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근본적이고 획기적 저출생 대책 필요

@김경례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입력 2024.01.28. 19:48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지난 18일, 여야 모두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시급하고도 중요한 정책이라며 저출생 극복 대책을 내놓았다.

인구대체율 2.1명을 한참 밑돌고 있는 초저출생 문제는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으며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줄곧 있어 왔으나 금번 총선의 대책 발표를 계기로 정책선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인구재앙이라는 정해진 미래에 대비한 정교한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적극적 의지 표명 속에서 저출생 대책을 총선 제 1호 공약으로 발표하였다.

"육아휴직을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적 격차 해소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아빠 육아 휴가 1개월 의무화 정책이다. 또한 육아휴직 월 급여 상한액을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자녀 초등학교 3학년 까지 총 5일 사용가능한 자녀돌봄휴가제도 신설, 근로시간 단축 근무 급여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증액, 대체인력 지원금 8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인상, 외국인 대체인력 필요 시 외국인 고용허가 한도 상향 조정, 저출산대응 회계 신설 등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은'결혼·출생·양육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구조'를 지향점으로, 부모와 자녀의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에 초점을 맞춘 주거, 자산, 돌봄, 일·가정양립 지원 정책 등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주거 분야에서는 자녀 수에 따라 평형의 차이(2자녀 20평대, 3자녀 30평대)를 둔 분양전환 공공임대 주택 제공, 신혼부부 주거지원 대상 확대(현행 7년→ 10년 차)를 제안했고 자산 분야에서는 청년층의 결혼·출산 비용 지원금 제도, 소득·자산과 무관하게 모든 신혼부부에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을 대출하고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제시했다.

돌봄 문제에 있어서는 '아이돌봄 서비스 국가 무한책임 보장'을 기치로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의 아동수당 지급, 출생 직후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매달 정부가 10만원씩 펀드 계좌 적립 등을 통해 총 1억원의 양육비를 보장하겠다고 한다.

특히 부모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자동으로 등록되도록 하고, 부모의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국민의 출산 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 급여를 보편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로써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 및 남성 육아휴직 강화 효과도 제고해 보겠다는 것이다. 또한 양당 모두 중소기업 근로자에게는 출산 및 육아휴가가 '그림의 떡'이라는 현실을 의식한 듯 국민의 힘은 육아휴직 동료 업무대행 수당 신설, 더불어민주당은 육아휴직 급여 월 50만원 추가 인상이라는 중소기업 근로자 대상 대책도 제시하였다.

거대 양당의 저출생 대책은 주로 직장을 다니는 근로자 중심의 휴가 연장, 현금성 지원 중심의 정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신혼부부의 주거 확보 문제의 대응책과 취업 여부와 무관하게 출산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 급여를 보장하고 자녀의 고등학교 졸업까지의 양육비를 국가가 책임져 보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저출산 대책은 획기적이다. 그렇지만 재원마련이 숙제로 남아 있는 듯하다.

반면, 주로 일·가정 양립제도 마련에 초점을 맞춘 국민의 힘의 저출산 대책은 과연 출생율 반등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이다.

특히 남성 출산휴가 1개월 의무화제도는 획기적이나 1개월로 남성 육아휴직 사용증가와 육아분담 문화 확산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출생 대책은 획기적이기만 해서는 안된다.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무한 경쟁의 교육과 높은 사교육비,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전세 사기를 걱정해야 하는 주거 불안, 만연한 성차별과 젠더 폭력, 결혼 및 출산과 함께 당연시 여겨지는 경력단절 등의 사회구조적 문제의 해결책이 함께 모색되지 않으면 공염불이거나 제한적인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를 낳으면 지원하겠다는 정책이 아니라 여성과 청년의 삶이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인 남자는 40세까지 91%가 결혼하지만 하위 10%에서는 47%밖에 결혼하지 않는다. 직장이 있는 사람이 취업을 못한 사람보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이 비정규직인 사람보다 결혼할 의향이 높다.

또한 우리나라 청년의 취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10%가량 낮으며 취업한 청년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이며 비정규직의 60%가 여성이다.

또한 지난 20년 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1.5배에서 1.9배로 증가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청년과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기 어렵다.

여성의 독박육아도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육아휴직 사용과 관련해 OECD 국가 평균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2배 더 많은 데 반해, 우리나라는 여성이 남성보다 10배 더 많이 사용한다. 여성이 가사와 육아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사회에서는 출산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부모 육아휴직 의무화를 통해 가사와 양육분담 문화를 확산해 나가야 한다.

저출생은 여성과 청년층이 겪는 사회적 불평등의 결과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저출생 대책은 여성과 청년층의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대책이어야 한다.

여성과 청년의 사회안전망 확대, 육아 및 돌봄에 대한 완벽한 국가 책임제, 소득 격차의 해소가 출생율 반등을 위한 근본적 대안이 될 것이다.?김경례(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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