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출장길에 들른 인연으로 대전 성심당 이야기를 본 칼럼에 쓰게 되었고, 이어서 다음 달에는 우리 남도의 순천 화월당 이야기도 쓰게 되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독자들로부터 전국 3대 빵집의 하나인 군산 이성당 스토리 마저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급기야 지난주에 서둘러 군산을 다녀왔다. 군산항 가까이 있는 이성당은 비교적 찾기가 쉬웠고 접근도 아주 편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근처를 지나는 사람마다 큼지막한 노란 봉투에 빵을 사 들고 다녔으며, 이성당 앞에 가보니 평일인데도 빵을 사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는 빵집이라면 바로 군산에 있는 이성당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일본 시마네현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건너온 일본인 히로세 야스타로씨가 1910년 초반 군산에 이즈모야 (出雲屋)라는 제과점을 열었고, 그로부터 113년이 지나도록 지금까지 같은 장소에서 장수하고 있는 백 년 가게가 바로 이성당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 이 제과점은 군산에서 규모가 제일 컸으며, 커피숍과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했다고 한다. 특히 메이지유신 이후 빵 문화에 익숙해진 일본인들을 주 고객으로 삼았기에 성장세가 멈추지 않았다. 그 후 1945년 해방이 되면서 이석우 씨가 적산가옥이 된 이 가게를 불하받아 오늘의 이성당으로 발전시켰는데, '이성당'이라는 상호는 "이 씨 성을 가진 가게가 번성하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그런 이후 이종사촌인 조천형 씨가 이성당을 물려받았고, 부인 오덕례 씨를 거쳐 현재는 며느리인 김현주 씨가 대표를 맡아 4대째 성업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 볼 수 있는 포장지와 간판에 since 1945라고 밝힌 것을 보면 일제강점기는 제외한 채 해방된 해부터 가게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최근에 새롭게 건축한 신관부터 살펴보았더니 다양한 신제품으로 가득하였고, 특히 젊은 MZ 세대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게 많았다. 이어서 본관에 들어가 보았더니 이성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단팥빵, 야채빵을 전국에서 찾아온 여행객들이 줄을 서서 사느라 여념이 없었다. 빵 애호가들이 앞다투어 사는 이곳은 이제 빵 투어, 빵지 순례차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여기에서 이성당이 왜 명문장수가게가 되었는지를 알려면 군산항의 발전과정부터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897년 개항한 이웃 목포항에 이어 군산항은 1899년 개항하였다.
금강하구와 중부 서해안지역에 자리한 지리적인 특징 때문에 고려시대부터 물류유통의 중심지였던 이곳이 넓은 호남평야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쌀을 수탈하기 위한 적출항으로 적소였다고 한다.
그래서 근대문화유산 도시로 널리 알려진 군산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유산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조선은행, 장기십팔은행, 군산세관은 물론, 대형창고, 철도, 관사 등, 당시 수탈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증거물들이 많기에 우리는 군산에서 뼈아픈 교훈을 되새겨 볼 수 있다.
오늘의 이성당이 명문장수기업이 되는 이유는 성심당, 화월당과 마찬가지로 시민들로부터 우선 사랑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성당이 처음 생겼을 때와 같은 초심으로 모두에게 변치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 고 하는 경영 신조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이성당을 다녀 간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이성당의 가치가 살아 숨 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 경영철학에서 이성당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소중한 기업가치가 내부고객은 물론 외부고객에게 까지 정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적극적인 PR (Public Relations)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대전의 성심당처럼 문화원을 만들어 한눈에 발전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서 이성당에서도 우리나라 명문장수가게 기업가정신을 청년들이 배워 실천할 수 있도록 역사관 건립을 서둘러야 한다.
박성수 광주전남지역혁신플랫폼 총괄운영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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