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공항, 13년 기다림 끝낼 마지막 관문··· KDI 재조사 본격화

입력 2026.07.30. 15:50 박민선 기자
총사업비 6천411억으로 증가
핵심 행정절차 대부분 마무리
KDI재조사·사업비 협의 관건
섬 주민 이동권·생명권 달려
국가균형발전 종합 판단 주목

신안군 흑산면 예리 일원에 추진 중인 흑산공항 건설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재조사를 거치며 중요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총사업비는 당초 1천833억 원에서 6천411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이후 핵심 행정절차는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다. 이제 남은 것은 KDI 재조사와 총사업비 협의다.

흑산공항은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이 추진하는 국가사업으로, 총면적 68만3천㎡ 부지에 활주로(1,200m×30m), 여객기 계류장 5면과 제빙시설 1면, 연면적 3천200㎡ 규모의 여객터미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가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사업의 필요성 변화보다 제도 변화와 장기간 지연이 있었다. 항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소형항공운송사업 기준이 50인승에서 80인승으로 상향되면서 착륙대는 80m에서 150m로, 종단안전구역은 30m에서 90m로 확대하는 설계 변경이 이뤄졌다. 여기에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건설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이 더해지면서 총사업비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근거해 지난해 2월부터 KDI 타당성재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흑산공항은 처음 경제성이 부족했던 사업이 아니었다. 2013년 7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비용편익비(B/C) 4.38, 정책성 평가(AHP) 0.814를 기록하며 사업 추진의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당시 기준으로는 같은 시기 추진된 울릉공항보다 높은 경제성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사업이 장기간 지연된 것은 환경 규제를 이유로 번번이 제동이 걸리면서다.

공항 예정지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구역에 포함돼 있었고, 국립공원위원회 심의가 여러 차례 보류됐다. 이후 공원구역 해제와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됐지만, 그 사이 항공기 운항 기준 변경과 물가 상승이 겹치며 사업비가 늘어났다. 즉, 사업비 증가는 사업의 필요성이 줄어든 결과가 아니라 장기간 지연과 제도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이후 흑산공항은 2015년 기본계획 고시, 2017년 실시설계 착수, 2023년 공원구역 해제, 2024년 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와 실시설계 완료 등 주요 행정절차를 대부분 마쳤다. 현재 남은 핵심 절차는 KDI 타당성재조사와 총사업비 협의뿐이다.

흑산공항 건설은 서남해 도서지역 주민들의 기본권이 달린 사업이다.

흑산도와 가거도를 비롯한 서남해 도서지역 주민들은 기상 악화 시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면 육지와 단절되는 상황을 반복해서 겪고 있다. 병원 진료와 통학, 생필품 공급은 물론 응급환자 발생 시 신속한 이송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역에서는 흑산공항을 관광시설이 아니라 주민의 이동권과 응급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필수 공공 인프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흑산도는 대한민국 최서남단을 대표하는 유인도서다. 지역에서는 흑산공항이 단순한 지역 숙원사업을 넘어 대한민국 최서남단을 연결하는 국가 기반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백령공항과 울릉공항이 국가적 필요성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흑산공항 역시 도서지역 이동권과 국가균형발전, 해양 접근성 등 정책적 가치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재 진행 중인 KDI 타당성재조사는 사업비 증가에 따른 경제성뿐 아니라 정책성과 공공성도 함께 검토하는 절차다. 결과에 따라 총사업비 협의와 후속 행정절차가 이어질 전망이다.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한 것은 사업 여건과 사업비였지만, 도서지역 주민들의 이동 불편과 의료 접근의 어려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KDI 타당성재조사는 단순히 사업비 증감만을 판단하는 절차를 넘어, 도서지역 주민의 이동권과 생명권, 국가균형발전은 물론 대한민국 최서남단의 해양 접근성과 국가 기반시설로서의 정책적 가치까지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신안=박민선기자 wlaud2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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