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이어 바람”··· 소득모델 확장에 지역민 웃음꽃

입력 2026.02.10. 15:59 박민선 기자
인구 감소와 고령화산업 기반 약화 등
농어촌 위기 속에서 일회성 지원 아닌
지역 자산 활용한 장기소득모델 발굴
8.2GW 대규모 해상풍력 이익 주민에
공유수면 등 형평성 논란 해소 위해
개발 이익 일부는 郡 전체로 환원도
‘지역의 햇빛과 바람은 지역주민 모두의 것이다’라는 기조로 출발한 신안군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단순한 발전시설을 주민 소득원으로 전환한 전국 최초 사례다. 사진은 신안 자은도 인근 바다위 해상풍력발전기


햇빛연금으로 시작된 신안군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이제 바람연금이라는 다음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신안군은 태양광을 통해 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주민소득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는 해상풍력이라는 재생에너지의 환원 가능성을 규모와 지속성이라는 구조로 완성하려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산업 기반 약화라는 농어촌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신안군이 선택한 해법은 일회성 지원금이 아닌 지역 자산을 활용한 장기적인 소득 모델이었다.

정책의 흐름에서 햇빛은 실험이었고, 바람은 구조였다. 2018년 햇빛연금 조례를 준비하던 초기 단계부터 군 내부에서는 태양광을 넘어 해상풍력까지 포함한 중장기 구상이 함께 논의됐다. 육상 태양광은 주민소득 모델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실험이었다면, 해상풍력은 그 실험을 군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체계로 확장하는 수단으로 인식됐다. 이 같은 판단의 중심에는 재생에너지를 단순한 발전시설이 아니라 군민의 삶을 지탱하는 소득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당시 신안군정은 재생에너지 정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분명한 기준을 세웠다. 햇빛과 바람, 그리고 바다는 특정 사업자나 일부 지역의 몫이 아니라 군민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공공 자산이라는 인식이었다. 이러한 방향은 민선 7기 마련된 정책 기조로 햇빛연금에서 바람연금으로 이어지는 신안군 재생에너지 소득 모델의 출발점이 됐다. 정책은 특정 시점의 선택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되고 있었다.

◆논란에도 오래 가는 소득 택해

신안군이 추진 중인 해상풍력 사업은 총 8.2GW 규모로, 원자력발전소 8기에 해당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군은 이를 통해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주민참여 수익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군민 1인당 연 600만 원 수준의 주민소득 실현을 목표로 제시해 왔다. 프로젝트 추진 초기에 인허가 절차와 전력 계통 연계, 주민 수용성 확보 등 현실적인 과제가 동시에 제기됐다. 하지만 신안군은 정책을 미루기보다 위험을 관리하며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길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신안군 공무원들은 관련 법령 검토와 중앙부처 협의, 발전사와의 조율, 주민 설명을 반복하며 제도의 뼈대를 하나씩 구축해 왔다.

바람연금이 실제 지급되면서 자은도를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것도 사실이다. 지급 규모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차이, 주민참여 수익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 햇빛아동수당과의 관계 등이 한꺼번에 제기되며 갈등이 확산됐다. 여기에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유언비어까지 더해지면서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의 본질은 정책 방향의 오류라기보다 제도의 구조와 취지에 대한 설명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람연금의 재원은 재생에너지 관련 법령에 따라 마련되는 주민참여 가중치 수익이다. 이는 발전사업자가 주민참여 방식을 수용해야만 발생하는 구조로 수익 규모는 발전량과 계통 상황, 초기 운영 비용 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신안군은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주민참여 수익을 일시에 배분하기보다 연금 형태로 안정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군정은 초기부터 ‘많이 주는 것보다 오래 가는 소득’이라는 기준을 세웠고, 바람연금 역시 이 원칙 위에서 설계됐다.

신안군은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자은도 주민에게 바람연금을 지급했다. 바람연금은 3억4천만 원 규모로 18세 미만 아동은 1인당 연간 20만원, 성인은 분기별 10만 원에서 최대 30만 원을 지급받았다.

◆지역 자원, 군민 공동의 자산으로

해상풍력이 공유수면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점은 정책 판단의 핵심 기준이었다. 신안군은 특정 읍·면에만 개발이익이 귀속될 경우 또 다른 형평성 논란과 지역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군은 해상풍력 주민참여 수익의 일부를 군 전체로 환원하는 구조를 선택했고, 100MW 미만 사업의 경우 일정 비율을 햇빛아동수당으로 편성해 군 전체 아동에게 지급하는 방식이 확정됐다. 이는 공유수면에서 발생한 이익은 공유의 원칙에 따라 군 단위로 환원돼야 한다는 정책 철학에 따른 결정이었다.

협동조합 운영 방식을 둘러싼 논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안군은 협동조합 배당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주민참여 수익을 안정적으로 관리·배분하기 위한 실무 기구로 설계했다. 조합원 수를 최소화하고 일반 주민은 출자 의무 없이 회원으로 참여하도록 한 구조는 고령층과 복지 대상자가 제도 참여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행정적 조정이었다. 이는 수익의 크기보다 제도의 지속성을 우선한 선택이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신안군 다수의 군민들은 바람과 햇빛, 바다는 특정 지역이나 사업자의 것이 아니라 “군민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햇빛이 어느 집 지붕 위에 비친다고 그 집 것이 되는 건 아니다”며 “바람과 바다 역시 신안 사람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지역 간 갈등은 있을 수 있지만, 그 때문에 전체 제도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군민 인식은 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군 전체로 나누려는 신안군 정책의 사회적 토대가 되고 있다.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며 보편적 기본소득 실험에 나선 가운데, 신안군은 이미 햇빛과 바람이라는 지역 자산을 기반으로 한 주민소득 모델을 운영 중이다. 감사와 논란, 주민 반발을 거치면서도 정책이 멈추지 않았다는 점은 향후 국가 기본소득 정책이 참고해야 할 중요한 경험으로 남는다. 바람연금은 단순한 연금 지급을 넘어, 농어촌이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구조를 향한 실험이며, 그 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신안=박민선기자 wlaud2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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