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어머니의 박사학위

@탁용석 전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입력 2023.04.23. 14:36

어머니는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어머니가 학교에 입학할 무렵 육이오 동란 중에 당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홀로 남은 외할머니는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당신 옆에 두셨기 때문이다.

아마 어머님께는 평생의 회한이고 아픔이겠지만 우리가 도와드릴 방법이 없어 세월이 그냥 지났고 이제 어머님은 80을 훌쩍 넘긴 할머니가 되셨다.

늘 그런 어머니를 위로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올 봄에 드디어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일을 실행에 옮겼다. 어머니께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일이었다.

박사학위는 학문의 세계에서 무수한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여 소정의 과정을 거치고 그 분야에 괄목할 만한 업적을 만들었을 때 비로소 수여된다. 아무나 받을 수 없다. 필자도 대학을 졸업했지만 박사학위애 도전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런 권위있는 학위를 어머니께는 무슨 분야의 업적을 기리고 학위분야를 정하여 수여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당연하게 학위 심사위원이 되어줄 우리 가족들에게 어머니의 업적을 증언하도록 했다. 그 위원회에는 당신의 남편도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정리해 보니 다음의 성적이 도출되었다. 첫째 오 남매의 어머니로서 자녀 모두를 대학까지 졸업 시키고 성혼시켜 가정을 이루도록 했으며 지금까지도 김장철이면 텃밭에 배추 심어 김장을 자녀에게 나눠주는 철인 같은 어머니이니 자녀 양육과 교육 분야의 전문성이 박사 이상이었다. 두번째 어머니는 시집오셔서 홀 시어머니를 모셨다. 우리 할머니는 동네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분이셨는데 어머니의 증언은 자신은 시어머니로부터 너무나 사랑받은 며느리였다고 한다. 돌아가시고 일년을 마루 한 켠에 제사상 차리고 아침마다 밥을 올리셨다. 효부학의 권위자라 칭할 만하다. 셋째는 아내로서의 역할이다. 고단한 시골 살림에 남편은 지방 공무원이고 공사다망하셨던 분이라서 농사일은 주로 어머니 담당이었다. 한해도 실패없이 농사를 지어내셨으니 가정학과 농경제학에도 권위가 있다고 평가가 되었다.

심사위원회는 어머니가 박사로서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업적과 결과물을 남겼다는데 단 한사람의 이견도 없이 합의에 도달했고 어머니의 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 학위는 위의 성과를 종합하여 어머니 박사로 하고 수여자는 당신의 가족들이 모두 서명하도록 했다. 어머니는 깜짝 선물에 감동하셨고 행복해하셨다.

가정사를 이런 공적 칼럼에 쓰는 일이 주저되었지만 돌아보니 우리 마을의 모든 어머니들이 우리 어머니와 달라 보이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의 어머니들도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이유로 시고 매운 인생을 살아오셨다. 이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어머니들이 우리 어머니와 같은 업적을 남기셨을 거다.

오월이 되면 많은 가족들이 서로를 찾고 위로하며 감사한 마음을 주고받는다. 가족들이 부모님의 노고를 기억해 주고 기록을 남겨서 형식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참고로 박사학위 내용이 정리가 되면 인터넷에 학위증이나 상장을 인쇄해주는 업체에 부탁하면 몇 천원이면 생각보다 멋진 증서를 만들 수 있다. 집안 일에 가족들의 의견들이 분분한 경우가 많지만 경험상 이번일은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게 참여했다.?탁용석 전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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