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 5분의 4가 보행자 겸용에 충돌 위험
광주천 '전용도로' 행정 '안이함'에 구조적 결함
시민 간 갈등 높아…서로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
구도심 창의적 방법 통해 안전한 통행 확보해야
'몰이해'가 갈등 키워…시민 교육·홍보 적극 必

광주 내 자전거나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 등 두바퀴 이용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자전거도로'가 지목된다. 자전거전용도로는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자전거도로 대부분이 인도에 설치되면서 두바퀴는 두바퀴대로 불편하고, 보행자는 안전에 위협받는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행자와 자전거를 분리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무엇보다 자전거와 PM은 물론 신체 약자층들을 위한 휠체어와 전동스쿠터 등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안전한 통행'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차로 위 자전거 전용도로나 우선도로 확보가 어렵더라면 인도의 폭을 넓혀 보행자와 자전거 모두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도심의 경우 일방통행 확대를 통해 주차장과 자전거길, 보행로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된다.
다만, 자전거 이용자뿐만 아니라 자동차 운전자 등 전 시민을 대상으로 자전거 이용에 관해 정확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전거도로 78.94%가 인도 위에
2022년 기준 광주시 자전거도로 총연장은 374개 노선에 걸쳐 667.62㎞다. 이 중 보행자 겸용도로는 342개 노선, 526.59㎞다. 인도 위에 깔린 자전거도로가 전체 도로 중 78.94%에 이른다. 자전거전용도로는 103.88㎞(15.55%), 자전거전용차로 26.05㎞(3.9%), 자전거우선도로 11.1㎞(1.66%)다.
자전거전용도로는 분리대나 연석 등으로, 전용차로는 차도에 차선으로 구분해 자전거가 이용될 수 있도록 한 도로다. 자전거우선도로는 차도와 구분되지는 않지만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노면에 표시해 둔 도로다.
자전거도로는 지난 2006년과 비교해 보면 크게 늘지 않았을뿐더러 대부분 인도 위에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2006년 자전거도로는 294㎞로, 2022년까지 16년 동안 총 373.62㎞ 연장되는 데 그쳤다. 이마저 264.59㎞는 보행자 겸용도로다.
광주시가 발간한 '2024 자전거지도'를 살펴보면, 자전거전용도로는 영산강과 황룡강, 광주천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강변이나 천변이 아닌 곳은 임방울대로(10.4km)가 유일했다. 그마저도 수완동과 월계동 사이 도천동 구간(1.5km) 구간은 자전거도로가 없어 단절 문제를 겪고 있다. 또 자전거전용차로는 황룡강 일대를 빼면 하서로(2.5km)가 유일하다.
◆인도에선 보행자, 차로에선 차량과 싸운다
광주 자전거도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는 기본적으로 좁은 공간과 시야 확보 문제 등으로 보행자와 충돌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특히 좁은 인도에서는 보행자와 두바퀴 이용자가 부딪힐 가능성이 더욱 높다.
또 인도는 자전거나 PM이 다니기에 적절한 설계가 돼 있지 않다. 경사가 심하거나 노면이 울퉁불퉁한 경우가 많은 탓에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위험하다.
그러다 보니 도로 공유를 두고 두바퀴족과 보행자 간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두바퀴족은 자전거도로를 보행자가 막는다고 느끼고, 보행자들은 속도가 빠른 두바퀴족을 잠재적 위협 대상으로 보게 된다.
차로도 마찬가지다. 두바퀴족들에게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된다. 차량은 속도가 느린 두바퀴족들이 길을 막는다고 생각하고, 두바퀴족은 속도가 빠른 차량에 위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나마 비교적 최근 조성된 택지지구나 대로변은 인도가 넓어 보행과 자전거의 충돌 위험은 덜하다. 그러나 구도심의 경우 좁은 인도에 자전거도로까지 만들어지면서 사고 위험이 크다. 더군다나 좁은 인도에 가로수와 화단까지 있어 안전사고 위협이 상시적으로 도사리고 있다.

◆광주천 자전거전용도로인데도 '충돌'
광주 두바퀴족들이 그나마 안심하고 달릴 수 있는 광주천 자전거전용도로마저도 광주시 행정의 안이한 인식에 보행자들과 충돌 상황이 빈번하다.
광주 도심을 관통하는 광주천에는 한쪽에는 자전거전용도로가, 한쪽에는 보행로를 설치했다. 광주천을 양쪽으로 분리해 자전거 통행과 보행을 분리하겠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현실은 자전거전용도로와 보행로 모두 뒤섞여 통행하는 상황이다. 시민들이 다리를 건너는 불편을 감수하기도 힘들뿐더러,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서는 최소 수백미터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천 자전거전용도로로 출퇴근한다는 백모 씨(45)는 "광주천은 유일하게 자전거가 속도를 낼 수 있는 곳이지만 보행자들과 충돌 위험 때문에 마음 편히 달릴 수 없다"면서 "자전거전용도로인데도 오히려 보행자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자전거 관련 권위자인 김광훈 광주에너지파크 센터장은 "광주천의 한쪽을 보행로로, 한쪽을 자전거전용도로로 하면 보행과 자전거 통행이 분리될 거라고 행정이 쉽게 생각한 것이다"며 "서울 한강처럼 자전거전용도로 바로 옆에 보행길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시도 구조적 문제를 인정했다. 실제 이와 관련해 민원이 많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광주시 도로과 관계자는 "현재로서 자전거 통행과 보행을 분리하는 게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자전거전용도로 쪽에 보행공간을 확보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전' 통행 위한 분리 정책은 필요한데…
근본적으로 두바퀴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차로와 보행로와 분리해 별도의 안전한 공간을 확보해 줘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도로나 인도가 좁은 구도심에서 자전거도로를 확보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다. 그럼에도 다양한 접근법과 창의적 해결책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으로 기존 도로의 차로를 줄이거나 일방통행으로 전환해 자전거도로를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동시에 주차장도 조성해 고질적인 주차난까지도 개선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김 센터장은 "국내에서는 일방통행 차로가 상권 활성화를 가로막는다는 부정적 인식이 있는데, 오히려 차량 흐름도 빠를뿐더러 노면 주차장을 확보해 상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용도로 확보가 어려울 경우 두바퀴의 갓길 이용이 가능토록 오른쪽 차로를 넓히고 자전거 표시를 그려 넣는 방식(자전거우선도로)이 제안된다.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두바퀴족의 안전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다.
김 센터장은 구도심에 굳이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들지 않고도 지정차로(자전거우선차로) 등을 통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도심 도로는 통행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차로 갓길로만 다녀도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가장자리는 30㎞로 속도제한을 하고 나머지는 50㎞로 한다면 자전거가 안심하고 다닐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민 이해 부족도 갈등 원인…"교육, 홍보 필요"
이용 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시민들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어디가 자전거전용도로인지 보행 겸용인지 혹은 어디에서 자전거 통행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에 대해 시민들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 센터장은 "일차적으로 자전거가 차라는 걸 시민들이 잘 모른다"면서 "원래 자전거는 차로 가자 우측 차로로 다닐 수 있지만, 자동차 운전자 대부분은 그거에 대해 모르니 자전거 이용자들이 위협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이라는 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교육하라는 게 아니라, 전 시민에게 자전거 이용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광주천 자전거전용도로만 하더라도 자전거전용도로라는 표시만 해놨지 어디에도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다는 설명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통문화연수원이나 운전면허 시험에서든 자전거는 차이고, 차로 가장자리로 다닐 수 있다는 것을 계속 알려줘야 자전거에게 양보해 주는 인식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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