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선배를 찾아온 후배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3.06.11. 14:23

5월에는 광주에 많은 손님이 찾아온다. 5월 18일 공식 추모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그날을 비켜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그저 사람이 많이 몰리는 때를 피해 늦게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10일간의 항쟁이 끝난 뒤 죽은 누군가를 추모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 지난 5월 27일에도 김의기 선배의 죽음을 추모하는 서강대 후배들이 광주를 찾았다.

"피를 부르는 미친 군홧발 소리가 고요히 잠들려는 우리의 안방에까지 스며들어 우리의 가슴팍과 머리를 짓이겨 놓으려고 하는 지금,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 무참한 살육으로 수많은 선량한 민주시민들의 뜨거운 피를, 뜨거운 눈동자와 가슴을 오월의 하늘 아래 뿌리게 한 남도의 봉기가 유신잔당들의 악랄한 언론탄압으로 왜곡되고 거짓과 악의에 찬 허위선전으로 분칠해지고 있는 것을 보는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경북 영주 출신의 김의기는 1980년 5월 18일 농민운동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에 왔다가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과 공수부대의 만행을 목격했다. 23일 무사히 광주를 빠져나온 그는 서울로 가서 광주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다가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남기고 5월 30일 오후 5시 종로 기독교회관 6층에서 떨어져 죽었다. '광주사태'가 진압된 뒤 그 진상을 바깥에 알린 첫 번째 사건이었다.

해마다 5월 서강대 재학생과 졸업생은 대동제 전날 밤 교정에서 추모문화제를 열고, 기일을 전후로 한 주말 선배가 묻혀 있는 광주를 방문한다. 올해에도 기념사업회 임원들과 10여 명의 재학생이 국립묘지에 잠들어 있는 선배를 찾아왔다. 선후배들이 광주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망월동으로 만나러 갔다. 학창 시절 함께 최루탄 냄새를 맡으며 아스팔트 위를 달렸던 나이 든 선후배를 만나는 것도 기뻤지만, 무엇보다 광주와 아무 연고도 없이 자기 부모보다 나이가 많을 선배의 죽음과 선배가 그 죽음을 통해 알리려고 했던 1980년 5월 광주의 엄청난 희생을 기리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어린 후배들을 만나는 것이 정말 기뻤다.

참배를 마친 후 시내로 이동하는 동안 잠시 기회를 얻어 5·18에 대한 생각을 후배들에게 들려주었다. 이 광주기행에 참가한 10여 명의 학생도 서강대생이라는 공통점을 빼면 다 다를 텐데, 5·18에 참가한 수많은 사람이 멀리서 보면 한 덩어리 같아도 얼마나 다양하겠는가, 그런 만큼 5·18은 굉장히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고 그런 사실이 5·18의 정치적 의미와 역사적 가치를 전혀 훼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5·18을 '자유민주주의 헌정 수호' 노력으로 해석하여 3공화국 헌법이나 6공화국 헌법을 위한 투쟁 정도로 축소하지 말고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사람의 꿈을 여러분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발전시키면 좋겠다, 1980년에 광주가 안에서 노력했고 김의기 선배와 같은 사람들이 또한 바깥에서 노력했듯이, 5·18이 죽은 과거가 되지 않도록 광주도 앞으로 안에서 노력하겠지만 여러분도 밖에서 함께 노력해주면 좋겠다.

구도청에서 출발해 민주광장을 가로질러 전일빌딩, 녹두서점과 YWCA 옛터, 홍남순 변호사 가옥 등을 해설사와 함께 둘러본 우리는 오월밥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광주 음식은 어딜 가든지 다 맛있지만, 오월을 맞아 찾아온 특별한 손님에게 평범한 곳에서 저녁을 대접할 수는 없었다. 이곳은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들이 미래 세대를 위해 배상금을 출연해 세운 (사)광주마당이 재단 건물 1층과 지하에 연 식당이다. 시민 100명이 100만 원씩을 모아 '좋은 뜻을 가진 이들이 작당하고 모의하는' 곳을 만들었다. 김의기 선배의 뜻을 기리기 위해 광주에 온 후배들에게 저녁을 대접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을까. 광주의 정갈한 음식에 더해 특별히 준비한 흑산도 홍어와 담양산 대대포 막걸리를 기분 좋게도 후배들이 아주 맛있게 먹어주었다.

광주와 직접 관계가 없는 후배들이 앞으로도 계속 김의기 선배를 통해 광주를 찾을 것이고, 5·18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광주와 관계된 인구를 전국적으로 끊임없이 늘리고 있는 김의기 열사에게 광주시정 발전에 대한 그 현저한 공로를 기려 광주 명예시민의 지위를 부여해도 좋지 않을까?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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