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선 '흉물' 세종시선 '작품'···지자체 의지에 달렸다

입력 2023.12.18. 16:53 이삼섭 기자
[‘아파트 혐오도시’ 광주, 공동주택 혁신하자]
④세종은 어떻게 작품을 만들었나
국토교통부 주관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세종한신더휴 리저브는 설계공모를 통해 당선됐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아파트 혐오도시’ 광주, 공동주택 혁신하자] ④세종은 어떻게 작품을 만들었나

세종시는 아파트가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6.9%에 달한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시민 대부분이 아파트에 산다. 가히 '아파트 공화국'이란 표현도 부족하다. 여느 국내 도시처럼 세종 또한 '성냥갑' 아파트가 지역사회에서 문제 시 되고 있다. 그럼에도 세종시는 지속성 있는 공동주택을 설계하기 위한 '실험'들이 다수 이뤄지고 있고, 또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통합디자인' 개념을 도입하는 등의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추진한 '첫마을'은 물론, '특별건축구역' 지정과 다수의 설계 공모 제도를 실시하는 등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실험적 공동주택들이 다수 지어지면서 주민들의 만족감과 자긍심을 높이고 있어 주목받는다.


◆토지 분양·주택 건설 통합해 '성냥갑 대단지' 탈피

2022년 인구주택총조사 통계 결과 세종시 주택 수는 총 15만여 가구로, 이 중 아파트는 13만1천여 가구로 86.9%다. 공동주택 중 97.7%(2020년 기준)가 아파트다. 주택보급률은 107.5%(2021년 기준)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50만 인구를 달성하기 위해 단기간 대량으로 주택을 공급한 결과다.

같은 기간 광주시가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이 81.3%, 공동주택 중 아파트 비율 95.5%, 주택보급률 104.5%라는 점에서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다른 게 있다. 광주시가 올해 주택건설사업 통합심의를 시행하기 전까지 공동주택, 특히 아파트에 대한 철학이 부족했던 데 반해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는 도시계획 단계부터 '살고 싶은 도시환경'을 목표로 공동주택 정책을 펼쳤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정책이 주택 용지의 공급 관행을 바꾼 것이다. 통상 토지주택공사(LH)가 기존에 신도시 혹은 택지지구를 조성할 때는 LH가 기반시설 공사를 끝낸 부지를 단지별로 시행사에 매각한다. 국내 대부분의 택지지구가 성냥갑이 일렬로 늘어선 형태의 '단지형'으로 구성되게 된 원인이다.

하지만 세종시는 우선적으로 시행사를 대상으로 마스터플랜 설계 공모한 뒤 '더 좋은' 설계를 제출한 시행사에 땅을 매각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토지가를 두고 경쟁하는 게 아닌, 주변 경관이나 환경과 어울리는지 혹은 다양한 주거 형태와 혁신적인 디자인을 도입했는지 등을 두고 경쟁을 하는 식이다. 그 결과 세종시에는 다수의 '단지형 아파트'가 기존 성냥갑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주거 공간을 갖추게 됐다.

대표적인 곳이 이름처럼 세종시에서 처음으로 조성된 주거지인 '첫마을'(한솔동)이다. 설계 공모 전 지구단위계획 지침을 마련해 높이, 통경축 확보, 커뮤니티 형성 등을 제시한 결과 다양한 입체적 아파트 배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65개 유형의 아파트(타입)가 들어서면서 공장에서 찍어낸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거 욕구를 충족토록 했다.

또 보행자 중심의 공간 조성, 특히 장애물 없는 보행자 중심의 가로 환경을 조성하거나 자전거 도로 설치, 특화된 디자인 유도, 금강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녹지연결성 등을 구현토록 했다.

충남연구원이 발표한 첫마을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주민만족도 평가(2015)에서 "주민들은 이 같은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조성 결과에 만족하고 있으며 특히, 아파트 형태 및 배치에 관한 사항과 건축물 미관에 사항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세종특별자치시 행정중심복합도시 2-4 생활권 주상복합용지 설계공모에 당선된 주상복합(제일풍경채 등)들이 좌측에 늘어서있다. 도로에 가까운 건축물 층고를 상대적으로 낮게 하며 통경축을 살린 게 눈에 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공동주택 특화설계·특별건축지역…혁신적 건축물 만들었다

세종시는 또 해당 지역에서의 주거환경을 향상시키기 위한 설계 원칙과 가이드라인인 '공동주택 특화설계'를 운영하고 있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또 세종시 내 23개 구역에 대해서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창의적인 설계가 가능토록 하고 있다. 도시 내 건축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동주택에 대해 민간의 창의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도시의 품격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3년 최초로 공동주택 특화설계를 적용해 공모(새롬동 2-2생활권 공동주택)한 이후 현재까지도 방침을 이어가고 있다. 공동주택 특화설계는 복합형, 친환경, 스마트, 주민참여형 등 다양한 단지 테마에 더해 측벽 발코니와 돌출 입면 등 특화요소 등 입면 특화까지 다르게 지어지도록 하고 있다.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에 건설되는 건축물은 공공건물뿐만 아니라 공동·단독주택, 교량, 공원 시설물 등도 모두 설계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건축의 실험장'으로 불리는 세종시가 세계적인 건축 도시로 발돋움하려는 시도다.

세종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행복한 주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도시 계획과 주택 설계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애초에 설계공모를 통해 우수한 디자인으로 아파트를 짓겠다는 취지를 무시하고 다르게 만드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세종시의 공동주택은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흉물'로 취급받는 공동주택이 '작품'이 되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국토교통부 주관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살펴보면 2017년 세종시 2-4 생활권 설계공모를 통해 당선된 세종한신더휴 리저브는 2022년 주택부문 대상을 차지했는데, 우리나라 도시 공동주택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1년에는 2016년 행정중심복합도시 2-4 생활권 주상복합용지 공급을 위한 설계공모에 당선된 '트리쉐이드 리젠시'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2018년에 행정중심복합도시 2-1 생활권 설계공모에 당선됐던 중흥S-클래스 센텀시티가 공동주거부문 대상을, 새뜸마을 7단지 투머로우시티가 공동주거부문 우수상을 받는 등 공동주택의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이들 건축물들은 가로의 연결, 도시구조와 조화, 소통형 주거공간, 다양한 주거유형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종에 거주하는 김모(33)씨는 "고향인 광주에서는 아파트나 주상복합이나 볼품이 없고 다 똑같이 생겨서 지루했는데, 이곳에서는 디자인이나 높낮이가 다양하고 고급스러워서 보기에 좋다"고 평했다.

특히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공동주택을 직접 보기 위해 찾아간 세종시에서 상당수 건축물의 시행사(건설사)가 광주·전남지역에 기반을 둔 건설사인 점도 눈에 띄었다. 이들 건설사들은 광주에서 여전히 '성냥갑' 대단지 아파트와 '무등산 조망권 훼손' 논란을 일으킨 아파트 단지를 시행·시공해 지탄을 받고 있다.

광주지역 한 건축사는 "혁신적인 공동주택을 짓고 싶은 건 건설사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수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면서 "세종시처럼 부지 공모 방식이나 지구단위계획 지침에서부터 변화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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