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광역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 예정인 가사수당제도에 대한 시민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이는 가사노동과 가사수당제도에 대한 시민의 인식과 여론을 파악하여 가사수당제도 도입의 타당성 점검과 정책 설계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광주시민 1천여명(만19세 이상 만64세 미만 1천45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6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이번 인식 조사를 통해 광주시민의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 및 가사노동 실태, 그리고 가사수당제도에 대한 찬반 여부 및 정책 수요를 파악할 수 있었다.
광주시민은 음식준비, 청소 및 정리, 세탁 및 의류관리 등 전통적인 가사노동의 영역을 가사노동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독립적인 성인 돌보기, 공과금 납부, 가전제품 관리, 인테리어 등 가정관리 영역, 차량관리 및 유지, 쇼핑, 반려동물 돌보기 등 사회의 변화와 함께 새롭게 포함된 가사노동 영역은 상대적으로 가사노동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낮았다. 가사노동의 범위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가정 내에서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답변이 93.5%로 나타나 설문에 참여한 광주시민 대다수가 가사일을 하찮고 쉬운 일이 아니라 수고로움을 필요로 하는 '노동'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가사노동은 가족과 사회를 유지·재생산하는 필수 노동'이며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답변이 97.2%, 96.9%로 각각 나타나 가사노동의 성격과 가치 존중의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의 시민들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편, 광주 시민은 가사노동에 평일은 평균 2.8시간, 주말 또는 휴일은 평균 4.0시간을 사용하고 있고, 맞벌이 부부의 경우 평일 2.7시간, 주말 4.3시간, 전업주부의 경우 평일 6.1시간, 주말 6.5시간을 평균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맞벌이 가정 보다는 외벌이 가정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시간이 더 길며 가족과의 가사노동 분담 비율을 볼 때 여성 56.6%, 남성 24.3%, 본인 및 배우자 외 가족 19.0%로 나타나 여전히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민선 8기(강기정 시장)가 추진하고 있는 가사수당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80.5%가 찬성(7.5%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광주시민의 정책적 수용도가 매우 높았다. 또한 가사수당제도 설계 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지급대상의 경우 혼인여부, 연령, 성별에 비해'미성년 자녀 수'(63.3%), 가구 소득수준(56.7%), '부모 부양 여부(47.0%)'순으로 지급대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고 마찬가지 맥락에서 자녀양육과 부모부양을 책임져야 하는 생애주기별 연령대인 40, 50대(40대 89.6%, 50대 82.7%), 소득수준이 낮은 가구(중위소득 100%이하 72.6%)에게 우선 지급을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또한 돌봄 필요 가족구성원이 있는 가정의 우선 지급(92.2%), 부모급여·아동·청년·노령 수당 등 각종 수당 수혜자 중복지급 불가(64.7%)의견이 높은 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가사수당은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모든 시민에게 지급되는 것이 타당하나, 지급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면 가사노동의 수고로움이 상대적으로 가중될 것으로 예측되는 시민들에게 우선 지급되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사수당 지급 시 적정 지급액과 기대효과에 대한 광주 시민의 인식을 살펴보면, 적정 지급액으로는 '월 10만원 이하(월 3만원, 5만원 이하 포함)'가 59.2%의 지지를 받았고 90% 이상의 시민이 가사수당이 도입되면 가정경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가사노동의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가격(수당 금액)으로 환산할 수는 없다. 월 10만원으로 책정된다 하더라도 2019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1인당 가사노동의 가치, 년 여성 1천380만원, 남성 521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일 뿐만 아니라 가사노동의 사회적 공익 가치는 수치화하여 책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여, 가사수당제도는 지급액의 문제가 아니라 허드렛일, 무가치하거나 저가치한 일로 여겨졌던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를 국가와 사회가 존중하고 책임지겠다는 일종의 상징적 가치 실현 정책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모든 정책은 항상 '시기상조'라는 담론과 정책적 실현의 다양한 난관에 부딪혀 왔다. 하지만 새로운 길은 사회적 공론과 합의를 거쳐 새로운 역사가 되고 어느새 자연스러운 우리 삶의 일부가 된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다섯 번째는 성평등이며 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세부목표 중 하나가 무급 돌봄 노동 및 가사노동의 가치 인식 제고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공공 가사서비스 지원사업과 돌봄 지원정책, 가정 내 가사 노동 분담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주·인권의 도시, 광주광역시가 추진하고 있는 가사수당제도가 전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가사노동의 가치 인식 제고를 위한 수범 정책으로서 그 울림과 공명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해 본다. 김경례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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