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문학관서 민중시인 조태일 회고
- 반야교~해탈교~능파각 건너 깨달음
- 몸과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천년고찰
- 압록 매운탕·석곡 흑돼지석쇠구이 별미

곡성(谷城)은 ‘자연속의 가족마을’이다.
섬진강, 보성강(대황강), 도림사계곡, 청계동계곡, 태안사계곡, 동악산, 설산, 통명산, 봉두산(동리산). 어디에 시선을 둬도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굽이진 물길이 수려하다. 졸졸대는 물소리가 청아하다. 녹음짙은 숲이 울창하다. 자연이 고스란하다. 모두 다 눈길, 발길을 붙잡는다. 강, 계곡, 숲길이 좋은 곡성이다.


‘지금 곡성 (여행)할 때’는 태안사 숲길이다. 곡성군 죽곡면 태안로 622-215. 나를 찾아 걷는 자연속 힐링로드이다.
그 길은 마음을 추스린다.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에서 비켜나게 한다. 사찰이 주는 평온함만이 아니다. 자연이 주는 위로다. 그래서 싸목싸목 걷는 길이다.

태안사 숲길은 조태일시문학기념관에서 시작한다. 태안사 숲길 걷기에 앞서 민중시인이자 저항시인, 죽형 조태일 시인을 회고하는 시간이다. 곡성이 사랑한, 곡성을 사랑한 죽형은 태안사와 떼놓을 수 없는 ‘곡성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인 조태일은 곡성 태안사에서 대처승의 아들로 태어났다. 대학 시절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아침선박’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죽형 조태일은 순수하고 의로운 시인이다. 유신 독재의 억압과 탄압에 맞서 김지하. 고은. 백낙청, 황석영, 염무웅 등과 함께 시(詩)를 무기 삼아 불의한 권력에 맞섰다. 죽형은 1999년 9월7일 58세로 세상을 떴다. 조태일시문학기념관은 조태일 시인의 작품과 유품 2천여 점이 전시돼 있다. 문학인을 위한 숙소인 창작동과 시집 전시관을 겸한 카페도 있다. 시집 전시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시집 최남선의 ‘백팔번뇌’, 최초의 번역시집 ‘오뇌의 무도’ 등 희귀본부터 최근 작품까지 시집 3천여권을 만날 수 있다. 죽형이 이사할 때마다 가장 먼저 챙겼다는 녹두장군 전봉준 사진 액자도 함께 있다.


“60년대는 가난했고, 70년대는 정신 없었고, 80년대는 두려운 시기였다. 누구든지 가슴에 멍이나 상처 하나씩은 품고 살아야 했던 시대였다. 그땐 다들 시와 노래로 위로 받으며 아픔을 견뎠다” 죽형을 그리워한 어느 곡성 사람의 말이다.
태안사 숲길로 들어선다. 정심교 오른쪽이다. 계곡을 끼고 약 2km쯤 거리다.
울창한 숲이 시원한다. 맑은 물소리가 청량하다. 녹색세상이 반긴다.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벗삼아 도란도란 얘기 나눈다. 누군가는 나를 찾는 싸목싸목 그냥 걷는 길이다. 그 누군가는 걷기좋은 힐링로드다. 또 누군가는 여름철 피서를 겸한 트레킹 코스이기도 하다.
태안사 숲길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준다. 치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그 길목엔 호젓한 여섯 개의 징검(돌)다리를 건넌다. 이곳 역시 계곡을 끼고 걷는 길이다. 스윽 훑고 가는 길이다. “안녕~” 가벼운 눈인사만으로도 행복하다.
정심교~반야교~해탈교를 지난다. 이 다리들을 지나면 번뇌·망상을 버리고, 깨달음을 얻는다 한다. 다리 건너 건너 건너면 태안사에서 가장 기분좋은, 태안사의 랜드마크 능파각을 만난다.

능파각은 누각을 겸한 다리 건물이다. 계곡의 물과 주위 경관이 아름다워, 미인의 가볍고 우아한 걸음걸이를 의미하는 ‘능파(凌波)’라 이름했다. 이 다리를 건너면 세속의 번뇌를 던져버리고 부처님의 세계로 진입함을 상징한다고 한다.
능파각에 앉는다. 바람소리, 새소리, 벌레소리 정겹다. 물소리 청량하다. 어느 선율에 견줄까? 녹음짙은 숲이 싱그럽다. 도란도란 말을 건넨다.
태안사 숲길걷기는 날벌레 퇴치 긴팔이나 수건을 준비하면 좋다.
태안사는 동리산(봉두산) 품에 안긴 구산선문의 천년도량이다. 통일신라 말 선불교를 대표했던 구산선문 가운데 동리산문의 중심 사찰이다. 이 사찰은 굴곡진 역사의 현장에서 비켜서지 못했다. 여순사건 때는 평화롭던 산골마을 곡성군 죽곡면, 목사동면, 석곡면이 우여곡절을 겪었다. 6.25 전쟁 때는 빨치산 토벌의 중심지가 되는 바람에 전쟁의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선종 수행의 정신과 천년의 시간이 살아 숨 쉬는 공간에는 보물 9점이 소장돼 있다.

태안사를 창건한 혜철스님의 부도탑인 적인선사탑, 광자대사탑, 광자대사탑비, 승가에서 범패같은 행사에 사용되는 불구, 바라, 대웅전 안에 높인 동종 등이 있다. 천년세월 품은 보물을 비롯한 문화유산 9점을 찬찬히 훑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태안사 유산 찾기의 묘미다.

태안사 앞마당에 자리잡은 연못도 신비롭다. 연못 중앙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삼층석탑이 서 있다. 연꽃이 환환 미소를 띠는 연지(蓮池)다.
바깥나들이에 외식은 입이 즐거운 시간이다. 태안사와 가까운 입맛돋우는 곳은 압록 참게탕, 메기탕 또는 석곡 흑돼지석쇠구이가 손꼽을 만 하다.

압록 일대에 매운탕 집이 즐비하다. 기왕이면 보성강 뷰가 있는 식당을 찾으면 좋을 일. 뚝배기 한가득 보글보글 끓여 내놓는 참게탕은 감칠 맛이 일품이다. 시래기가 듬뿍 들어가 구수하고 진한 맛을 더한다. 밥 한 공기는 게 눈 감추듯 한다.
석곡의 맛, 흑돼지석쇠구이 매력도 지나칠 수 없는 일. 코를 휘감는 매콤 달착지근한 숯불향에 보기만 해도 군침이 싹 돈다. 바삭하면서 촉촉한 식감, 이른바 ‘겉바속촉’이다. 흑돼지구이는 씹는 멋이 독특하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한 상 차려 내어놓는 밑반찬도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다. 석곡면 행정복지센터 앞 돌실회관에서 피어오르는 고기 냄새가 발길을 붙잡는다. 숯불 향 따라 걷는 길이다.

7월말 들어 장마끝 찜통더위가 열일중이다. 한낮엔 숨이 턱까지 찬다. 한 줌 그늘에 찌푸린 얼굴이 핀다. 햇살이 설핏 기울면, 솔솔 부는 미풍이 이마를 스치면, 엷은 미소가 금세 번진다.
고공석기자 ksko1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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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관광으로 하나된 영호남···동성로서 상생 '염원'
5일 대구 동성로 28아트스퀘어 일원에서 열린 ‘2026 동서화합 영·호남 문화예술관광박람회’ 개막식에서 김종석 무등일보 대표, 손인락 영남일보 대표, 추경호 대구시장, 최병남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문화예술과장 등 참석자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동서간 화합과 상생을 염원하는 ‘2026 동서화합 영호남 문화예술관광박람회’(이하 박람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지난 2024년 첫 박람회를 시작으로 올해 3회째를 맞은 박람회를 맞아 지역과 세대를 넘어 문화로 하나 된 영호남은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상생 의지를 다졌다.무등일보와 영남일보가 공동 주최·주관하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대구시·경북도가 후원한 이번 박람회는 지난 4일부터 3일간 영호남 40여 개 지자체·기관단체가 참여, 대구 동성로 28 아트스퀘어 일원에서 열렸다.대구 중심지이자 젊음의 거리인 동성로에 마련된 70여 개 부스엔 주말 나들이를 나온 가족단위 관람객부터 친구·연인과 함께 한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지난 5일 열린 개막식에는 추경호 대구시장과 황명석 경북도 행정부지사, 김용섭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정책관을 비롯한 영호남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기관·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경북 도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극단의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국민의례, 내빈 소개, 축사, 퍼포먼스, 부스 라운딩 순으로 진행됐다. 휴일 오후 동성로 일대를 찾은 많은 지역민은 물론, 광주·전남에서 온 주민들도 함께해 한층 더 의미를 더했다.특히 이번 박람회는 다채로운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나만의 여행 성향을 분석해 여행지를 추천해 주는 ‘나와 맞는 대구·경북 ×광주·전남 푸드 MBTI’ 트래블 라운지를 찾은 젊은이들은 질문에 따라 자신만의 추천 여행지를 찾아 나서며 즐거워했다.영호남 명소를 배경으로 추억 사진을 남기는 ‘동서화합 네 컷’은 인화지가 금방 동이 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앞선 4일에는 영호남 관광 교류의 시작이자 양 지역 청년 100명이 참여하는 ‘문화로 투어단’ 출정식이 경북도청에서 열렸다.47명의 대구경북 젊은이와 53명의 광주특별시 젊은이로 구성된 투어단은 안동 전통문화 현장을 시작으로 포항의 야간경관과 경주의 역사문화 자원을 체험한 뒤 대구에서 근대문화 현장을 살펴봤다.이들은 같은 길을 걷고 문화를 함께 경험하며 ‘경쟁이 아닌 함께 상생하는’ 동반자임을 느끼고, 체감하며 마음을 나눴다.개막식에 참석한 추경호 시장은 “영호남은 오랜 세월 대한민국을 떠받쳐온 두 축이자 역사의 고비마다 위기를 함께 극복하며 국가 발전을 이끌어온 든든한 동반자”라며 “동성로에서 전라도 사투리가 들리고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어우러질 때 진정한 동서화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김종석 무등일보사장은 “박람회의 첫 번째 가치는 동서화합이고, 두 번째는 인구소멸 시대에 우리 지역이 살아남을 길을 찾는 데 있다. 무등일보와 영남일보가 민간 차원에서 행사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며 “앞으로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이 문화관광을 통해 지역 발전의 주체로 나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손인락 영남일보 사장도 “지방소멸은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남과 호남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야 할 공동의 과제”라며 “문화와 관광은 지역의 경계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따뜻하고 강한 힘이다. 영호남 문화관광 교류를 확대하고 지역균형발전의 길을 함께 열어나가자”고 밝혔다.한편 광주 5·18 민주광장일원에서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호남권 박람회는 문화예술관광과 ‘AI반도체’로 대변되는 미래 첨단산업이 접목된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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