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군공항 이전, 신뢰가 먼저··· 제도적 보장 관건

입력 2026.07.27. 14:38 박민선 기자
김산 군수 “3대 선결조건 이행되면 군민 설득해 협력”
정부, 반도체 클러스터 속도전… 무안군, 조건 이행 담보 요구
1조 원 지원 재원·부담 주체 명확해야 군민 설득 가능

‘광주 군공항 이전’은 이제 지역 현안을 넘어 국가 첨단산업 전략과 직결된 과제가 됐다. 정부가 광주 군공항 종전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대상지로 제시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무안군은 군민이 납득할 수 있는 신뢰와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전략의 속도와 지역사회의 신뢰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사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호남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반”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6일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광주 군공항 종전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약 250만 평 규모의 종전부지는 도심과 KTX역, 광역교통망 접근성이 뛰어나 첨단산업 입지로 적합하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 대응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을 분산하기 위해 호남권을 새로운 산업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국방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이전 후보지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별시는 올해 안에 이전 부지를 확정해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무안군 요구는 ‘반대’가 아닌 ‘이행’

무안군은 국가사업의 필요성과 국가균형발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군 공항 이전에 따른 소음과 고도제한, 생활환경 변화 등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군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보장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안군은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선이전, 1조 원 규모 지원, 국가 차원의 지원대책 등 3대 선결조건을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 무안군의 판단이다. 지난해 12월 17일 6자 협의체 공동발표문에는 3대 선결조건이 담겼지만, 실행계획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무안군 관계자는 본지 취재에 “협상을 계속 이어가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협상 내용과 답변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단계가 아니라 국가정책을 성공시키고 군공항 이전도 군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과 절차 속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안군은 말뿐인 약속이 아니라 재원과 추진 일정, 이행 주체가 담긴 구체적인 로드맵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조 원 지원, 재원과 부담 주체도 과제

1조 원 규모 지원계획도 핵심 쟁점이다. 기존에는 ‘기부대양여’ 방식이 기본 구조였지만, 종전부지가 국가 반도체 전략산업 부지로 활용되면서 재원 조달 방식과 부담 주체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안군은 이 부분이 명확해져야 군민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전 부지는 후보지 지정 이후 지원계획 수립과 주민투표, 유치 신청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주민투표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은 다음 단계로 진행될 수 없다. 무안군이 두 차례 이전 후보지 선정위원회에 불참한 것도 사업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3대 선결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신뢰

정부는 국가 전략사업의 속도를, 무안군은 군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쟁점은 찬반이 아니라 군민이 신뢰할 수 있는 여건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김산 군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광주 민간공항 선이전과 1조 원 규모 지원계획의 구체적인 이행,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지역발전 인센티브가 군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마련된다면 국가사업 추진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무안군이 제시한 3대 선결조건은 국가사업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중요한 국가사업을 성공시키고, 그 과정에서 군민을 설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과 신뢰를 마련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군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과 신뢰를 만들어 준다면 대한민국 발전과 무안군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이루기 위해 군민을 직접 설득하고, 국가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

무안군이 요구하는 것은 사업 백지화가 아니라 약속의 실행이다. 광주 민간공항 이전 일정과 1조 원 지원의 재원·부담 주체, 국가 차원의 지역발전 지원방안을 구체화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

주민 동의 없이는 군공항 이전도, 호남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도 계획대로 추진되기 어렵다. 국가전략의 속도와 지역사회의 신뢰가 함께 확보될 때 비로소 군공항 이전과 호남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라는 두 국가 과제도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안=박민선기자 wlaud2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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