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행정절차 대부분 마무리
KDI재조사·사업비 협의 관건
섬 주민 이동권·생명권 달려
국가균형발전 종합 판단 주목

신안군 흑산면 예리 일원에 추진 중인 흑산공항 건설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재조사를 거치며 중요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총사업비는 당초 1천833억 원에서 6천411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이후 핵심 행정절차는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다. 이제 남은 것은 KDI 재조사와 총사업비 협의다.
흑산공항은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이 추진하는 국가사업으로, 총면적 68만3천㎡ 부지에 활주로(1,200m×30m), 여객기 계류장 5면과 제빙시설 1면, 연면적 3천200㎡ 규모의 여객터미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가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사업의 필요성 변화보다 제도 변화와 장기간 지연이 있었다. 항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소형항공운송사업 기준이 50인승에서 80인승으로 상향되면서 착륙대는 80m에서 150m로, 종단안전구역은 30m에서 90m로 확대하는 설계 변경이 이뤄졌다. 여기에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건설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이 더해지면서 총사업비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근거해 지난해 2월부터 KDI 타당성재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흑산공항은 처음 경제성이 부족했던 사업이 아니었다. 2013년 7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비용편익비(B/C) 4.38, 정책성 평가(AHP) 0.814를 기록하며 사업 추진의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당시 기준으로는 같은 시기 추진된 울릉공항보다 높은 경제성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사업이 장기간 지연된 것은 환경 규제를 이유로 번번이 제동이 걸리면서다.
공항 예정지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구역에 포함돼 있었고, 국립공원위원회 심의가 여러 차례 보류됐다. 이후 공원구역 해제와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됐지만, 그 사이 항공기 운항 기준 변경과 물가 상승이 겹치며 사업비가 늘어났다. 즉, 사업비 증가는 사업의 필요성이 줄어든 결과가 아니라 장기간 지연과 제도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이후 흑산공항은 2015년 기본계획 고시, 2017년 실시설계 착수, 2023년 공원구역 해제, 2024년 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와 실시설계 완료 등 주요 행정절차를 대부분 마쳤다. 현재 남은 핵심 절차는 KDI 타당성재조사와 총사업비 협의뿐이다.
흑산공항 건설은 서남해 도서지역 주민들의 기본권이 달린 사업이다.
흑산도와 가거도를 비롯한 서남해 도서지역 주민들은 기상 악화 시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면 육지와 단절되는 상황을 반복해서 겪고 있다. 병원 진료와 통학, 생필품 공급은 물론 응급환자 발생 시 신속한 이송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역에서는 흑산공항을 관광시설이 아니라 주민의 이동권과 응급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 공공 인프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흑산도는 대한민국 최서남단을 대표하는 유인도서다. 지역에서는 흑산공항이 단순한 지역 숙원사업을 넘어 대한민국 최서남단을 연결하는 국가 기반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백령공항과 울릉공항이 국가적 필요성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흑산공항 역시 도서지역 이동권과 국가균형발전, 해양 접근성 등 정책적 가치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재 진행 중인 KDI 타당성재조사는 사업비 증가에 따른 경제성뿐 아니라 정책성과 공공성도 함께 검토하는 절차다. 결과에 따라 총사업비 협의와 후속 행정절차가 이어질 전망이다.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한 것은 사업 여건과 사업비였지만, 도서지역 주민들의 이동 불편과 의료 접근의 어려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KDI 타당성재조사는 단순히 사업비 증감만을 판단하는 절차를 넘어, 도서지역 주민의 이동권과 생명권, 국가균형발전은 물론 대한민국 최서남단의 해양 접근성과 국가 기반시설로서의 정책적 가치까지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신안=박민선기자 wlaud2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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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청년들 “삶의질, 기회, 성장”···권역별 '문제 진단'은 차이
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광주역 스테이지(STA·G)에서 진행된 ‘전남광주 청년 주도 정책 설계 워크숍’.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광주에 청년이 원하는 직종과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같은 직무라도 수도권보다 임금·복지·경력개발 기회가 낮아 취업·이직 과정에서 타지역 이동을 고민하게 됩니다.” (광주권)“광주와 순천·여수 등 동부권 사이의 이동시간이 길고 직통·광역 교통편이 부족해 출퇴근과 출장 부담이 큽니다. (동부권)“목포를 포함한 서부권 전반에서 문화·여가와 자기개발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고, 청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취미·교육·직업훈련 선택지가 제한적입니다. (서부권)지난 5일 북구 광주역 스테이지(STA·G). 광주연구원과 광주청년센터·전남청년센터가 마련한 ‘전남광주 청년 주도 정책 설계 워크숍’에 참가한 각 권역별 청년 140명이 낸 목소리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수도권이나 타 권역과 비교해 양질의 일자리, 문화적 인프라 격차와 이에 따른 경험의 격차 등이 현 지역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꼽았다. 특히 해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투자·소비·문화시장이 더 축소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이는 다시 지역의 일자리와 정주 여건을 악화시킨다는 의견을 냈다. 이와 관련, 청년들은 지역이 추구해야 할 핵심적인 가치로 삶의질, 기회, 성장을 제시했다.광주권 청년들이 지역 현안과 이를 위한 원인과 배경, 정책적 수요에 대해 논의한 뒤 정리한 내용.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광주권, 일자리 ‘미스매칭’·주거 부담 완화 목소리그런 가운데 권역별로는 청년들이 생각하는 문제 진단은 조금씩 달랐다. 우선 광주권 청년들은 양질의 직종·일자리 부족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근로수당·휴가·복지 수준이 낮아 청년이 일자리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역기업과 청년의 ‘직무 미스매치’도 문제로 지목했다. 문화·여가·공간 측면에서는 ACC·비엔날레 외에 청년이 일상적으로 이용할 공연·영화·전시·팝업·소모임 공간과 광주만의 대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다수가 제기했다. 특히 무료·저비용으로 오래 머물 수 있는 거점공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차가 없는 청년은 일자리·교육·문화활동 선택 자체가 교통여건에 제약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낮은 임금에 비해 월세·보증금과 주택구입 부담이 커 독립과 자산형성이 어렵고, 결혼·출산을 앞둔 청년에게도 주거비가 큰 부담이라는 의견을 냈다.개선책으로는 지역의 작은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도록 기반을 확충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 청년들이 창업이나 실직 실패 이후에도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줄 것으로 요구했다. 또 지하철·환승체계·심야교통 개선을 제시했고, 로컬크리에이터·공실 활용 거점공간 확대 필요성도 언급했다.광주권 청년들이 제기한 지역의 문제들과 이를 위한 정책 개선.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동부권, 광역·권역 내 교통망 ‘부족’ 한목소리동부권 청년들은 광주 또는 동부권(여수, 순천, 광양 등) 내에서도 이동시간과 대중교통 불편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결혼과 귀농 등으로 새로 정착하는 청년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지역 네트워크에 들어가기 어렵고, 참여 기회도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때문에 타 지역에서 온 청년들이 소속감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이를 키우는 청년에게 의료 접근성이 중요한데 지역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가까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특히 시민 의견보다 행정이 주도하고 부처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청년·시민이 지역문제 해결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냈다.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생활권 교통시간 단축과 출퇴근 이동 지원을 제시했다. 광주에서 전남으로 일자리를 찾아 출퇴근하는 청년의 부담과 동부권 이동시간 문제를 중심으로, 광주 어디에서 출발해도 순천·여수 등 전남지역까지 이동시간을 줄이는 광역교통 개선과 거리 기준 통행료·버스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 광주 수준의 문화·여가·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점차 많아지는 외국인들이 필수 민원을 가까운 지역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행정 대응 역량을 높이고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차별이나 정보 부족을 겪지 않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시민이 먼저 지역문제를 제안하고 행정·연구기관이 반응하는 참여 구조를 구축해 시민의 권한과 참여 기반을 넓혀 달라는 목소리도 있었다.서부권 청년들이 생각하는 지역의 문제들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방안.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서부권, 일자리 ‘절대 부족’…외곽지역 접근성 낮다서부권 청년들은 중견기업 이상 일자리 부족과 도서·외곽 지역의 접근성 격차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들은 목포·무안 등에서도 중견기업 이상 기업이 드물고 공공기관, 농수산업, 조선·제조업, 영세 자영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강해 청년이 선호하는 안정적·경력개발형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기했다. 목포를 포함한 서부권 전반에서 문화·여가와 자기개발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고, 청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취미·교육·직업훈련 선택지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적인 직업훈련을 받기 위해 충청권이나 수도권 등으로 이동했다는 경험담도 털어놓았다.신안 등 도서 지역 등은 회의나 정책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배와 차량을 이용해야 할 정도로 이동거리가 길고, 광주나 중심도시와 동일한 기준의 교통비·참여수당을 적용받아 실제 부담이 다르다는 의견이 있었다. 권역 내 거리와 교통여건에 따른 접근성 격차가 청년의 정책 참여와 생활서비스 이용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무안·신안 등에서는 가까운 중·고등학교까지 30~40분이 걸리거나 교육 선택지가 제한되다 보니 결혼·출산 이후 자녀교육을 고려할 때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검토하게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청년정책이 취업·창업지원금 위주로 알려져 있고 정책 정보를 아는 사람에게 지원이 반복되는 구조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각 지역의 자원과 산업여건을 기준으로 산업 방향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취업준비생 지원에 그치지 않고 사회초년생, 비정규직·계약직, 프리랜서, 1인기업 등도 포함해 취업 이후의 경력개발과 자기개발을 지원하고, 지역기업 탐방·체험 프로그램과 직무교육을 확대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지역 청년이 조합원과 근로자로 참여하고 지역사업에서 수익을 만들어내는 청년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방식의 일자리 모델을 지원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책 대상 청년을 정주인구로만 한정하지 말고 지역을 오가며 생활·활동하는 청년들까지 포함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이번 워크숍에서 나온 청년들의 의견은 광주연구원이 수행 중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청년정책 기본계획(2027~2031)’에 반영된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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