도가 고무적이다.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의문이다.
정당도 정당이지만, 그 안에 속한 후보들에게도 심각한 한계가 엿보인다. 여의도에 입성해 과연 무얼 하겠다는 것인지, 특히 기대가 컸던 정치신인들 얘기를 빠트릴 수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볼 때면 기대와 격려가 앞서지만 그 이면에 우려 또한 적지 않다.
구태 기득권 정치인들과는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할텐데, 참신함과 혁신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른바 친명팔이까지 등장했다. 새로운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데는 취약하다. 당선보다 더 중요한 게, 국회의원이 된 뒤에 무엇을 할 것이냐 일텐데, 그들이 경멸해온 구태 정치인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선거는 축제다. 유권자들에겐 희망을 안겨야 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지역과 국가의 미래비전에 대한 기대감이 차고 넘쳐야 제대로 된 선거다.
정당의 주요 정책과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서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하고자 의지가 생기도록 하는 것, 거기에 선거의 지향점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지금의 구시대적 정치권 행태로, 유권자들의 희망을 키울 수 있을까.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답은 자명하다. 정치권이 변하지 않는다면 유권자들 스스로 심판하는 수 밖에... 그것이 곧 정치개혁이자 혁신의 지름길이다.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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