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김정호 법무법인 이우스 변호사 입력 2022.06.20. 12:47

최근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언행이 표현의 자유로 허용되는지 논쟁이다.

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의 욕설과 소음을 동반한 집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씁쓸함을 금할 수 없게 한다.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욕설과 고성을 쏟아내는 상황은 우리가 현재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자괴감이 들기 때문이다. 증오와 혐오가 표현의 자유를 방패막이로 삼는 것을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 그러나 설사 욕설과 혐오를'표현의 자유'로 포장하여 방어 수단으로 악용한다고 할지라도 표현의 자유와 법치주의 또한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제도라는 고민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양산집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전직 대통령 자택을 집회금지 장소로 정하거나 집회의 내용을 규제하려는 법안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집회의 자유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점에서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다. 욕설과 혐오 집회는 민사상의 가처분이나 형사상 모욕이나 명예훼손죄의 처벌을 통해 규제할 수밖에 없고, 집회의 내용 자체를 직접 규제하는 방식은 사실상 집회 허가제가 될 위험이 있다.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훼한 전두환 회고록의 내용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될 수 있는지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언론출판(표현)의 자유가 정신적 자유권의 중핵일 뿐 아니라 민주 사회의 초석이 되므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헌법의 내재적 한계가 있다. 우리 헌법 제21조 제4항은'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직접 규정한다. 전두환은 관련 소송에서, 책을 재판정에 세움으로써 학문의 자유를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해당 서적의 특정한 표현은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허위사실을 주장하여 다른 사람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까지 표현의 자유나 학문의 자유의 보호범위에 포섭될 수 없다는 사법적 판단을 받은 것이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표현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광훈 목사와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해서는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은 구체적 사실적시가 아니라 의견표현이어서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공론의 장에 나선 공적 인물이나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표현의 자유는 민주 사회의 근간이 되는 기본권이어서'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산주의자 발언에 대한 무죄판결은 사실적시와 의견표현이 뒤섞여 있는 측면이 있는 점과 표현의 자유에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어서 아쉽다. 표현의 자유가 법이 보호하는 가치의 범주를 벗어나'혐오 발언'으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은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분단체제의 현실에서 공산주의자라는 매도와 비난이 자칫 사회적 낙인효과로 이어지고 피해가 상당할 수 있는 점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민주주의는 결과의 산물이 아니라 과정과 기회 제공의 산물이다. 표현의 자유는 다수결에 의해 국민주권주의의 이념을 현실화하는 방편을 제공한다. 표현의 자유의 보장 정도는 민주주의의 성숙성과 법 제도의 건강성을 상징하는 것이며, 민주주의 제도와 표현의 자유가 뗄 수 없는 한 몸인 이유이다. 우리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증오와 혐오와 왜곡의 언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사실의 영역에서는 왜곡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표현이 이뤄지고, 평가와 판단의 영역에서는 자신의 가치관과 경험에 따라 다양한 의견으로 나뉠 수 있는 건강하고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사회구성원들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정호 변호사(법무법인 이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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