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남도의 명문 장수가게를 찾아서

@박성수 광주전남지역혁신플랫폼 총괄운영센터장 입력 2023.07.02. 13:07

1979년경이니 지금부터 44년 전 일이다. 당시 필자는 순천에 있는 국책은행 지점장 대리로 초임발령을 받아 근무하고 있었다. 마침 은행 점포는 지금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제과점 화월당 옆에 있었으니 운이 좋은 셈이었다.

그때 화월당 창업자인 조천석 회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은행을 출입하였던 터라 그분을 자주 뵐 수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단신으로 부임해 온 필자가 아침을 제대로 챙기지 못함이 안쓰러웠는지 그분은 조찬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셨다. 참으로 고마운 나머지 수락하였고, 그다음 날 아침부터는 날마다 꼬박꼬박 회장님이 손수 만드신 샌드위치와 맛있는 빵을 같이 나누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투철한 장인정신을 갖고 계시는 분으로 성품이 착하셔서 편하게 사랑을 갖고 대해 주셨기에 길이 기억에 남는다. 틈날 때마다 불우한 이웃들에게 직접 만드신 빵을 함께 나누며 사시던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세월이 흘러 안타깝게도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오늘의 화월당은 잘 키운 아들과 손자가 도맡아 경영해온 덕분에 이제는 3대에 걸친 장수명문가게로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100여 년 전인 1920년, 순천에 거주했던 일본인 고바야시에 의해 세워진 화월당(花月堂)은 1928년에 15세의 조천석이라는 소년이 입사하면서 오늘의 화월당 역사를 쓰게 되었다. 더없이 근면 성실했던 점원으로 인정받으며 성장한 이 청년은 해방 이후 화월당의 주인이 되었고, 최선을 다하며 경영일선에 나서 차츰 사세를 키워 갔다. 그러나 70, 80년대 이후 프렌차이즈 빵집이 속출하면서 침체기를 겪게 되었고, 그 후 IMF 위기에 처하면서 화월당은 존립 자체가 힘들게 되었지만 온 가족이 하나로 똘똘 뭉쳐 시련을 이겨 낼 수 있었다. 특히 '찹쌀떡'과 '볼카스테라'는 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인기 상품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게 되었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디지로그 선풍에 힘입어 전통 빵 맛에 다시 눈을 뜨게 되었고, 오랫동안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좋은 평판 덕택에 화월당은 옛 명성을 회복하게 되었다. 이러던 중 지난 2006년 순천만이 연안 습지로는 국내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가입, 대한민국 제1호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는 쾌거가 있었다. 또한 2012년에는 여수세계박람회가 성공리에 열렸고, 2013년 들어 대한민국 최초의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인기를 끌면서 화월당은 일약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영광스럽게도 광주전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이 화월당을 장수기업의 성공모델로 발굴, 백년가게로 선정하였다. "식재료는 최상급, 고객은 최고만족"이라는 경영철학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극복해 낸 화월당은 그 후로 관광객 맞춤상품 선호도가 아주 높아졌다. 상품 자체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입소문만으로도 전국적으로 택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택배로 주문하면 사나흘 만에야 맛을 볼 정도로 제품이 달린다니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향토기업 화월당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발전해가야 한다.

남도의 장수기업으로서 시도민들로 부터 사랑받는 명문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화월당이 지속가능하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고객을 생각하는 백년가게로 거듭나야 한다. 창업자의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 정신'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노력해 가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번에는 칼럼에서 대전 시민이 사랑하는 성심당 사례를 언급한 적이 있다.오늘의 명문 장수가게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 책자를 보면서 화월당도 이처럼 향토기업으로서 자기 도시에 밀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대전에 기반을 둔 성심당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서울 유명백화점 본점 입점 권유도 단호하게 거절하는 모습은 참으로 기억에 남는다. 우리 남도의 백 년을 지향하는 가게들도 장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처럼 야무진 결심과 각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박성수 광주전남지역혁신플랫폼 총괄운영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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