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탈출 막아라" 광주시장 선거 달구는 '꿀잼도시'

입력 2021.12.01. 18:11 이삼섭 기자
현직·유력 후보 저마다 ‘재미’ 공약
인구 유출·도시경쟁력 돌파구 키워드
무등일보 ‘노광탈 프로젝트’ 같은 궤
‘표심용 구호’ 한계…실행 계획 귀추
최근 전국적으로 대형 테마파크가 추진되고 있지만 호남권은 논의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림은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최근 한 강연에서 '22세기형 디즈니랜드' 유치 공약을 위해 제시한 자료. 더큐브정책연구소 제공

내년 광주시장 선거를 달구고 있는 키워드는 '꿀잼'이다. 현직 시장은 물론 유력 후보까지 저마다 '재미있는 도시'를 위한 구상을 내놓고 있다. '꿀잼' 키워드가 급부상한 이유는 도시경쟁력을 높여 더욱 심각해지는 인구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또한 여가문화산업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얽힌 게 많아 단순 선거를 위한 '표심용 구호'가 아닌 구체적 실행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섭 "소홀했다…'펀(Fun)시티' 만들 것"

최근 이용섭 광주시장은 최근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가문화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광주 대전환준비 TF팀을 이달 발족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즐길거리(펀 뉴딜) 강화다.

이 시장은 임기 내 광주형일자리사업 순항, 인공지능(AI)산업 육성 등 크고 작은 성과를 언급하면서도 "재미난 도시를 만드는 데 다소 소홀했다"며 여가문화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 인정했다. 그러면서 "임기 절반을 코로나와 싸우느라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펀(Fun)시티' 구상안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올해 광주지역 내 이슈 중 하나였던 대형복합쇼핑몰 유치와 관련해서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창 유치 논쟁이 뜨겁던 지난 8월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전통시장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유치할 시점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던 것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 시장이 비교적 시정을 원만하게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여가문화산업에 대해서는 소홀했다는 지적과 그에 따른 지역민들의 불만을 의식한 탓이다. 이 시장의 달라진 태도는 십수년째 표류 중인 어등산관광단지 등 여러 현안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어등산관광단지는 교외형 아울렛과 특급호텔, 놀이시설 등이 복합된 공간으로 계획돼 여가문화 향상에 대한 지역민의 기대를 모았지만 10년이 넘도록 '사업자 리스크'로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시정에 대한 비판이 늘고 있던 참이었다.

이 시장은 사업자 지위를 취소한 데 반발하는 서진건설을 향해 "지역발전은 안중에도 없이 사익만 챙기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시민들의 이익에 거스르는 정의롭지 못한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강기정 "22세기형 디즈랜드 유치"

내년 광주시장 선거에서 이용섭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되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의욕적으로 지역민들의 여가문화 욕구를 공략하고 있다.

강 전 수석은 호남권에 최신 기술이 융복합된 '22세기형 디즈니랜드'를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수도권은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와 같은 전통적 테마파크는 물론 근교인 화성에 유니버셜스튜디오, 춘천에 레고랜드 등 세계적 테마파크와 무수히 많은 대형복합쇼핑몰 등이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경상권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대형복합쇼핑몰은 물론 최근 '오시리아관광단지'라는 100만평이 넘는 부지에 롯데월드, 특급호텔, 프리미엄아울렛 등 다양한 여가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이 때문에 강 수석은 '호남권 만 없는' 테마파크를 만들면서 그 안에 지역민들이 목말라하는 대형복합쇼핑몰과 특급호텔 등을 들어서게 하겠다는 구상을 갖게 됐다.

그는 최근 이 같은 구상을 밝히면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한국형 씨월드' 공약이 지금 부산 롯데월드와 오시리아 복합리조트 쇼핑몰이 됐다"면서 "2012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한국형 유니버셜 스튜디오' 경기도 공약이 지금의 10조원 규모의 화성 테마파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남권은 역사적으로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 유치를 단 한번도 제안하거나 요구한 적이 없다"며 "앞으로 재미없는 호남에 누가 여기를 오겠습니까"라고 말했다.

특히 광주시장 도전자 입장인 강 전 수석은 현 광주 상황에 대한 강한 비판을 곁들이며 특히 청년층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강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디즈니랜드 공약을 꺼낸 배경과 관련해 "젊은이들이 서울로 간다. 여러 까닭이 있겠지만 젊은이들은 간단히 말한다. '노잼이잖아요"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대로 가다간 청년들이 다 떠나고 산천초목만 고향을 지키겠다"며 "노잼이 아니라 꿀잼의 고향, 꿈을 찾아 떠나지 않고도 꿈을 실현하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단순 '꿀잼' 아닌 도시경쟁력 직결

유력 시장 후보들의 이 같은 여가문화산업 공약은 단순히 도시를 예능판으로 만들자는 구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을 중심으로 더 많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도시로 떠나는 '탈광주' 현상과 광주시민들이 여가문화를 찾아 주말마다 수도권으로, 충청권으로, 경상권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광주의 뒤처진 여가문화산업으로 '광주를 찾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도시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는 무등일보가 기획연재하고 있는 '노광탈 프로젝트'(노잼도시 광주 탈출 프로젝트)와 궤를 같이 한다.

특히 여가문화산업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는 점도 후보들이 적극 여가문화산업 육성 의지를 밝히는 이유다. 롯데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지점 당 1천500여명에 이르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올해 대전에서는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가 개관하면서 3천여명에 이르는 대전·충청지역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고향에서 일자리를 갖게 됐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구호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광주와 전남에서도 수차례 대형복합쇼핑몰, 프리미엄아울렛, 코스트코 등이 입점을 시도했지만 지역 상인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상인단체들의 반발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의지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지역민 상당수가 원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 몇차례 사례에서 보듯이 이익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면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도 광주의 자산으로 남길 수 있도록 빈틈없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역 상인단체들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자녀 세대들과 미래 청년이 살고 싶은 광주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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