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10개월째 하락···농도 전남 흔들린다

입력 2024.09.10. 16:06 선정태 기자
산지쌀값, 지난해 10월 정점 이후 끝없은 우하향
농민들 수확 앞둔 높 갈아엎으며 시장격리 촉구
김영록 전남지사 "지속적 폭락은 정부 정책 한계"
농민회광주·전남연맹은 지난달 지난 8월 19일 쌀값 안정화 등을 요구하며 영광군 대마면에서 2천여㎡ 가량의 논을 갈아엎는 시위를 벌였다. 농민회 제공.

햅쌀 수확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쌀값 하락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정부가 수확기 이전에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전남 농민들은 2023년산 쌀 재고가 가득 찬 상황에서 정부의 쌀 수급대책이 미흡하다며 논 갈아엎기 등 불만이 쌓이고 있다.

10일 전남도와 농협 전남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80㎏들이 한가마당 17만6천628원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반등 없이 지속적으로 우하향하고 있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 25일 20만 4천568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3년 11월 19만8천620원, 12월 19만7천632원, 지난 1월 19만4천796원, 2월 19만3천668원, 3월 19만2천768원, 4월 19만432원, 5월 18만8천716원, 6월 18만6천376원, 7월 17만9천516원, 8월 17만6천628원이다.

최근 최고점이었던 지난해 10월 쌀값(22만222원·5일·15일·25일 가격 평균치)과 비교해 16%나 떨어진 가격이다.

재고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남지역 농협이 올해 매입한 쌀은 30만 6천톤으로 지난해에 비해 42.3% 급증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 25일 기준, 판매한 쌀은 22만 1천톤으로 전년보다 2만 7천톤 늘었지만 재고는 판매량을 추월했다. 같은 날 기준 전남농협 쌀 재고는 8만 5천톤으로 지난해보다 304.7% 폭증했으며, 전국적으로는 전년보다 20만톤이 늘어난 33만 톤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구곡 가격이 하락한 상태에서 햅쌀이 나올 경우 제 값 받기가 녹록지 않아, 가격이 이대로 유지되면 농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민들은 무엇보다 2022년 한 가마 당 15만7천284원까지 떨어졌던 쌀값 대폭락 사태가 2년 만에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에 농민들은 정부에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며 '논 갈아엎기' 시위를 벌이며 시장격리 시행, 쌀 수입 중단 등을 촉구했다.

지난달 19일 농민회 광주·전남연맹은 영광군 대마면에서 수확을 앞두고 한창 익어가는 2천여㎡가량의 논을 갈아엎는 시위를 벌이며 "통상적으로 단경기(7월~9월·공급량이 수요량보다 적어지는 때)에는 가장 가격이 높아야 하는데 올해 1월 80㎏ 20만원선 붕괴를 시작으로 계속 하락해 8월 5일 기준 17만 8476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시장격리 20만t(2023년 쌀) 시행과 태국과 미국 중국 등에서 매년 41만t씩 이뤄지는 쌀 수입 중단, 지난해 6월 정부가 밝힌 직불제 예산 5조원 공약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농민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정부의 의지가 쌀값을 결정한다. 15만톤 이상 시장격리를 해 달라는 요구에 5만톤만 시장격리하겠다 하고 나머지는 농협 등 민간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시장격리 20만톤 즉각 시행하고 쌀값하락 주범인 쌀수입을 중단하라.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나락값 8만원(40㎏) 보장하라"고 외쳤다.

지난 2일 해남에서는 해남군농민회·읍면농협조합 등 9개 기관·단체 40여 명이 쌀값 안정 대책을 촉구했다.

전남도는 벼 재배면적 감축, 쌀 수급 예측 통계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특단의 쌀값 정상화 대책을 촉구하며 쌀값 하락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전남도는 수확기 이전에 ▲2023년산 쌀 재고물량 조기 시장격리 ▲2024년산 쌀 공공비축 물량 이외에 추가적인 시장격리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쌀값 하락의 근본적인 대책으로 ▲쌀 수급 예측 통계 현실적 개선 ▲전략작물직불제 지원 확대 등에 따른 벼 재배면적 감축 ▲수입쌀 전량 사료화 전환 ▲국가 차원의 쌀 소비문화 조성 등을 건의했다.

김영록 지사는 "쌀값 폭락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정부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방증이다. 재고 대란 속에 쌀값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는 것은 쌀 수급 정책의 기본자료인 쌀 관측 통계 오류와 정부의 소극적 시장격리 조치가 원인이다"며 "식량주권인 쌀농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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